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이동통신을 대체할 6세대 이동통신(6G) 기술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5G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우리나라는 6G 기술을 선도하기 위해 이동통신사와 장비 제조사는 물론 정부까지 나서 기술 패권 확보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전 산업의 혁신과 일상의 변화를 가져다줄 6G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6G를 선도하기 위해 준비중인 국내외 기업들과 우리 정부의 정책들을 들여다보고, 관련 통신기술의 미래를 조명해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김문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새해 첫 경영 행보로 6G를 포함한 차세대 통신 기술 동향을 점검했다. 6G는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차, 로봇, 확장현실(XR) 등 미래 기술을 일상생활에서 구현하는 첨단 신산업의 핵심기반 기술이다. 그만큼 시장 선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10일 서울 우면동 소재 삼성리서치를 찾으면서 새해 첫 현장경영을 이어갔다. 이 자리에서 그는 ▲6G 통신기술 개발 현황 ▲국제 기술 표준화 전망 ▲6G 및 5G 어드밴스드 등 차세대 통신기술 트렌드를 살펴 보고 ▲미래 네트워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사업전략에 대해 논의했다.
이같은 이 회장의 행보는 최근 6G 표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뤄진 수순으로 해석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초기 5G 시장 개척에 나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5G 상용화를 1년여 앞둔 지난 2018년 7월 삼성전자는 이례적으로 수원 본사 네트워크사업부(R3)를 공개한 바 있다. 이 곳에서는 초고주파 5G뿐만 아니라 5G 전국망을 구축하는 중대역(sub-6) 주파수에 대응하는 무선장비를 실제로 선보였다. 무선장비를 전시한 것에서 더 나아가 실제 시연까지도 이뤄졌다.
당시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목표로 전력투구했으나 삼성전자 등 국내 장비사들이 함께하지 않는다면 무늬만 최초일뿐 실리를 거두기 어려웠다.
앞서 삼성전자는 평창동계올림픽에 5G 시범사업을 전개한다고 밝혔으며, 이 약속을 실현하기도 했다. 5G 표준이 완성되기 전 독자 표준으로 노키아와 인텔, 버라이즌 등과 함께 삼성전자의 주요 장비들이 평창에 구축됐다. 삼성전자는 5G 장비뿐만 아니라 실제 5G 태블릿까지 배치하며 엔트투엔드 솔루션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같은 공격적 행보로 삼성전자는 화웨이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 시장에도 이름을 올렸다. 중국의 5G 기술 연구개발 시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또한 미국 이통사 중 3개사에 5G 장비를 수주하는데 성공했다.
삼성전자의 5G 비즈니스는 초기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5G가 전개되기 시작한 2019년 초반만 하더라도 삼성전자의 5G 장비 점유율은 20%를 넘어섰다.
특히, 미국의 중국 무역통제로 인한 반사효과를 누렸다. 시장조사업체 델오로 그룹의 당시 보고서를 살펴보면 삼성전자는 37%의 점유율을 기록하면서 1위에 올라섰다. 화웨이와, 에릭슨, 노키아 등 강자들이 즐비한 네트워크 장비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잠깐이나마 왕좌에 오른 때다. 이 역시 삼성전자의 시장 선점에 대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물론, 이후 강자들의 시장 안정화에 따라 순위가 밀리기는 했으나 대응한 수준으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5G 상용화 1년이 지난 2020년 4월 삼성전자의 5G 장비 점유율은 23.33%로, 1위 화웨이 26.18%, 2위 에릭슨 23.41%에 근소한 차이로 추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5G 시장 선점 노하우를 기반으로 6G 기술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제전기연합(ITU) 6G 표준화에 기여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가 마련한 미래 IMT 특별반에 이름을 올렸다. 6G 비전 사전 작업을 통해 ITU 국제 표준화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었다. TTA 5G 국제협력 특별 프로젝트그룹(SPG34)에도 최형진 삼성전자 수석이 대표로 참여했다.
삼성전자의 적극적인 공세가 글로벌 시장에도 통했다. 2021년 3월 삼성전자는 ITU-R 총회에서 6G 표준화 회의 의장단에 진출했다. TTA에서도 진두지휘했던 최형진 연구원이 의장으로 선출된 것. 최형진 연구원은 삼성리서치 차세대통신연구센터에서 근무했다. 이재용 회장이 새해 첫 현장행보로 찾아간 곳도 삼성리서치다.
삼성전자는 2019년 삼성리서치에 차세대통신연구센터를 설립하고 5G 경쟁력 강화와 6G 선행 기술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2020년 7월에는 6G 백서에서 '새로운 차원의 초연결 경험'을 제공한다는 차세대 6G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후보 기술, 표준화 일정 등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같은 선행적 연구가 빛을 발한 셈이다. ITU-R은 전파통신 규약을 담당하는 국제 의결기구로 193개 회원국이 가입돼 있으며, 2023년 6G 비전 완성을 목표로 국제 표준화 준비에 나설 수 있게 됐다. 6G 비전을 기반으로 산업계 표준기구인 3GPP를 통해 6G 통신 규격이 개발된다.
삼성전자는 차근차근 5G 시장을 확장시켰다. 2021년 캐나다 사스크텔에 5G 무선장비를 단독 공급하는가 하면, 같은해 일본 KDDI에 5G 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같은해 삼성전자는 영국 보다폰에 5G 사업을 수주하면서 처음으로 유럽을 발을 내딛었다.
삼성전자는 5G에서의 자신감을 토대로 2021년 6월 네트워크사업부 단독으로 ‘삼성 네트워크 : 통신을 재정의하다’라는 주제로 행사를 첫 개최하기에 이르렀다. 전세계를 대상으로 생중계된 이 행사는 삼성전자가 네트워크 시장에서도 무시못할 성장세를 이룩했다는 반증으로 읽혔다.
5G 시장 선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알기에 이재용 회장 역시 새해 첫 경영 행보로 차세대 6G 통신기술 개발 현장을 찾은 셈이다. 삼성전자도 6G 기술 선점 여부가 삼성의 미래는 물론 대한민국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용 회장은 "새로운 기술 확보에 우리의 생존과 미래가 달려있다”라며, “어려울 때일수록 선제적 R&D와 흔들림 없는 투자가 필요하다. 더 과감하게 더 치열하게 도전하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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