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미중 반도체 무역 갈등이 국내 패키징 생태계에 새로운 기회 요소로 떠올랐다. 대형 시장인 중국으로의 판로는 줄게 됐으나 인공지능(AI) 등 고부가 중심인 미국 시장 진입 계기가 형성되는 덕이다. 반면 국내 반도체 산업을 향한 정책적 지원이 미비해, 높아지는 패키징 중요성 대비 관심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늘고 있다.
15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최근 AI용 GPU 칩과 함께 탑재할 전력관리반도체(PMIC) 패키징을 국내 후공정 패키징·테스트 전문 기업(OSAT) 한 곳에 맡긴 것으로 확인됐다. 엔비디아 협력사인 미국 PMIC 팹리스가 국내 OSAT에 패키징 물량을 맡기고, 이를 엔비디아가 공급 받는 방식으로다. 국내에 있는 OSAT는 네패스, 하나마이크론, SFA반도체 등이 있다.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을 개발하는 미국의 팹리스(Fabless) 기업이다. 수년 간 구축해온 개발자 플랫폼 생태계, AI용 GPU 개발 역량 등에 힘입어 지난해 불어온 AI 열풍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현재 AI 데이터센터용 칩 시장에서 80% 이상을 과점하고 있는 선두주자다.
이밖에 AI칩과 함께 활용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도 훈풍이 불고 있다. 마이크론이 HBM3E 등 생산능력 확충을 위해 국내 HBM용 공정 장비 업계와 접촉하고 있는 덕이다. 실제로 한미반도체 등이 관련 수주를 확보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미국 주요 기업이 국내 반도체 후공정 기업을 찾는 이유는 높아지는 AI칩 수요 덕분이다. AI서버·데이터센터 급증에 따라 칩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현상이 발생했고, 이에 따른 생산 확대·원가 절감 니즈가 확대되면서 공급 협력사를 다각화하는 추세가 이어진 것이다.
미국과 중국 간 반도체 갈등이 심화된 점도 영향을 줬다. 미국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칩 제조 기술·장비 수출 규제 조치를 확대하면서 중국 협력사를 활용했던 미국 팹리스·메모리 기업의 공급망도 변화했다는 의미다. 또 대만 등 중국 인접국에 대한 위험도 줄이기 위해 한국, 일본 등으로 공급망 풀을 확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후공정 업계에서는 미중 갈등에 따른 공급망 변화로 국내 기업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고 보고 있다. 기존 매출 의존도가 높았던 중국 거래선의 진입장벽은 높아졌지만, AI 등 첨단·고부가 제품이 많은 미국으로의 거래가 늘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문제는 이들 기업의 규모다. 미비한 국내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탓에 중소·중견 기업이 대부분이고 그마저도 메모리 패키징과 성숙 공정 장비에 국한돼 있다. 반도체 집적회로 미세화 한계로 첨단 패키징이 대안으로 떠오른 상황이지만, 정작 이 역할을 보조하고 수행하는 생태계 조성이 여전히 미진한 셈이다.
관련 생태계 육성을 위한 정책적 지원도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족한 인프라와 만성적인 인력 문제로 공동 연구개발(R&D) 환경이 마련되지 않은 데다, 투자할 여력이 없는 중소·중견 생태계를 지원할 법안이 없다는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K-칩스법은 투자를 보조하는 지원금을 주는 게 아닌 설비투자에 따른 세액공제를 주는 법안이다. 투자할 금액조차 확보하기 힘든 후공정 기업들 입장에서는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며 "그마저도 올해 말 시효가 만료될 예정이라, 국내 반도체 생태계를 지원하는 전반적인 제도 자체가 없어질 상황에 처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업계는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국가전 양상으로 흘러가는 만큼 수요-공급 기업 간, 민간과 정부부처 간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등 국내 시스템반도체 주요 기업이 모든 공정을 일임할 수 없는 만큼 생태계 전체를 부흥하는 방향의 지원이 나와야 한다"며 "공급망이 재편되는 지금 시기를 놓치면 더 높아질 진입장벽 아래 국내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기회가 더욱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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