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곳곳에 비치되는 폐쇄회로(CC)TV의 숫자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2022년10월 이태원 압사 사고를 계기로 서울시는 인파 운집 사고 위험지역에 지능형 CCTV를 설치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산업계에서도 재난재해나 안전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지능형 CCTV를 기반으로 한 안전 시스템을 마련하는 추세다.
지능형 CCTV는 인파가 과도하게 집중되거나 폭행, 쓰러짐, 월담, 침입 등 이상 징후가 카메라에 찍힐 경우 이를 인공지능(AI)이 분석해 관제요원에게 알리는 것이 골자다. 관제요원은 AI가 전달한 정보를 분석해 필요할 경우 경찰서 등 유관기관에 전달하게 된다.
오늘날 사회 안전망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이지만 지능형 CCTV에 대한 비판은 적지 않다. 지나가는 행인 또는 자동차에도 반응하거나 거센 바람에 오작동을 일으키고, 정작 반응해야 할 쓰러짐이나 화재 등은 탐지 못하는 등 기대하는 수준의 성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2016년부터 지능형 CCTV에 대한 성능시험 및 인증을 진행 중이다. 난립하는 제품 중 일정 수준의 성능과 보안성 등을 갖춘 제품을 가려내겠다는 취지다. 급속도로 발전하는 AI 기술 수준에 따라 점차 평가 기준 역시 상향하고 있다.
KISA 김선미 물리보안성능인증팀장은 “경찰이나 지방자치단체, 소방 등 수요처 담당자가 참여하는 연구반을 구성해 그들이 필요로 하는 상황의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신청인이 영상을 분석한 기록지를 제출하면 KISA가 보유한 답안지와 비교해 점수를 책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며 “시험 인증을 위한 데이터는 1.8테라바이트(TB) 상당의 KISA 영상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KISA 지능형 CCTV 인증제도는 좀처럼 안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2023년12월3일 기준 지능형 CCTV 인증을 받은 제품은 총 140개다. ▲2017년 3개 ▲2018년 21개 ▲2019년 16개 ▲2020년 23개 ▲2021년 37개 ▲2022년 20개 ▲2023년 20개 등이다. 올해 연말까지 추가로 인증되는 제품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만족스러운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중 상당수는 인증이 만료됐다. <디지털데일리> 확인 결과 현재 인증을 유지 중인 제품은 83개다. 내년 상반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제품도 다수 있는 만큼 총 인증 제품은 오히려 줄어들 수도 있는 상황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안전 솔루션을 제공 중인 대표 기업들도 인증에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주요 대기업은 계열사를 통해 안전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계열사인 에스원, SK그룹의 SK쉴더스, KT의 KT텔레캅 등이다. 이동통신사인 LG유플러스도 지능형 CCTV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주요 기업 중 지능형 CCTV 인증을 유지 중인 것은 에스원이 유일하다. KT의 제품은 2023년11월6일 인증이 만료됐다. LG유플러스도 2023년10월22일 만료됐다. SK텔레콤의 제품은 2021년3월14일 만료됐다. ADT캡스를 통해 보안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SK쉴더스는 한 번도 인증을 받지 않았다.
경쟁 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도 자사 제품에 대한 평가를 받는 가운데 물리보안을 핵심 사업으로 삼고 있는 SK쉴더스가 참여하지 않은 것은 의아한 대목이다. 2022년 기준 1조7928억원의 매출을 거두는 기업인 만큼 인증 절차나 비용 등이 부담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주요 기업의 인증 참여 저조에 대해 KISA 측은 “인증평가는 어디까지나 자율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강제할 수는 없다”면서도 “국민이 안심하고 쓸 수 있는 제품임을 알 수 있도록, 기업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린다. KISA도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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