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옥송이 기자] 이른바 '전자 마오타이(电子茅台)'. 중국 화웨이의 새로운 플래그십인 퓨라70 시리즈 출시 전부터 품귀 현상을 예측하며 중국 언론에서 언급되던 단어다. 웃돈을 주고서도 구하기 힘든 중국의 명주 마오타이에 해당 제품의 인기를 예상하며 빗댄 말이다.
지난 18일 퓨라70 시리즈가 출시되자마자 전자 마오타이 현상은 실화가 됐다. 당일 공개된 퓨라70 프로와 울트라는 공개 1분 만에 화웨이 공식 온라인몰에서 '일시 품절' 됐다. 온라인 뿐만 아니다. 오프라인 화웨이 플래그십 매장에는 제품을 당장 손에 넣지 못하더라도, 예약이라도 하려는 대기자들의 긴 줄이 늘어서 장사진을 쳤을 정도다.
화웨이는 지난 2019년부터 미국의 5G 반도체 제재를 받아왔다. 대중제재로 인해 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며 사실상 스마트폰 사업이 무너졌으나, 지난해 자체 개발한 7나노미터 공정의 AP를 탑재한 메이트60프로로 복귀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2012년부터 사용한 P시리즈라는 명칭 대신 퓨라로 재탄생한 이번 플래그십은 전작보다 고도화된 AP를 탑재했다. 미국 제재 속에서 진일보하면서 화웨이는 중국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다만 이번 플래그십의 흥행은 비단 애국주의 때문만은 아니다. 출고가도 기본 모델이 5499위안(한화 104만원)으로 결코 저렴하지 않다. 애플 아이폰과 비슷한 가격대다. 가격이 아닌 기술력이 인기 비결인 것이다. 퓨라70시리즈에 탑재된 AP 기린9010 전작대비 성능이 향상됐다. 콰이커지 등 중국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퓨라70을 분석한 결과 AP 기린9010은 기린9000 대비 싱글코어 성능은 11%, 멀티코어에서는 8.5%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인 AP가 향상됨에 따라 이번 신제품은 5G 지원은 물론 AI 기능도 지원한다.
시장조사기관 테크인사이츠는 올해 퓨라70 시리즈가 전세계에서 1000만대를 넘어서는 출하량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처럼 내수에 힘입은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영향력은 글로벌 무대로 뻗어가고 있다. 이를테면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점유율 1위의 삼성전자를 중국 업체들이 바짝 뒤쫓고 있는 모양새다. 19%로 1위를 차지한 삼성전자와 2위 샤오미와의 점유율 차이는 단 1%포인트에 불과하다. 3~5위는 비보, 오포, 리얼미 등 중국 업체가 뒤따르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범위를 더 넓혀 전자기기로 살피면, 중국의 영향력과 성장세는 심상치 않다. TV의 경우 중국 제조업체들이 LCD 시장을 꽉 잡은 지 오래다. 최근에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진보한 기술력을 토대로 초대형과 고화질 LCD TV로 승부수를 띄우는 동시에 한국이 이끄는 OLED TV 시장도 넘보고 있다. 소형 가전 가운데 로봇청소기는 중국이 그야말로 대세다. 멀리 볼 것도 없이, 국내 시장에서 중국 로봇청소기 제품이 높은 가격에도 불구 제품력으로 입소문을 타며 점유율 1위를 차지했을 정도다.
그야말로 중국 전자기기 굴기다. 사실상 중국산이 저렴해서 쓴다거나, 품질이 떨어진다는 것도 점차 옛말이 된 셈이다. 거침없이 R&D에 투자해 AI 돌풍도 거세다. 지난 17일 화웨이는 AI 관련 전략을 논의하는 컨퍼런스를 열고 디지털 성장을 높이기 위해 AI 솔루션을 비롯해 선제적인 5.5G를 천명했다. 중국판 챗GPT인 바이두의 어니봇은 내수에 힘입어 사용자 2억 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찻잔 속 태풍으로만 여기기엔 그 위세가 매섭다.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하는 국내 기업들도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중국 시장을 견제해야 할 때다. 더불어 압도적 기술로 격차를 벌리되 중국 정서와 니즈를 관통할 제품을 출시한다면 전자 마오타이의 주인공이 비단 중국 업체에 국한되리라는 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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