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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SW 산업혁신]① 14년간 10만원 오른 개발단가…행정망 장애에도 찔끔 인상

한국 공공 소프트웨어(SW) 산업이 위기다. 정부는 예산을 줄이고 기업은 적자 신세다. 그 사이 공공 시스템은 부실해지고 피해를 입는 건 국민이다. 지난해 11월 터진 국가 행정전산망 장애와 공공서비스 먹통 사태가 단적인 예다. 정부는 뒤늦게 대책을 마련했지만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공공 사업 단가 후려치기, 과도한 과업 변경과 발주기관 갑질, 규제를 둘러싼 어긋난 이해관계 등 공공 SW 시장의 문제는 십 수년째 계속되는 해묵은 병폐들이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공공 SW 생태계를 둘러싼 정책과 제도들을 살펴보고, SW 산업 진흥을 위한 바람직한 길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 픽사베이]
[Ⓒ 픽사베이]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국내 공공 소프트웨어(SW) 산업의 본질적 문제는 사업비 자체가 지나치게 낮게 책정된다는 점이다. 사업비가 매해 상승하는 물가와 인건비를 따라가지 못하니, 사업자는 매번 적자를 감수하거나 소극적으로 과업을 수행하는 데 그치고 만다. 이에 업계는 지속적으로 적정 대가 인상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최근 한국SW산업협회(이하 KOSA)가 발표한 ‘SW산업 대가산정 가이드’는 기대에 못 미치는 대가 인상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이 가이드에서 SW 개발비의 기준이 되는 기능점수(Function Point, FP)당 단가는 기존 55만3114원에서 60만5784원으로 9.5% 인상돼, 이번에도 두자릿수 인상에 실패했다.

FP는 SW 개발 규모를 측정하는 단위로, SW 개발비는 사용자에 제공되는 SW 기능을 정량적으로 산정한 후 FP당 단가를 곱해 산정한다. 공공 SW 사업을 발주하는 기관은 이 SW 사업대가 가이드를 준용해 예산을 편성한다. 이는 예산당국인 기획재정부의 예산 편성 지침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KOSA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24년까지 14년간 SW 개발단가는 이번 인상까지 포함해 단 세 차례에 걸쳐 총 10만8357원(21.8%) 오르는 데 그쳤다. 2010년 49만7427원에서 2014년 4.4% 인상된 51만9203원, 2020년 6.5% 인상된 55만3114원, 그리고 2024년 9.5% 인상된 60만5784원에 이른 것이다.

이는 SW 개발원가(임금+물가)와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2014년만 해도 개발원가의 인상률은 개발단가와 동일한 4.4%였지만, 이후 매년 상승해 이미 2019년에 11.2%로 인상률이 두자릿수를 찍었고, 2020년 16.1%, 2021년 20.2%, 2022년 21.7%, 2023년 26.5%로 최근 개발단가 인상률의 3배 가까이에 달하고 있다.

올해 개발단가 인상률이 유독 아쉬운 것은 이번이야말로 확실한 명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낮은 공공 SW 사업비는 이미 십 수년 전부터 제기된 문제였지만, 지난해 11월 행정전산망 장애 사태 이후 정부는 부실해진 공공 시스템 정상화를 위해 대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데 그 어느 때보다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 정부는 지난 행정전산망 장애를 계기로 올해 1월 ‘디지털행정서비스 국민신뢰제고대책’을 발표했고, 여기에는 ‘SW 개발 대가기준을 상향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다만 구체적인 대가 조정률은 제시하지 않고, 추후 가이드라인을 통해 발표한다고 밝혔다. 이에 SW 업계는 ‘최소한 10% 이상’ 인상을 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같은 공감대에도 불구 또 다시 한자릿수 인상에 그친 것을 두고 업계에선 실망감이 나온다. SW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인상이 물가상승률과 인건비 상승을 반영했다곤 하지만, 개발원가에 못미치는 개발단가 인상이 이미 십 수년간 누적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과감한 단가 인상이 필요한 시점이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가이드라는 게 최소한 이 정도로 해달라는 건데, 실제 수주할 때는 50~60% 수준까지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며 “애초에 최저가 수주 방식인 데다, 수시로 과업 변경이 이뤄져도 최초 FP만 인정하는 경우도 많아 최종적으로 사업자들이 체감하는 사업비는 더 낮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낮은 사업비 문제는 사업자들의 수익 악화와 더불어 공공 SW 부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SW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공공 SW 사업 매출이 전체의 20% 이상인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0.5%에 그친다. 반면 공공 SW 사업 유찰률은 2021년 47.7%에 이르고, 지난해 1월 기준으로는 11건 중 8건이 유찰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중견 사업자들은 일단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니 적자를 감수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론 질적 성장이 어려워지는 것”이라며 “낮은 단가와 저가 수주 경쟁이 반복되면 사업자들은 최소한의 과업만 수행하게 되고, 이런 일이 반복되면 결국 공공 시스템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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