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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도 '전고체 홀릭'…차세대 배터리 공급망 구축 주력 [소부장박대리]

현대차·기아 양재사옥 [ⓒ 연합뉴스]
현대차·기아 양재사옥 [ⓒ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을 포함한 완성차, 배터리 셀 제조사들이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자체 기술을 확보해 차세대 제품 성능을 높이는 한편, 기술 내재화로 원가를 절감하겠다는 목표로 풀이된다. 배터리 시장 내 입지를 넓혀 공급망관리(SCM)를 주도하는 협력 관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국내 소재 협력사와 함께 전고체 배터리 샘플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재료분석 업체에 전고체용 샘플 분석을 의뢰하는 등 성능 검증 단계에 이르렀고, 최근에는 샘플 성능에서 의미있는 성과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한 차세대 배터리다. 인화성 물질인 전해액 대신 고체전해질을 사용해 화재 위험성이 매우 낮다. 화재 위험이 덜한 만큼 전기차 배터리 팩 내 냉각장치 등 부품을 줄일 수 있고, 안전 문제로 적용이 어렵던 리튬 금속을 음극으로 적용해 에너지밀도까지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현대차는 2020년을 기점으로 판매되는 차량 중 전기차 비중이 높아지자 배터리 관련 연구개발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배터리를 보다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서다. 실제로 지난 2020년 남양연구소 산하 배터리 개발 조직을 갖췄고, 2021년 이 조직을 배터리 개발센터로 통합했다. 올해 하반기까지 의왕연구소에 차세대 배터리 연구동을 구축할 계획도 세웠다. 이밖에 서울대학교, 미국 SES 등과 리튬메탈 배터리에 대한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배터리 기술 내재화를 추진하는 기업은 현대차뿐만이 아니다. 일본 도요타는 2020년부터 전고체 관련 특허를 확보하며 배터리 양산성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업계 내에서는 도요타가 이르면 2027년부터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독일 폭스바겐 역시 미국 전고체 개발 기업 퀀텀스케이프에 전략적 투자를 집행하고, 자회사 파워코를 거쳐 전고체 성능을 검증하는 등 기술 내재화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완성차 제조사가 전고체 개발에 몰두하는 이유는 자체 전기차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배터리 셀 제조사에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내연기관에서와 같은 안정적인 생산 구조를 갖추겠다는 의미다.

전기차는 내연기관과 달리 탑재된 부품이 적은 대신 특정 부품에 대한 원가 비중이 매우 높게 책정돼 있다. 전기차 원가의 절반에 달하는 배터리 가격이 대표적 사례다. 자체 기술이 미비한 탓에 생산원가를 낮추기 힘든데다, 높아진 전기차 수요로 공급 탄력성이 올라가면서 배터리 셀 제조사 의존도가 크게 높아졌다. 최근 들어서야 전기차 수요가 꺾이며 가격이 다소 내려간 상황이다.

반면 전고체 배터리는 아직 상용화된 사례가 없는 기회의 영역이다. 고체전해질의 계면저항 문제, 리튬 금속 음극의 덴드라이트(결정화), 비싼 가격 등이 걸림돌로 남아 있어서다. 이 문제가 해결되면 주력 동력원이 될 수 있는 만큼, 기술을 우선 확보해 관련 공급망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에서도 완성차 기업들의 이해도가 매우 높아졌다. 이들 업체가 소재·장비 관련 네트워크도 차근차근 쌓아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전고체 상용화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 있어, 미리 기술을 확보하고 셀 업체 공급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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