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스타트업 시장에 부는 투자 혹한기로 정보기술(IT) 서비스들이 주춤하고 있지만, IT업계는 내년도 시장 전망을 마냥 비관적으로 보진 않고 있다. 어려운 대내외 환경에서도 흑자 전환에 성공한 플랫폼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까지 국내 스타트업 투자 동향을 살펴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투자 혹한기로 회복세가 더딘 상태다. 올 1~3분기 누적 벤처투자 투자 금액은 7조6874억원으로, 지난 2019년~2020년 수준을 웃도는 수준이나 10조원대에 달했던 재작년과 작년 투자 금액엔 못 미친다.
분야별로는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 등 딥테크 분야가 투자시장 회복세를 주도했다. 반면,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와 유통, 게임 등 비대면 경제 확산으로 수혜를 입었던 분야는 투자가 절반 가까이 급감했다.
장원열 카카오벤처스(KV) 수석심사역은 29일 서울 강남구 마루360에서 열린 ‘KV 브라운백 미팅’에서 “작년 하반기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완벽한 회복세라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내년엔 IT서비스 분야가 좀 더 개선될 것이라 기대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실제 에이블리·브랜디·블랭크·삼쩜삼·마이리얼트립·리멤버·탈잉 등 최근 흑자 전환 소식을 전한 플랫폼 기업들이 적지 않다. 장원열 심사역은 “이들 기업이 돈을 벌게 된 배경엔 비즈니스 모델(BM) 확보와 플랫폼 영향력 확대, 수수료 인상, 인공지능(AI) 활용한 기능 고도화, 구조조정 등이 있었다”고 전했다.
다만, 내년 스타트업 투자상황이 나아지더라도 기업공개(IPO) 시장은 부진할 전망이다. 장 심사역은 “증권사에선 공모금액 기준 1조원을 넘기는 하우스가 나오면서 적극적으로 IPO 진행을 목표로 하는 등 시장이 회복하는 듯했다”며 파두와 같은 기술특례상장 기업들의 ‘실적 부풀리기’ 사태 파장이 생각보다 오래 지속될 것이라 내다봤다.
파두는 올 하반기 코스닥 IPO ‘대어’로 꼽혔던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였지만, 최악의 ‘어닝 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에 금융당국은 예비 상장사들이 IPO를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때 제출 직전달까지 매출액·영업손익 등(잠정 포함)을 추가로 기재하게 하는 등 사태 재발을 위해 제도 개선에 나섰다. 증권가는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이를 긍정하면서도 코스닥 시장 문턱에 높아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장 심사역은 시장에서 제기되는 ‘AI 버블’에 대해선 “지난 2018년과 2021년 ‘비트코인’ 때보다 훨씬 뜨거운 상황으로, 일회성 이슈가 아닌 만큼 버블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생성형 AI ‘챗GPT’ 개발사인 오픈AI가 우리사주 매각도 논의할 정도로 너무 높은 벨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은 여전히 부담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이날 행사행사에 카카오벤처스는 내년 주목할 만한 분야별 서비스로 ▲의료 인공지능(AI) 서비스 ▲딥테크 ▲디지털헬스케어를 소개했다.
뉴로엑스티는 성준경 고려대 바이오의공학부 교수를 주축으로 구성된 팀으로, 자기공명영상(MRI), 양성자방출단층촬영(PET) 등 다양한 뇌 영상 기법과 AI 기술을 접목해 치매 치료제 효능을 예측하는 기업이다.
비블은 크래프톤·루닛 출신 중심으로 모인 팀으로, AI 기반 버추얼 프로덕션 플랫폼 ‘스위치라이트 스튜디오’를 개발하고 있다. 영상 스튜디오용뿐 아니라 일반인도 사용 가능한 웹, 모바일 서비스도 개발 중이며 모바일 버전은 중동과 남미 등에서 주목받는다.
탤런트리는 구글·보스턴컨설팅 출신 안찬봉 대표를 주축으로 탑티어 인재를 프로젝트 단위로 채용하는 ‘번지’를 운영 중이다. 고용 형태와 산업 구조, 인재 기업의 인식 변화에 따라 미국과 일본 등 전 세계에선 본업 외 사이드프로젝트에 참가하는 인재가 느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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