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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회-농협금융지주, 집안싸움 후폭풍… 계열사들 리스크관리는 뒷전? [DD인사이트]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왼쪽),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 ⓒ농협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왼쪽),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 ⓒ농협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지금 시대가 어느 때인데, 당연히 전문성이 있는 인사를 선임해야 하는게 맞지 않을까요?"

최근 NH농협금융지주와 농협중앙회가 NH투자증권 차기 대표 선임과정에서 신경전을 벌인 것에 대한 금융권 관계자의 의견이다.

일명 '농협 사태'는 NH투자증권 차기 대표 추천 과정에서 벌어졌다.

우선 농협금융지주는 전문성을 내세운 '증권맨' 윤병운 NH투자증권 부사장을 차기 대표로 추천했다.

특히 윤 부사장은 6년간 NH투자증권 수장을 역임했던 정영채 사장과 20년 가량 호흡을 맞췄다는 점에서 차기 대표의 적임자라는 평가였다.

반면 농협중앙회는 '농협맨'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을 NH투자증권 차기 대표 후보로 내세웠다.

농협중앙회측은 '농협 정신을 불어 넣어 다른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확대할 수 있는 이가 대표에 올라서야 한다'는 입장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양측의 신경전속에 최종적으로, 농협금융지주가 내세웠던 윤병운 부사장이 지난 11일 차기 대표로 내정되면서 사태는 일단락 되는 분위기였다.

결과적으로 보면, 농협금융지주가 농협 지배 구조의 정점에 있는 농협중앙회를 꺾어버린 모양새다.

다소 확대 해석같지만, 이번 '농협 사태'로 지난 11일 공식 취임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체면도 구겨졌다.

◆금감원, 농협금융 지배구조 현장검사 돌입… 재확인된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파워?

NH투자증권의 차기 대표는 결정됐지만 '농협 사태'의 후폭풍은 지속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사태를 의식한 듯, 농협금융지주와 그 계열사에 대해 차기 사장 인선 절차의 적절성 등을 포함한 농협의 지배구조를 면밀하게 들여다 보기 위한 현장검사에 돌입했다.

이를 두고 고위 관료 출신인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뒷말까지 무성한 가운데, 농협 내부의 냉전이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석준 회장은 지난 2022년 대선 과정에서 당시 윤석열 후보 캠프의 '경제 멘토'로 강한 인상을 남겼고, 윤 대통령 당선 이후 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함으로써 현재 국내 금융권에선 임종룡 회장과 함께 정부 친화적 인물로 꼽힌다. 역으로 말하면 그만큼 실세(?)로 평가받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 일로 '농협중앙회장보다 더 위세가 큰 농협금융지주 회장'이라는 세간의 시선이 굳어진다면 농협 조직에는 더 큰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한편 보다 근본적으로, 이 같은 사태는 농협의 기이한 지배구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의 입김이 쎌 수 밖에 없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면서 "다른 금융그룹들과도 이런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지주의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는 대주주이기 때문에 농협금융 계열사에 대한 인사·경영 등의 대한 개입이 클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농협중앙회가 신용·경제 사업분리(신경분리)를 단행한지 10년이 훌쩍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증권 경험이 없는 인물을 증권 사장 후보로 올릴 만큼 아직까지 농협금융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의 잡음은 과거부터 이어져왔다.

'명칭사용료(농업지원사업비)'가 대표적이다. 일종의 브랜드 사용료인 명칭사용료는 농협금융지주가 농협중앙회에 분기마다 지출하는 금액인데, 이 금액의 지출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꾸준이 제기됐다.

특히나 이같은 명칭사용료는 계열사가 당기순손실을 입을때도, 심지어 농협금융지주가 5대금융 중 꼴찌 탈출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매분기 지출해야 하는 금액이기 때문에 농협금융 입장에선 '불편한 금액'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집안 싸움에 방치된 손자회사들?

이런 가운데 농협금융 계열사들의 내부통제 문제는 여실히 드러나는 중이다.

농협금융지주의 주요 계열사인 NH농협은행은 지난 5일 "109억원 규모의 업무상 배임 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농협은행 측에선 자체 감사 과정을 통해 이번 사건을 인지했다는 점을 나름대로 강조하는 모습이지만, 외부에서 보는 이에 대한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농협은행의 금전사고는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농협은행에서 발생한 금전사고액은 29억4000만원에 달한다.

또 다른 계열사인 NH투자증권도 난처한 상황에 놓인 건 마찬가지다.

윤 내정자는 시작부터 실적 개선에 앞서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의 내홍까지 수습해야 하는 과제까지 떠안았다. 이처럼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는 집안 싸움으로 애먼 손자, 자녀격의 금융계열사들에게 도움을 주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피해만 끼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12일 취임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과 지난해 초 취임한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무의미한 힘겨루기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는 모른다.

농협중앙회를 정점으로 구시대적 지배구조의 혁신 필요성, 또한 그로인해서 파생되고 있는 농협금융그룹의 리스크에 금융권 안팎의 우려도 점점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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