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나연기자]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으로 LG유플러스와 카카오모빌리티의 전기차 충전 사업 합작법인이 본격적인 첫발을 뗐다. LG유플러스의 전국 단위 대규모 인프라 구축 역량과 카카오T, 카카오내비 등 카카오모빌리티의 서비스형 모빌리티(MaaS) 플랫폼 운영 역량을 결집해 최적의 전기차(EV) 플랫폼을 선보이겠다는 목표다.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한 정부 지원 정책과 산업 기술 발전에 따라 전기차 이용자가 급격히 증가하는 가운데, 뚜렷한 선도 사업자가 없는 전기차 시장에 새로 뛰어든 합작법인이 시장의 메기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업계 이목이 쏠린다.
29일 공정거래위원회는 LG유플러스와 카카오모빌리티의 전기차 충전소 운영업(CPO, Charge Point Operator) 합작회사 설립을 승인했다. 시장점유율이 높지 않아 전기차업계 경쟁제한 우려가 낮고, 혁신 서비스 출시 경쟁과 가격경쟁을 촉진할 수 있다는 게 공정위가 밝힌 기업결합 승인 이유다.
양사는 지난해 6월 말 전기차 충전 사업을 위한 합작투자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같은 해 7월 공정위에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했다. 합작법인을 위해 약 250억원씩 출자했으며 지분율은 각각 50%다. 다만, LG유플러스가 1000만1주를 취득해 1000만주를 취득한 카카오모빌리티보다 1주를 더 가져가는 구조로 합작법인은 LG유플러스 연결대상 종속회사에 포함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오는 2030년 말까지 국내 전기차 규모는 총 42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23년 기준 전체 자동차 수 2594만9201대, 전체 전기차 수는 총 54만3900대로 전체 자동차 대비 전기차 보급률은 2.1%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5년간 소폭 증가한 전체 자동차 수에 비해 전기차 수는 매년 1.5배 내외 수준으로 꾸준히 증가해 왔다.
많은 기업이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전기차 충전 시장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 충전 전문기업을 인수하거나 자체 서비스를 시행하는 등 공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도 그래서다.
환경부는 오는 2030년까지 123만대 이상 충전기를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지만,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충 속도는 전기차 시장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미흡한 충전기 운영·사후관리와 파편화된 충전 인프라로 인한 기존 충전소들의 효율성 문제도 이용자들의 큰 불편 사항으로 지적된다.
LG유플러스와 카카오모빌리티는 ‘원할 때 바로 편리하게 충전할 수 있는 고객 경험’ 및 ‘안전·개인화 등 기존에 없는 새로운 가치’ 제공을 목표로 부족한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확산해 정부의 2050 탄소중립(net-zero) 달성에 앞장선다는 방침이다.
이들 기업이 전기차 충전 사업 확대를 목표로 손잡은 이유는 각 사가 가진 충전 인프라 운영관리와 플랫폼 연계 편의 서비스 등으로부터 큰 시너지를 기대해서다. LG유플러스는 작년 초 전기차 충전 서비스 ‘볼트업(VoltUp)’을 출시한 데 이어 LG헬로비전의 전기차 충전 서비스 ‘헬로플러그인’을 인수해 서비스를 일원화해 운영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2021년 카카오내비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전기차 충전 서비스를 선보인 이후 간편결제, 충전기 위치 탐색, 충전기 사용 이력 실시간 알림, 충전기 상태 표시 등 스마트 기능을 지속 확충하며 접근성과 편의성을 확대해 왔다. 또 양사는 지난 2022년 5월부터 GS건설, 버티컬 에어로스페이스와 ‘도심항공교통(UAM) 퓨처팀’을 구성해 UAM 실증사업에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
전기차 충전 사업에 집중하는 LG그룹 계열사와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러한 시너지를 기반으로 3년 내 국내 전기차 충전 시장 톱(Top) 사업자를 넘본다. 우선 LG유플러스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충이 가장 시급한 영역으로 꼽히는 공동주택 시장에 집중해 서비스 커버리지를 신속하게 확보할 계획이다.
V2G(충전식 친환경차를 전력망과 연결해 주차 중 남은 전력을 이용하는 개념)와 V2X(차량이 유·무선망을 통해 다른 차량, 모바일 기기, 도로 등 사물과 정보를 교환하는 차량 사물 통신 기술)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을 최적화하는 ‘스마트에너지플랫폼’을 만든다는 설명이다.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플랫폼 기술을 통해 기존 충전기 이용 시 겪을 수밖에 없었던 여러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힘쓴다. 장기적으로는 전기차 전환 시대를 맞아 축적된 이용자 데이터에 기반한 신규 사업모델을 발굴하겠다는 포부다.
한편 양사는 지난해 내에 합작법인 사명과 브랜드명, 사업 전략 및 방향성을 수립하고 인력을 확보하는 등 회사 설립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공정위의 승인이 늦어지며 예상보다 출범 시기가 밀리게 됐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공정위로부터 이제 막 기업결합 승인을 받은 상태이므로 사명과 브랜드명 등은 확정된 바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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