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나연기자]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와 드라마, 게임, 굿즈 등 2차적 저작물 제작이 활발해진 가운데, 네이버웹툰이 작가들에게 불리한 계약 관행을 이어왔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 조치를 받았다.
다만 공정위 지적과는 달리, 실상은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도 네이버웹툰과 연재 계약을 체결하는 웹툰 작가들은 2차적 저작물의 형태, 거래상대방 및 제작 시기 등을 자유롭게 결정하고 있어서다.
21일 공정위는 상위 20여개 웹툰 사업자의 콘텐츠 분야 약관 실태점검을 통해 네이버웹툰, 넥스츄어코리아, 레진엔터테인먼트, 머들웍스, 서울미디어코믹스, 엔씨소프트, 투믹스 7개 사업자에 대해 시정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웹툰 연재계약서상 불공정약관 유형으로 지적된 건 ▲웹툰 콘텐츠의 영화·드라마 제작 등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사업자에게 일방적으로 부여(무단으로 설정)한 조항 ▲2차적 저작물의 우선협상권을 설정하면서 우선협상 결렬 시, 저작자가 제3자와 거래하는 조건을 제한하는 조항 ▲웹툰작가의 고의·과실 없이도 손해배상책임을 부과하는 조항 ▲최고 절차가 없거나,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사유로 계약을 해지하는 조항 5개다.
이 중에서도 공정위가 중점적으로 들여다본 것은 첫 번째 유형인 ‘사업자가 2차적 저작물의 작성권을 무단으로 설정한 조항’이다.
네이버웹툰을 비롯한 4개 사가 웹툰 작가와 콘텐츠 연재 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 내용에 2차적 저작물의 작성·사용권을 포함한 권리까지 설정, 작가가 제3자와 계약을 체결할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했다는 게 골자다.
공정위 측은 “(2차적 저작물에 대해 저작자가) 연재 계약을 체결한 사업자 이외에도 다수 상대방과 거래 조건을 협의해 더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할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라며 불공정성을 지적했다.
이어 “사업자들은 2차적 저작물 작성권과 관련된 내용을 삭제하거나, 2차적 저작물과 관련된 사업을 위해선 웹툰 작가와 별도로 합의하도록 시정했다”라고 덧붙였다.
공정위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한 네이버웹툰의 기존 약관은 ‘저작권자가 저작재산권(2차적 저작물 작성권 포함)에 대한 어떠한 이용허락이나 양도, 담보 등 일체의 처분행위를 한 사실이 없음을 진술 및 보증해야 한다’라는 내용이다. 이 부분만 보면 네이버웹툰이 마치 처음부터 웹툰 작가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 일체를 가져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공정위가 지적한 약관의 전제 조건은 네이버웹툰과 웹툰 작가 사이에 콘텐츠 독점 제공에 관한 계약이 이뤄질 때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자가 자사 이름으로 독점 제공하려는 콘텐츠가 타사와도 계약이 된 상태라면 추후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제 네이버웹툰은 일관적으로 별도 계약 체결을 통해서만 저작권자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대리 중개하는 형태로 관련 사업을 진행해 왔다. 주호민 작가 대표작인 ‘신과 함께’ 경우만 봐도 영화화 판권 계약은 작가와 제작사 리얼라이즈픽쳐스 간에만 체결됐다.
업계 관계자는 “(해당 약관 내용은) 콘텐츠 독점 제공에 앞서 해당 작가에 관련 사실을 명확히 보증하라고 요구하는 취지”라며 “사업자가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완전히 가져가겠다고 보는 건 과도한 해석”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공정위 조치에 대해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의도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부분 관련 조항의 내용과 표현을 보다 구체화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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