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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페이커 카드 어떡해… ‘LCK 레전더리스’, 반년 만에 서비스 종료 위기

LCK 선수들의 디지털카드를 판매하는 레전더리스 홈페이지. [ⓒ레전더리스 홈페이지]
LCK 선수들의 디지털카드를 판매하는 레전더리스 홈페이지. [ⓒ레전더리스 홈페이지]

[디지털데일리 문대찬기자]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수익성 악화를 타개할 상품으로 기대를 모았던 디지털 카드 사업 ‘LCK 레전더리스(이하 레전더리스)’가 반년 만에 서비스 종료 기로에 놓인 것으로 <디지털데일리> 취재 결과 나타났다.

리그 소속 게임단이 적자난에 시달리는 등 LoL 이스포츠 전반에 위기감이 심화하는 가운데서, LCK와 주관사 라이엇게임즈(이하 라이엇)에 대한 책임론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25일 현재 LCK 레전더리스 홈페이지는 개점휴업 상태다. 지난해 출시된 ‘2023 LCK 서머’ 시즌 카드를 끝으로 신규 상품이 등록되지 않고 있다. 지난 17일 ‘2024 LCK 스프링’ 시즌이 막을 올렸는데, 관련 카드는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없다.

라이엇과 레전더리스는 현재 해당 서비스 지속 여부를 놓고 협의 중이다. 레전더리스 관계자는 “녹록한 상황이 아닌 건 맞다. 현재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며 “어떻게 사업을 끌고 나갈 수 있을지 고민 중인 상황에서, 종료 가능성도 열어두고 양사가 합의 중”이라고 말했다.

레전더리스는 LCK와 주식회사 레전더리스가 맞손을 잡고 지난 2022년 출범한 디지털 카드 사업이다. 미국프로농구(NBA)의 NFT(대체불가능토큰) 카드 서비스 ‘탑샷’을 모티브로 ‘페이커(이상혁)’와 같은 LCK 선수들의 프로필 사진과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 등을 결합해 제작된 디지털 카드를 판매했다. 다만 가상화폐 결제를 지원하지 않는 등 NFT와는 차이가 있다.

LCK 오상헌 대표와 레전더리스 배승익 대표가 업무협약식을 체결한 모습. [ⓒ라이엇게임즈]
LCK 오상헌 대표와 레전더리스 배승익 대표가 업무협약식을 체결한 모습. [ⓒ라이엇게임즈]

레전더리스는 지난해 서머 시즌 중계 화면 곳곳에 상품을 홍보하는 등 본격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디지털 카드에 대한 수요가 예상보다 높지 않은 데다, 가격도 만만치 않아 사업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카드 구매자가 모인 디스코드 채널은 지난 연말부터 관리자 규모가 축소되고, 이벤트가 일괄 종료되는 등 서비스 종료 조짐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레전더리스 사업이 반종료 상태인 건 건 익히 알려져 있었다. 디지털 콜렉터블은 교환성과 거래성, 수집성, 그리고 출금이 중요하다. 하지만 라이엇게임즈와 의견을 좁히지 못해 가상화폐 거래가 불가능한 구조가 만들어진 게 실패 요인”이라고 귀띔했다.

LCK는 지식재산권(IP) 라이선스만 제공했을 뿐, 사업 주체는 레전더리스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선 IP 홀더인 라이엇게임즈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사업 세부 상황이나 지속 여부 등을 결정하는 것도 라이엇과의 협의 없이는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LCK 이정훈 사무총장은 지난해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탑샷을 통해 해당 사업모델에 관심을 가졌고 레전더리스와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당시 “레전더리스가 잘 정착된다면 리그의 수익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LCK는 당초 레전더리스 사업 매출 50%를 게임단에 분배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생소한 디지털 카드 사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에도 불구, 야심 차게 내놓은 수익모델이 별다른 성과 없이 문을 닫게 된다면 리그 수익성 악화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힘을 얻을 수 있다.

LCK 10개 게임단 대표 감독 선수들이 스프링 시즌 개막에 앞서 기념 촬영에 임하고 있다.
LCK 10개 게임단 대표 감독 선수들이 스프링 시즌 개막에 앞서 기념 촬영에 임하고 있다.

앞서 LCK 게임단은 ‘지속가능한 LCK를 위한 공동 입장문’을 내고 리그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LCK의 변화를 요구한 바 있다. 이들은 리그가 사업적 구조를 포함한 근본적 문제 해결 없이 선수와 팀들에게 성장과 생존의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게임단들은 LCK가 프랜차이즈 제도 도입 시 약속했던 지속 가능한 리그를 만들기 위한 노력에 소홀하다면서 LoL IP와 연계한 사업 모델 기획 및 실행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게임 프로덕트를 우선시하는 라이엇의 기조가 동업자들과의 상생을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레전더리스는 이러한 피해 사례 중 하나라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궁극적으론 LCK 사무국보다는 라이엇게임즈의 문제라고 봐야 한다”며 “수익성과 사업성보다는 그들의 게임 정책이 우선이라 사업 모델에 어려움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단의 적자난과 레전더리스 사태는 무관하지 않다”며 “동업자에 대한 LCK나 라이엇의 책임감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한편, 레전더리스 측은 서비스 종료 여부와 별개로 구매자에 대한 책임을 다하겠단 방침이다. 레전더리스 관계자는 “서비스 상황에 대해 미리 빠르게 말씀드리지 못해 팬들에게 죄송하다. 걱정하시는 것처럼 ‘먹튀’ 등 무책임한 행동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며 “라이엇과 협의를 이어가 책임감 있는 결과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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