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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법률리그 49] AI 생성물에 저작권 라이선스를 규정한 이용약관의 효력 검토

원준성 변호사. [ⓒ법무법인 민후]
원준성 변호사. [ⓒ법무법인 민후]

[법무법인 민후 원준성 변호사]

○ AI 생성물에 저작권 라이선스를 규정한 이용약관

생성형 AI의 대중화로 그림, 음악, 동영상 등 각종 미디어를 생성하는 AI 서비스가 난무하는 오늘이다. 이에 AI의 각종 미디어 생성물에 저작권이 인정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논의가 있었는데, AI의 생성물을 '인간의 창작물'이라 볼 수 없으므로 저작권이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한다. 저작권법 제2조 제1호).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종 미디어를 생성하는 AI 서비스는 이용약관에서 그 생성물에 관한 저작권 라이선스 관련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라이선스에 관한 이용약관 대부분의 내용은, AI의 생성물에 대한 저작권은 서비스 제공업체에 있고, 상업적 이용을 위해서는 유료 라이선싱이 필요하며, 라이선싱 없는 생성물의 상업적 이용은 금지된다는 취지의 내용이다.

AI가 생성한 생성물에는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는데, 그렇다면 위 이용약관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저작권으로서의 효력이 인정된다고 보아야 하는가 아니면 아무런 효력이 없는 약관으로 보아야 하는가? 이에 대한 논의를 찾기 어려우나, 향후 반드시 발생할 법적 분쟁이라고 예견되므로 이에 대하여 검토해 보고자 한다.

○ 저작권의 인정 여부 - 부정

저작권은 법률로써 내용과 효과를 규정한 권리로서, 저작물에 대한 배타적인 지배권을 내용으로 한다. 물건에 대한 소유권이 있듯이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이 있다고 보면 이해가 쉽다(준물권). 따라서 저작권자는 그 법률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에서는 누구에게나 그 권리의 내용과 효과를 주장할 수 있다. 다만 내용과 효과가 법률에 이미 정해져 있는 권리이므로 권리의 내용과 효과를 임의로 만들거나 변경할 수는 없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저작권법은 인간의 창작물에 대해서만 저작권을 인정하는 것으로 권리의 내용을 정하고 있어 AI 생성물에 대해서는 저작권이 인정될 수 없다. 입법자가 법률을 개정하지 않는 이상 법률에 없는 내용을 개인이 임의로 만들어 저작권을 주장할 수는 없고, 따라서 서비스 제공업체가 이용약관에 AI 생성물에 자신의 저작권이 인정된다고 규정해 두었더라도, 이를 근거로 저작권을 주장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실연자, 음반제작자, 방송제작자와 형태가 유사하다고 보아 저작인접권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닌가 일응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실연, 음반제작, 방송제작 모두 저작물에 대한 기여를 근거로 저작인접권을 규정한 것이나, AI의 생성물은 인간의 창작이 개입되지 않아 저작물이 아니고, 따라서 저작물에 대한 기여를 전제로 하는 저작인접권을 인정하는 것도 곤란해 보인다.

○ AI 생성물에 저작권 라이선스를 규정한 이용약관의 효력 – 계약상 효력

그렇다면 AI 생성물에 저작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이용약관은 법적 효력이 전혀 없다고 없다고 보아야 하는가? 그렇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차근차근 따져보기 위해 먼저 이용약관의 법적 성질이 무엇인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약관이란 그 명칭이나 형태 또는 범위에 상관없이 계약의 한쪽 당사자가 여러 명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마련한 계약의 내용을 말한다(약관규제법 제2조 제1호, 대법원 1998. 12. 23. 선고 96다38704 판결 등). 즉 약관은 "계약"이다.

계약이란 당사자 사이 의사의 합치로서 계약적 구속력을 발생시키는 법률행위라고 정의해 볼 수 있다. 의사가 합치된 당사자 사이에서만 효력이 있으므로 이에 동의를 표하지 않은 자에게는 효력이 없다. 법률의 효력이 동의와 관계 없이 모든 수범자에게 적용되는 것과는 다르다. 인터넷 서비스에 가입할 때 매번 이용약관 동의 창을 클릭해야만 했던 이유가 그것이다.

계약이 성립하면 당사자 사이의 합치된 의사대로 계약상 구속력이 발생한다. 그렇다면 당사자 사이의 합치된 의사가 무엇인지 탐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당사자 사이에 계약 내용에 관한 분쟁이 발생한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이를 의사해석 문제라고 하는데,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 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이나 등을 종합적·논리적·합리적으로 고찰하여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02. 2. 26. 선고 2000다48265 판결 등).

이러한 법리를 여기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서비스 제공업체가 작성한 이용약관을 이용자가 확인하고 동의하였으므로 일견 계약이 성립하였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AI 생성물에 저작권을 임의로 부여하는 것은 불가능한바, 그렇다면 이는 그러한 의사표시에 관한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가 무엇인지 탐구해야 하는 의사해석의 문제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용약관의 내용이나 체결 경위에 비추어 보면, 당사자 사이에는 적어도 이용자가 서비스 제공업체의 동의 없이 AI 생성물을 무단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의사가 포함되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개인이 임의로 내용을 정할 수 없는 저작권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는 하였으나, 적어도 이용자가 서비스 제공업체 동의 없이 AI 생성물을 무단으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취지를 표현하고 그것에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해석되기에 충분하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비스 제공업체와 이용자 사이에는 이용약관에 규정된 AI 생성물 무단사용 금지 규정이 계약상 효력으로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 저작권과의 효력상 차이

이용약관의 AI 생성물 무단사용 금지 규정에 결국 효력이 인정될 수 있다고 본다고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이는 계약상 효력에 불과하고 저작권법상의 저작권에 따른 효력은 아니다. 그리고 저작권법상 저작권이 인정되는 경우와 계약상의 효력만이 인정되는 경우의 효력상 차이는 매우 크다. 몇 가지만 살펴본다.

먼저 대세적·배타적 효력의 차이이다. 저작권법은 법률이 정한 권리로서 수범자 모두가 이를 준수해야 한다. 따라서 저작권자는 저작물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자가 누구이든 상관 없이 저작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계약에 근거한 청구는 계약 당사자 사이에만 가능하다. 따라서 약관 위반의 AI 생성물을 이용자 아닌 제3자가 이용한 경우 서비스 제공업체는 제3자에게 약관을 주장할 수는 없다.

이용자를 상대로 하더라도 저작권을 근거로 하는 법률상의 여러 청구도 불가능하다. 저작권법위반죄 등 형벌규정은 물론이고, 저작권법상의 금지청구나 손해배상 추정규정 등 민사상의 규정도 적용 불가능하다.

이외에도 신의칙이나 각종 항변 등 계약법리가 적용될 수 있다는 점, 약관규제법 등 불공정거래의 제한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등 법이 정해둔 권리행사와는 차원이 다른 제한이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 향후 발전 방안

과거 PC가 눈 깜짝할 사이에 보급된 것처럼, AI의 보급 역시 향후 수년 내에 순식간에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AI 생성물에 관한 분쟁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분쟁의 모습도 그만큼 다양할 것이다. 그렇다면 AI 생성물에 관한 저작권 이슈를 의사해석이라는 마냥 유동적이고 사후적인 해결책에 전부 맡기는 방법은 필연적으로 한계를 마주할 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에 관한 입법적 해결방안을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비록 AI 생성물의 최종 표현은 AI가 실현하지만, 그에 이르기 위한 AI의 학습이나 구체적인 명령어의 구성(프롬프트)에는 나름의 정신적 소산과 노력 및 비용이 투입될 수 있으므로, 이를 지식재산의 한 유형으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원준성 변호사> 법무법인 민후

<기고와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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