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윤석열 정부가 디지털시대 국민편익 제고를 위한 ‘디지털플랫폼정부’를 본격 실현한다. 민원서류나 인감증명 등 불필요한 행정요구들을 최소화하는 ‘원스톱 행정서비스’ 제공이 첫걸음이다.
다만, 지난해 말 연이어 터진 국가전산시스템 오류 사태로, ‘세계 최고 디지털정부’를 자신했던 우리 정부의 부족한 디지털재난 대응력도 숙제로 남아 있다. 늦어도 오는 31일에 발표될 범부처 디지털행정서비스 종합대책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30일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와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이하 디플정위)는 ‘국민이 편리한 원스톱 행정서비스 제공’ 계획을 밝혔다. 민원·공공서비스 신청시 요구되는 구비서류나 인감증명을 줄여 편리하게 디지털행정을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민원·공공서비스 신청 시 구비서류를 ‘제로(Zero)화’할 방침이다. 행정·공공기관간 데이터 칸막이를 허물고 상호 간 보유한 정보를 공유해, 향후 3년간(2024~2026년) 1498종의 민원·공공서비스를 관공서 구비서류 없이 신청토록 개선한다. 또한 총 2608건의 인감증명 요구 사무 중 단순 본인확인 필요성이 낮은 사무 2145건(82%)에 대해서는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인감증명 절차를 없기로 했다.
이에 따라 행정서비스 이용에 있어 국민편익이 높아질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실제 같은날 오전에 열린 7번째 민생토론회에서는 복잡한 서류제출 절차의 어려움을 호소한 국민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세종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장부 씨는 코로나 시국에 운영하던 매장 중 하나를 폐업하면서 정부의 점포 철거비용 지원을 받으려고 했대가, 제출해야 할 서류가 너무 많아 결국 지원금을 포기하고 자비로 철거를 했던 경험을 공유하면서, “저보다 더 나이 든 분들도 편하게 지원받을 수 있게 시스템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민생토론회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구비서류의 디지털화는 제가 대선후보 시절부터 공약한 ‘디지털플랫폼정부 구현’ 정책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며 “각 지방정부마다 다른 규제와 지원책을 한번에 확인할 수 있게 디지털화하고, 나아가 모든 산업과 행정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행안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우리 정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로부터 ‘세계 1위 디지털정부’로 인정받은 사실도 알리면서 자찬을 했다. 실제 대한민국 디지털정부는 2019년에 이어 2023년에 OECD의 디지털정부 국제평가에서 2회 연속 종합 1위를 차지하면서, 전세계 디지털정부 경쟁력에 가장 앞서 있음을 입증받았다.
하지만 이처럼 디지털플랫폼정부 정책이 순항하는 것과 별개로, 지난해 11월부터 두달여간 계속됐던 국가전산시스템 장애 사태는 아직 우리 정부에 많은 과제가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당시의 국가전산시스템 마비는 단지 순간의 시스템 오류로 볼 것이라 아니라, 시스템의 근간을 이루는 공공 정보기술(IT) 사업의 불합리한 관행이 쌓이고 쌓여 터져버린 사고로 봐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공공IT 사업의 개발단가가 애초에 낮은 데다, 과업변경에 따른 추가비용을 인정하지 않는 점 등, 정부가 평소 공공IT에 대한 예산 부족을 방치하면서 ‘디지털 재난’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이달 말 부처합동으로 ‘디지털행정서비스 종합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장애 위험을 분산하고 중요 시스템 이중화를 강화하는 등의 재발방지 방안을 비롯해, 공공정보화 사업의 경쟁력 강화 등 디지털행정 체질전환 방안도 함께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고기동 행안부 차관은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민생토론회 사전브리핑에서 “행정안전망 장애에 대한 종합대책을 이번주 중 별도 브리핑할 예정으로, 그 안에 대기업의 공공 소프트웨어(SW) 참여제한 완화 문제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또한 장애 발생시 연쇄적으로 다른 서비스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위험을 분산하는 구조로 시스템을 설계하는 방향을 담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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