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가 무산됐다. 불법 승계 혐의와 관련한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검찰이 항소하면서 사법리스크가 재부각되서다.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하지 못하면서 업계에 안팎에서는 삼성의 대형 인수합병 (M&A) 이나 신기술 투자 등의 의사결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재계에선 최근 이 회장이 현장경영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미 충분한 투자 준비를 마쳐 놓은 만큼, 연내 기대할 만한 투자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기대한다.
◆ '불법 승계' 1심 무죄에도 등기이사 복귀 무산…검찰 항소 탓
삼성전자 이사회는 20일 회의를 열고 ▲재무제표 승인 ▲사외이사 신제윤 선임 ▲감사위원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조혜경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유명희 선임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정관 일부 변경 등을 주총 안건에 상정하기로 했다.
이번 이사회에서 업계가 촉각을 세우고 있었던 것은 이 회장의 등기 이사 복귀 여부였다. 이사회 구성원이 되면 기업 경영의 법적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지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 사업 부진으로 실적 악화 등 어려움을 겪으며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로 경영에 대한 책임감을 강화, 주주들의 신뢰 회복 등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이 회장도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의혹 관련 1심 무죄 선고 이후 책임경영 강화 차원에서 등기이사 복귀를 원했다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럼에도 이번 주총 안건엔 상정되지 않은 것은 검찰이 항소한 기점으로 삼성 내부 기류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사법리스크가 아직 잔존하는 상황에서 이사회 복귀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 것이다. 항소심과 추후 대법원 상고 가능성까지 고려할 때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선임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로 앞으로 삼성의 대형 M&A나 신기술 투자 등의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회장은 2012년 부회장 취임 이후 2016년 국정농단 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지 신사업 확대를 위해 M&A 사업에 힘써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삼성 기기 생태계 구심점으로 2014년 관련 기업 인수로 마련된 '스마트싱스'는 M&A 대표 성과다. 최근 전장 사업에서 성과를 내는 '하만'도 2016년 80억달러 규모로 삼성전자에 인수된 곳이다. 모바일 결제 시스템인 삼성 페이의 경우 삼성전자가 2015년 미국 모바일 결제 솔루션 업체인 루프페이를 인수하면서 기반 기술이 확보됐다. 삼성 AI 비서 ‘빅스비’ 역시 삼성전자가 2016년 관련 기업을 인수한 뒤 기반 기술을 확보해 선보인 서비스다.
◆ 240조 투자 약속한 이재용…올해도 대규모 M&A 물 건너가나
특히 이 회장은 가석방으로 풀려난 직후 3년간 240조원을 투입하겠다는 초대형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반도체뿐 아니라 AI와 로봇, 6G, 바이오, 전장 등 신사업 분야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다. 다만 아직 대규모 M&A 등 투자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보유액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79조6900억원 수준이다.
다만 이 회장은 최근 사법 리스크 지속에도 국내외 사업장을 잇달아 찾으며 연초 현장경영 광폭 행보 나서며 투자 주문을 하는 것은 올해 대규모 M&A 등이 기대되는 대목 중 하나다. 등기 이사 복귀와 무관하게 책임 경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 때문이다.
이 회장은 삼성이 신사업으로 육성 중인 배터리·바이오 등을 중심으로 현장 행보고를 이어가고 있는데, 먼저 지난 9일 말레이시아 스름반 소재 삼성SDI 생산법인을 방문해 "어렵다고 위축되지 말고 담대하게 투자해야 한다"며 "단기 실적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과감한 도전으로 변화를 주도하자"고 강조했다.
16일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사업장을 방문해 내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인 5공장 현장과 현재 본격 가동 중인 4공장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바이오의약품 생산의 선도적 역할을 다지라고 당부했다. 이 회장은 또한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선제적 투자로 시장을 선점하고, 고객의 신뢰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주주총회에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안이 상정되지 않은 것은 검찰의 항소로 사법 리스크 족쇄가 완전히 풀리지 않은 것이 주효한 역할을 했다"라며 "다만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는 것은 큰 의미로, 이 회장 역시 이 이후로 현장 경영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여부와 무관하게 아직 대규모 M&A 등이 나오지 않는 것은 글로벌 경기침체 등 복합적인 요인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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