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NEXON)은 넥스트 제너레이션 온라인 서비스(Next Generation Online Service)의 약자다. 차세대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온라인 게임이라는 개념을 정립한 ‘바람의나라’부터 한국 콘솔 게임 최초로 300만장 판매고를 올린 ‘데이브더다이버’까지, 넥슨은 남다른 도전 정신으로 국내 게임업계를 선도해 왔다. 창립 30주년을 맞은 넥슨은 올해를 글로벌 진출 원년으로 삼고, 회사 핵심 가치인 ‘재미있는 게임’으로 글로벌 공략을 준비 중이다. 넥슨이 걸어온 길과 걸어갈 길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27년 전부터 두드린 세계 시장 문… 서구권 개척 선봉
국내 게임산업을 선도해 온 넥슨은 일찍이 글로벌 시장 문을 두드려 왔다. 창업 4년째인 지난 1997년, 30만 달러를 투자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것이 시작이다.
넥슨은 그해 6월 법인을 통해 ‘바람의나라’와 ‘어둠의전설’을 현지에 서비스했다. 이에 앞서서는 재미교포를 대상으로 한글 버전 서비스를 미리 제공하고, 게임의 제목과 그래픽 등 내용을 미국 정서에 맞도록 변경하는 작업도 거친 것으로 전해진다.
글로벌 진출 사례도 노하우도 전무했던 게임업계에서, 누구보다 앞서 현지화의 중요성을 내다보는 등 글로벌을 겨냥 전략을 치밀하게 준비한 것이다.
당시 매체 보도에 따르면 고(故) 김정주 창업자는 “목표대로 올 연말까지 1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면 게임 서비스가 다양화 될 내년부터는 현지 진출이 본 궤도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게임사로 거듭나겠다는 강한 의지와 자신감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각각 ‘넥서스’와 ‘다크에이지스’로 북미에서 서비스된 바람의나라와 어둠의전설은 1999년 60만 달러 매출을 벌어들이는 등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넥슨의 이후에도 1999년 출시한 퀴즈 게임 ‘퀴즈퀴즈’와 2001년 출시한 실시간전략게임(RTS) ‘택티컬커맨더스’를 법인을 통해 서비스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 지속적으로 도전장을 던졌다.
◆중국 홀린 ‘던전앤파이터’… K-게임 열풍 이끈 넥슨
K-게임 열풍의 시작점도 넥슨이었다. 2003년 중국에서 서비스된 ‘크레이지아케이드’는 서비스 2년도 채 안 돼 회원수 약 7000만명, 동시 접속자 70만명을 돌파하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 이는 당시 세계 최고 기록으로, 기네스북 등재 여부를 놓고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국민 레이싱게임 ‘카트라이더’도 2006년 중국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여 만에 동시 접속자 80만명을 돌파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당시 중국의 유명 포털인 ‘바이두’에서 카트라이더를 검색한 횟수만 3700만회에 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넥슨 ‘던전앤파이터’는 2008년 중국에 진출해 2012년 동시접속자수 300만명, 1조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며 신화를 쓰기도 했다.
한국 게임 인기가 시들했던 일본 시장의 시선도 바꿨다. 넥슨이 2021년 일본 시장에 내놓은 서브컬처게임 ‘블루아카이브’는 지난 5월까지 글로벌에서 누적 4000억원을 벌어들였다. 이중 일본 지역 매출은 4분의3에 해당하는 75.4%로, 서브컬처 본고장에서 거둔 이례적인 성과다.
◆ 어렵게 꿴 서구권 공략 단추, 넥스트 스텝 밟는 넥슨
넥슨은 지난해 서구권 공략의 실마리를 잡았다. 6월 스팀을 통해 출시한 ‘데이브더다이버(이하 데이브)’가 전문가와 게이머의 호평 속에 300만장 판매고를 올리며 흥행에 성공하면서다. 판매량의 90%가 해외에서 비롯된 것으로, 서구권 이용자 마음을 확실히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12월엔 1인칭 슈팅게임(FPS) ‘더파이널스’를 출시해 동시 접속자 26만명을 기록하며 주류 장르에서도 경쟁력을 보여줬다. 이 덕분에 넥슨 지난해 4분기 북미‧유럽 지역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8% 증가했다. 연간으로는 2014년 996억원 수준에서 2881억원으로 3배 가까이 뛰었다.
성공적인 도움닫기를 마친 넥슨은 올해를 글로벌 진출의 원년으로 삼고 있다. 넥슨은 올 여름을 시작으로 내년부터 해외를 겨냥한 다양한 장르와 플랫폼 신작을 잇달아 출시할 예정이다.
해당 시기가 글로벌 도약 시점을 2025년으로 점친 김 창업자의 예상과 맞아떨어지는 점은 재미있는 부분이다. 넥슨 성장기를 다룬 책 ‘플레이’에 따르면 김 창업자는 2015년 넥슨이 글로벌 기업이냐는 질의에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그는 “글로벌 기준으로 보면 넥슨은 아직도 조그마한 회사다. 10년은 더 굴러가야 글로벌 게임사와 교류가 될 것”이라고 짚은 바 있다.
◆이정헌 시대 포문... 김정주 꿈 이룰까
넥슨은 27일 주주총회를 통해 이정헌 전 넥슨코리아 대표를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이정헌 대표는 2003년 넥슨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2018년 대표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가 지휘봉을 잡은 동안 넥슨은 연평균 20% 매출 성장을 일궈냈다. 지난해는 4조원에 육박하는 연간 매출을 올리며 업계 내 독주 체제를 구축했다.
이 대표는 기존 라이브 게임의 지속 성장을 이끌었을 뿐 아니라 ‘던전앤파이터모바일’, ‘메이플스토리M’, 블루아카이브와 데이브 등 상당수 흥행작도 배출해 냈다. 김 창업자가 생전 강조한 ‘좋은 게임’과 ‘개발’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로 평가된다.
이 대표는 글로벌 시장을 기반 삼아 넥슨의 새 시대를 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신작 개발과 기술적인 혁신에 대한 넥슨의 헌신은 넥슨이 세계를 무대로 또 한 번 성장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라며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글로벌 타이틀의 안정적인 운영과 글로벌 성공작이 될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신작 개발 투자로 넥슨의 새 시대를 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넥슨은 상반기 숨고르기에 들어간 뒤, 여름부터 본격 신작을 공개할 예정이다. PC‧콘솔 루트 슈터 게임 ‘퍼스트디센던트’, 대표 IP ‘마비노기’를 모바일로 재해석한 ‘마비노기모바일’이 출격 대기 중이다.
한편에선 PC‧콘솔 신작 개발에 몰두한다. 던전앤파이터 IP 기반 하드코어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퍼스트버서커: 카잔’은 지난 2월 이용자 테스트를 진행하는 개발이 한창이다. ‘마비노기 영웅전’의 후속작 격인 콘솔 액션 RPG ‘빈딕투스: 디파잉페이트’도 개발이 본격화됐다.
데이브로 신화를 쓴 넥슨 개발 서브브랜드 민트로켓은 익스트랙션 RPG ‘낙원: 라스트더파라다이스’의 두 번째 오픈 베타 테스트를 목표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연내 데이브의 플레이스테이션 확장과 DLC(추가 콘텐츠) 출시도 예정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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