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미⋅중 무역 전쟁, 중동 정세불안정 등 지정학 리스크가 고조되며 반도체 '슈퍼을' 네덜란드 장비업체 ASML도 1분기 기대이하의 성적표를 받았다. 다만 최근 지정학 리스크 소강 상태가 지속되며, 하반기에는 업황이 다시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ASML는 1분기 매출은 작년 4분기보다 27% 감소한 52억9천만 유로(약 7조8천억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도 20억5천만 유로(약 3조원)에서 12억2천만 유로(약 1조8천억원)로 약 40% 급감했다.
1분기 신규 예약액은 36억1천만 유로(약 5조3천억원)로, 시장에서 예상한 46억 유로(약 6조 7천억원)에 한참 못 미쳤다. 올해 가이던스도 지난해와 동일한 수준으로 제시하면서 성장 부재에 대한 우려 나왔다.
이 같이 ASML의 실적이 부진한 것엔 주요 고객인 TSMC와 삼성전자향 매출 부진 영향이 크다. TSMC, 삼성전자향 매출이 줄어든 것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인데, 중동 정세 불안정 등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급등, 공급망 차질 우려가 투자 위축을 야기했다. 이외에 미국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글로벌 경제 침체 우려도 또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주목되는 점은 ASML이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EUV 노광장비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ASML은 전 세계 EUV 노광장비 시장 점유율의 90% 이상을 차지, 반도체 공급망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ASML의 실적 변동은 반도체 산업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로 주요한 사안으로 지목된다.
이 때문에 예상치를 밑 돈 ASML의 1분기 성적표가 공개되자 반도체 관련 주식 종목들이 일제이 하락했다. 실적 발표 당일 ▲ AMD(-5.8%) ▲MU(-4.5%), ▲ 엔비디아(-3.9%) 등의 반도체 주도주들은 일제히 하락했다. ASML의 실적 부진에 따라 반도체 업황의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딜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된 것이다.
ASML은 현재 침체는 일시적이라고 평가했다. 베링트 CEO는 "올해 반도체 업황 개선 전체 전망은 변함이 없다"라며 "하반기는 상반기보다 더 강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중동 지정학 리스크가 소강 상대에 접어들며 하반기엔 업황 개선에 속도감이 붙을 것이라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란, 이스라엘 지정학 리스크가 소강상태가 이어지고 있고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연준이 내년 3월까지 금리를 동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등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라며 "이 같은 요인들은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을 감소시키고, 소비와 투자를 촉진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만큼, 하반기 반도체 업황도 더욱 빠르게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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