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 BOE가 대규모 자본을 앞세워 8.6세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라인 구축을 추진하면서 업계에 적잖은 긴장이 감돌고 있다. 앞서 투자를 발표한 삼성디스플레이보다 훨씬 더 많은 투자금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BOE가 아무리 거대 자본을 내세웠다고 하더라도 삼성디스플레이보다 먼저 8.6세대 OLED 라인을 구축, 시장 선점을 하긴 어려울 거라 보고 있다. 라인 구축엔 '증착 장비'가 핵심인데, 현재 BOE가 수급하기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이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다수의 디스플레이 기업이 최근 8.6세대 OLED 투자 계획을 발표, 설비 증설에 공식화하고 있다. 8.6세대 OLED는 유리 기판 크기가 2290x2620mm인 최신 OLED 패널로, 기존 6세대 OLED (1500x1850mm) 대비 약 2.25배 큰 크기로, 생산 효율성, 화면 크기, 화질 등에서 우위를 가진다.
가장 먼저 8.6세대 증설을 발표한 곳은 삼성디스플레이다. 지난해 4월 투자 협약식을 연 삼성디스플레이는 오는 2026년까지 4조1000억원을 투자해 8.6세대 IT용 OLED 생산시설을 짓기로 했다. 생산능력은 유리 원판 투입기준 월 1만5000장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에 이어 지난해 11월 중국 BOE가 오는 2026년 말 양산을 목표로 8.6세대 IT용 OLED에 630억위안(한화 약 11조4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생산 능력은 월 3만2000장이다.
BOE가 삼성디스플레이의 약 세 배 이상 규모의 자본을 앞세워 OLED 시장 점유 확대를 노리고 있는 가운데, 이로 인해 한국 기업들이 OLED 산업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축소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BOE가 실질적으로 OLED 8.6세대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를 따라잡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선이다. 8.6 세대 라인 구축을 위해서는 장비 업체와의 협력이 필수적인데, 장비 수급 측면에서 삼성디스플레이가 유리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어서다.
그 중에서도 '증착 장비' 수급이 핵심으로 지목된다. 증착 장비는 OLED 패널의 핵심 요소인 유기물을 기판 위에 얇게 쌓아 올리는 역할을 하는데, 이 장비의 성능과 정밀도에 따라 OLED 패널의 품질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이 증착 장비의 생산량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현재 증착 장비를 생산하는 업체는 캐논토키와 선익시스템 등으로 각사마다 연간 생산량은 2대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증착 장비는 100m가 넘는 거대한 라인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곳엔 다양한 챔버가 결합돼 있어 제작이 더욱 어렵다.
이러한 가운데 현재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미 캐논토키 계약을 통해 물량을 선점한 상태다. 2012년부터 삼성디스플레이는 캐논토키로부터 중소형 OLED 패널 생산에 사용되는 증착 장비를 독점으로 받아오며, 10년 이상 지속된 긴밀한 협력 관계를 이어왔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올해 캐논토키 증착 장비 물량을 확보한 만큼, BOE가 캐논토키로부터 장비를 들여오려면 2026년 이상이 돼야 한다.
대안처인 선익시스템의 경우, 오랜 기간 LG디스플레이에 증착 장비를 대며 협력 관계를 강화해 왔다. 아직 LG디스플레이는 아직 8.6 세대 라인 증축 계획을 발표하지 않은 만큼, BOE가 선익시스템 물량을 가져오지 못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긴 힘들다. 이 때문에 BOE는 최근 8.6 세대 라인 기공식에 캐논토키와 선익시스템을 모두 초대하며 의지를 다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캐논토키 물량은 사실상 삼성디스플레이가 먼저 가져온 만큼, BOE가 캐논토키 장비를 쓰려면 다소 후발 주차가 되는 상황이 그려질 수밖에 없다"라며 "선익시스템 장비를 쓸 것이 유력하다는 게 업계의 시선인데, LG디스플레이도 8.6세대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시점이라 추후 상황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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