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메모리 반도체 회복세에 힘입어 1분기 SK하이닉스가 역대 최대 실적을 썼다. 매출은 그간 회사가 거둬온 1분기 실적 중 최대, 영업이익은 1분기 2018년 이후 두 번째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 경영진은 D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회복이 더뎠던 낸드플래시(NAND Flash) 수요도 고성능 제품을 중심으로 수요가 뚜렷하게 늘어나고 있다고 평가하며 하반기 실적은 더 나아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영업익 2조8860억원 전분기比 734%↑…'어닝서프라이즈'
SK하이닉스는 25일 연결 기준 매출 12조4295억원, 영업이익 2조886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해 매출은 114.3% 증가, 영업이익은 흑자전환이다. 전분기와 비교해선 매출은 9.9%, 영업이익은 734% 늘었다.
이는 증권가 전망치를 웃돈 '어닝서프라이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분기 SK하이닉스의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 평균)은 매출 12조1575억원, 영업이익 1조8550억원 수준이었다.
SK하이닉스는 "HBM 등 AI 메모리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AI 서버향 제품 판매량을 늘리는 한편, 수익성 중심 경영을 지속한 결과 전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734% 증가했다"라며 "낸드 역시 프리미엄 제품인 eSSD 판매 비중이 확대되고, 평균판매단가(ASP, Average Selling Price)가 상승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해 큰 의미를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회사는 AI 메모리 수요가 지속해서 늘어나고, 하반기부터는 일반 D램 수요도 회복돼 올해 메모리 시장은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또, 일반 D램보다 큰 생산능력(Capacity, 이하 캐파)이 요구되는 HBM과 같은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생산이 늘어나면서 범용 D램 공급은 상대적으로 축소돼, 공급사와 고객이 보유한 재고가 소진될 것으로 봤다.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수요 확대에 맞춰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양산을 시작한 HBM3E 공급을 늘리는 한편 고객층을 확대해 가기로 했다. 또, 10나노 5세대(1b) 기반 32Gb DDR5 제품을 연내 출시해 회사가 강세를 이어온 고용량 서버 D램 시장 주도권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낸드의 경우 실적 개선 추세를 지속하기 위해 제품 최적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SK하이닉스는 밝혔다. 회사가 강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고성능 16채널 eSSD와 함께 자회사인 솔리다임의 QLC 기반 고용량 eSSD 판매를 적극적으로 늘리고, AI향 PC에 들어가는 PCIe 5세대 cSSD를 적기에 출시해 최적화된 제품군으로 시장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늘어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SK하이닉스는 청주 M15X를 D램 신규 팹(Fab)으로 결정, 캐파 확대를 위한 적기 투자를 발표했다. 이로 인해 올해 투자 규모는 연초 계획 대비 다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메모리 시장이 안정적으로 커 나가게 하는 한편, 회사 차원에서는 투자 효율성과 재무 건전성을 확보할 것이라 강조했다.
HBM3E 12단 내년 적용…패키징 높이 완화에 하이브리드 본딩 도입 '속도 조절'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 회복세가 본격화 된 만큼, 이날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선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실적 유지를 위한 기술 현황, 고객사 동향 등에 관한 질문이 많았다.
먼저 고객사 1분기 HBM3E 고객사 요구 사항 및 공급 동향에 관해 묻는 질문에 김규현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 담당은 "올해 고객이 원하는 HBM3E 제품은 8단"이라며 "12단 제품은 고객 요청 일정에 맞춰서 올해 3분기 개발을 완료하고 인증 거쳐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내년에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EUV 생산성과 1b 나노 테크 완성도 기반으로 HBM3E 양산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며 현재 진척도 고려하면 가까운 시일 내 HBM3와 비슷한 수율 달성이 가능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HBM3E는 생산능력을 끌어올리고 있고 수율과 품질 개선과 같은 생산성 향상 활동 추진하며 전사 역량을 집중하는 만큼 이전 제품 대비 더욱 수익성 있는 제품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국제반도체표준화기구(제덱, JEDEC)가 HBM4 패키징 높이 기준의 완화를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과 관련한 질문도 이어졌다. HBM4는 오는 2026년 상용화될 차세대 HBM인데, 패키징 높이에 따라 사용 장비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당초 업계에선 HBM4에는 차세대 본딩 장비 '하이브리드 본딩' 도입이 필수적이라 봤다.
이에 대해 김규현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 담당은 "HBM(고대역폭메모리) 패키징 높이 기준이 완화되면 하이브리드 본딩 적용 시점은 다소 늦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난이도를 생각하면 초기 도입 시 생산성과 품질 리스크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기술 성숙도가 충분히 확보된 다음에 적용하는 것이 기술 안정성과 원가 측면에서 유리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경쟁력이 입증된 어드밴스드 MR-MUF 공정을 16단 HBM에도 적용할 예정이다"라며 "계속해서 생산 효율성이 높고 경쟁력 있는 제품을 공급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종국에는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이 고용량·고적층 HBM 제품 구현을 위해 중요한 패키징 기술이 될 것이다"라며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HBM 시장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다방면 협력으로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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