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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뛰는 이커머스] ② ‘비용 효율화’로 첫 월간 흑전한 컬리…신년 키워드는 ‘팬덤’

충성고객·록인 효과로 팬덤 구축 노린다…소비자·파트너사 스킨십도 강화에 ‘속도’

지난해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들은 ‘외형 성장’과 ‘내실 경영’ 두 마리 토끼를 잡지 못한 채 딜레마에 갇혔다. 국내 이커머스 기업공개(IPO) 1호 기업 출현도 유력했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고물가에 지갑을 닫은 소비자가 많아지고, 해외 이커머스 기업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업황이 악화된 것으로도 풀이된다. 이커머스 업계 전반은 절치부심하며 일어설 준비에 한창이다. 이에, 이커머스 기업들의 갑진년 새해 주력 키워드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컬리 김슬아 대표. [ⓒ컬리]
컬리 김슬아 대표. [ⓒ컬리]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상장예비심사까지 통과했던 리테일 테크 기업 컬리가 상장을 무기한 연기한지도 1년여가 흘렀다. 당시 업황이 계속해서 악화되자, 컬리는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를 선택했다. 지난해 IPO 대어로 꼽혔던 컬리였기에 이같은 결정은 예비 투자자들도, 내부에서도 아쉬움이 컸다.

유니콘 기업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한국거래소는 시가총액이 1조원만 넘으면 적자 기업이라도 상장할 수 있도록 규정을 완화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컬리는 외형 성장보다 만년 적자를 극복하며 내실을 다지는 것으로 정했다. 지난해 5월 흑자전환을 조건으로 추가 자금을 조달받은 이유 때문인 것도 컸다. 2015년 첫 서비스 이래 한 번도 흑자를 기록해보지 못한 기업이란 꼬리표는 치명적이었을테다.

이러한 와중에 컬리가 지난해 12월 월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흑자를 달성했다는 소식이 최근 투자은행(IB)업계에서 흘러나왔다. 비용 효율화를 위해 평택·창원 물류센터 기반으로 변동비를 잡고, 광고선전비 등 마케팅 비용을 줄였던 게 대표적인 이유로 거론된다. 이러한 흐름대로라면 연내 분기 기준 흑자전환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이처럼 컬리는 올해 더 분주히 속도를 내면서 계획된 적자를 깨뜨리고 정상에 올라갈 준비 태세에 나선다.

[ⓒ컬리]
[ⓒ컬리]

◆컬리의 2024년 핵심 키워드, ‘충성 고객’ 확보 넘어선 ‘팬덤’ 구축

컬리가 수익성 제고를 위해 선택한 건 바로 고객이다. 갑진년 새해, 컬리는 지난해처럼 같은 취향의 사람들이 서로 활발하게 교류하고 정보를 나눌 수 있도록 관심사 기반의 장을 마련하는 데 분주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컬리가 지난해 ‘팬덤’을 만들고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꾸준히 선보였던 만큼, 올해는 이러한 커뮤니티를 더욱 강화하는 데 주력하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지난해 컬리가 처음으로 출시하거나 선보였던 소비자 중심 서비스는 무엇이 있었을까? 우선 대표적으로는 소비자 편의성을 높여주는 컬리페이가 꼽힌다. 지난해 4월 출시한 자체 간편결제 서비스 컬리페이의 누적 가입자 수는 올해 10월 기준 25만명을 돌파했다. 컬리페이와 연계하면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컬리카드는 출시 이후 8월까지 약 4개월 만에 5만장 이상 발급됐다.

지난해 5월 출시된 커뮤니티 ‘컬리로그’도 대표적이다. 소비자들이 레시피, 푸드 스타일링, 뷰티 정보, 라이프 스타일 팁 등을 나누는 공간으로 조성됐다. 여기에, 컬리는 지난해 7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컬리 푸드 페스타’를 열었다. 해당 행사 역시 컬리의 수익성 제고보다는 소비자와 주요 파트너사의 스킨십을 돕고 양측 모두에게 다채로운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컬리가 서비스 출시 8년 만에 연 첫 오프라인 축제였다. 첫째 날엔 김슬아 컬리 대표가 ‘푸드 비즈니스 미래’를 주제로 한 소규모 컨퍼런스 스피커로 나서기도 해 시장의 이목을 끄는 데도 성공했다.

이어 컬리는 지난해 8월 유료 멤버십 ‘컬리멤버스’를 내놓으며 본격적인 충성고객 확보 경쟁에 뛰어들었다. 컬리멤버스는 매월 이용료 1900원만 내면 그 이상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구독형 멤버십이다. 가입 즉시 월 구독료 이상의 적립금 및 쿠폰팩 지급, 제휴 기업인 커피빈이나 편의점 씨유(CU)에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 컬리]
[ⓒ 컬리]

같은 달 게임형 앱테크 ‘마이컬리팜’도 내놨다. 마이컬리팜은 컬리 앱 내 가상의 테라스에 있는 화분에 작물을 키우면 해당 작물을 실제로 받아볼 수 있는 게임형 앱테크 서비스다. 각종 커뮤니티에선 “아보카도 같이 키우실 분” “팜친구 구해요”라는 글을 심심치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마이컬리팜에선 기존 앱테크의 구매 유도 요소를 없앤 점도 돋보인다. 열심히 기른 작물을 팔아 포인트로 바꾸고, 해당 포인트로 필요한 상품을 살 수 있다는 게 또 다른 묘미다.

‘펀슈머’(제품을 구매할 때 재미를 추구하는 소비자) 팬심을 자극하는 마이컬리팜 역시 고객 혜택에 방점을 두고 있다. 기존 앱테크의 구매 유도 요소를 없애는 한편, 다 키워낸 작물은 상점을 통해 다른 상품으로 교환할 수 있도록 했다. 컬리 앱 내 작물 키우기 게임을 통해 컬리 앱 접속 시간과 이용률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이처럼 컬리의 전년 행보들은 모두 팬덤이라는 한 단어가 관통한다. 올해 컬리는 근원적 경쟁력인 샛별배송을 놓치지 않으면서, 타 이커머스 플랫폼과의 차별화 포인트인 ‘전용 상품’(컬리온리, Kurly Only)을 중심으로 컬리멤버스 회원 팬덤을 공고히 할 계획이다. 컬리멤버스 회원만을 위한 인기상품 단독 특가를 선보이거나 전용 상품 구매 기회도 제공할 방침이다.

일반 소비자에게도 오프라인 공간에서 컬리가 내세우는 상품을 만져보며 느끼고, 더 나아가 구매도 할 수 있는 체험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다채로운 경험을 제공하며 앱 다운로드 및 체류 시간, 재접속률을 끌어올리겠다는 게 컬리의 복안이다.

[ⓒ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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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컬리 옆 뷰티컬리도 갑진년 활약 예고…매출·팬덤 쌍끌이 견인 주역될까

지난 2022년 11월 출시 당시 블랙핑크 ‘제니’를 앞세우며 소비자로부터 눈도장을 제대로 찍은 뷰티컬리 또한 올 한 해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뷰티 버티컬 서비스인 뷰티컬리는 타 경쟁사 서비스들의 입지가 워낙 공고했던 탓에, 출시 전후 시장의 우려를 한몸에 받기도 했다. 하지만 뷰티컬리는 보란 듯 성장했다. 현재도 이커머스 업계는 물론, 뷰티 업계 지형도까지 바꿀 정도의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최근 뷰티컬리는 1주년 전후로 누적 구매자 수 400만명을 기록했다. 주문 건수만 600만건을 넘어섰다. 컬리에서 식품, 일상품 전문관인 마켓컬리를 이용하지 않고 오직 뷰티컬리 몰만 이용한 고객 역시 1년 새 2배가량 늘어났다. 마켓컬리 주요 이용자 연령대이자 구매력이 높은 3040의 시선을 뺏은 건 럭셔리 브랜드 역할이 컸다. 마켓컬리 곳곳에도 뷰티컬리에서 만날 수 있는 상품을 배치시켜 뷰티컬리에 관심을 분산시킨 전략도 주효했다.

실제로 뷰티컬리를 이용하는 고객 연령대는 3040대가 70%, 50대가 20%를 차지한다. 올해 뷰티컬리는 명품 브랜드 입점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이곳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컬리온리 상품을 다수 선보이며 상품 경쟁력을 키울 방침이다. 뷰티제품 판매는 소비자 객단가를 높이고, 신선식품보다 재고 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해당 전략이 올해에도 제대로 먹힌다면 매출 견인은 물론 수익성 개선에 충분히 기여할 것으로 관측된다.

컬리 관계자는 “지난해엔 충성고객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면, 올해는 확보 개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팬덤을 구축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뷰티컬리 및 컬리온리의 활약과 평택·창원 물류센터 기반 비용 효율화, 생산성 증대 등이 계속해서 뒷받침된다면 올해 첫 목표로 둔 분기 흑자 전환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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