미중 패권경쟁과 국지적 충돌로 인해 글로벌 정세가 시시각각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통적 산업군 역시 그 경쟁양상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미래 핵심 경쟁력으로 꼽히는 반도체를 시작으로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공급망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난제로 꼽힌다. 또한 AI를 시작으로 소부장 기업뿐만 아니라 제조사까지 신규 시장 선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19주년을 맞이해 산업군을 뒤바꾸는 주요 요소들을 살펴보고 그에 따른 변화 양상을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김문기 기자] ‘내 손 안의 PC’를 표방하며 불어닥친 스마트폰 중심의 모바일 환경에 어려움을 겪던 PC가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높은 성능과 확장성, 전력 효율성 등 보다 원활한 AI 구현이 가능한 PC가 물리적 제약이 따르는 모바일 기기보다 더 각광받는 시대가 열린 것. 이에 따라 PC칩 기업뿐만 아니라 PC 제조사들의 보폭도 보다 빨라지고 있다.
지난 3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수요 둔화와 재고 조정으로 8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였던 전세계 PC 출하량이 올 1분기 전년동기 대비 약 3% 증가했다. 올해 남은 분기 동안 출하량이 점차 증가해, 연간 3%의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윌리엄 리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윌리엄 리 애널리스트는 “칩 공급업체의 새로운 프로세서 플랫폼이 지원하는 새로운 생성형 AI 기능 및 사용 사례와 함께 생성형 AI 노트북의 출하 및 배포가 2025~2026년에 걸쳐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예측했다.
이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약 5억대에 달하는 AI 노트북 PC가 판매될 것으로 추산되며, AI PC가 소비자들의 교체 수요를 되살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AI PC를 3단계로 나눠 설명했는데, 최근 출시되는 모델은 기본형으로 AI 작업을 수행할 수는 있지만 생성형 AI 작업을 완벽하게 수행하지는 못하는데 비해 향후 2년내 AI-어드밴스드 AI PC로 진화하면서, 주류를 형성할 것으로 기대했다. 또한 완성형에 가까운 AI-캐파블 노트북이 대체되면서 생성형 AI 작업이 보다 원활하게 수행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같은 진화 단계 관점에서 2027년에 판매되는 전체 노트북 PC 4대 중 3대가 AI 노트북 PC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같은 흐름을 보다 가속화시키는데는 전통적인 강자인 x86 계열과 신흥주자인 Arm의 팽팽한 경쟁 관계에서도 답을 찾을 수 있다.
브래디 왕(Brady Wang) 카운터포인트 연구위원은 이러한 추세에 대해 “AI PC의 첫 번째 물결은 인텔의 메테오 레이크, AMD의 호크 포인트 및 퀄컴의 스냅드래곤 X 엘리트 시리즈 등 세 가지 주요 CPU 플랫폼으로 등장할 것이다. 이들 업체는 또한 올해 후반에 출시될 차세대 AI 노트북 PC용 솔루션도 준비하고 있어 다양한 가격대에서 AI PC 도입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인텔과 AMD도 내년에 생성형AI 지원 컴퓨팅을 주류로 삼아 AI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효율적인 Arm 기반의 퀄컴 및 애플 솔루션과 경쟁할 것이라고 예상된다”라고 설명했다.
너도나도 AI PC 시장 선점…"물 들어왔다"
인텔은 지난해말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를 통해 AI PC 시장 공략에 첫 발을 땠다.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AI PC 가속화 프로그램을 통해 AI 생태계 확장에도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AI PC 개발자 프로그램을 대규모 ISV 외에도 중소규모 및 개인 개발자에게도 확산 지원하고 있다.
매트 킹 인텔 클라이언트 하드웨어 생태계 담당 수석 디렉터는 “이미 전세계 150개 하드웨어 공급업체가 AI PC 가속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라며 “인텔은 혁신적인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광범위하고 개방적인 개발자 생태계로 확장할 수있는 기회를 가져오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AMD는 지난해 2분기 라이젠 7040에 첫 NPU를 탑재한 이후 올해 초 라이젠 8040까지 나아갔다. 3세대 모델인 코드명 스트릭스 포인트는 빠르면 연말 OEM에 공급된다. 기존 대비 3배 빠른 생성형 AI NPU 성능을 보일 것이라 확신했다.
임태빈 AMD 코리아 컨슈머팀 세일즈 및 마케팅 스페셜리스트는 “앞으로 출시될 스트릭스 포인트는 올해말 출시가 예상되는데 개인용 온 디바이스 AI 솔루션에 가장 근접한 제품이라고 이해하면 된다”라며, “개인이 생성형 AI를 전용화해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성능을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후발주자인 퀄컴은 아직까지 진정한 AI PC는 나오지 않았다며 도전적인 발언을 이어가기도 했다. 퀄컴은 오는 6월 AI PC 프로세서인 ‘스냅드래곤X 엘리트’가 도입된 제품을 OEM을 통해 내놓을 예정이다.
이와 관련 돈 맥과이어 퀄컴 수석 부사장 겸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최근 <디지털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스냅드래곤X 엘리트가 제공하려는 가치는 단순히 AI에 국한되지 않으며, 우리가 제공하려는 메시지는 ‘PC 경험의 재변화(reinventing PC experience)다”라며, “팬데믹 이후 PC 사용 사례는 요구되는 기능과 성능 수준이 높아지는 등 근본적으로 변화했으며, 스냅드래곤X 엘리트는 성능과 속도, 연결성, 배터리 수명 등 모든 면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일 예정으로, AI 기능은 일부분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PC 제조사들도 너나 할 것 없이 AI PC 시장 선점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김대환 HP코리아 대표는 지난 4월 30일 신제품 간담회에 나서 “PC 시장의 30년을 돌아보면 10년 주기로 전환됐으며, 현재 혁신이 진행되고 있는 중심에 AI PC가 위치해 있다”라며, “85년간 혁신을 이끌어온 HP가 차세대 진정한 AI PC를 선보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델 역시 AI 환경과 소프트웨어, 모든 애플리케이션에 대해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질 것이라 단언했다. 김경진 한국 델 테크놀로지스 총괄사장은 “PC는 기업의 툴로서 보다 진지하게 봐야 하며 그것이야말로 우리의 관점이며, 창업 이래 40년간 고수하고 있는 가치”라며, “우리나라 시장에서는 최고의 가치가 제대로 전달되고 있지 않은 부분이 있기는 하나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그 강점(인프라 기반의 집중)이 나온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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