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법위원회 존중하지 않으면, 대주주로서 책임 묻겠다”
-외부 기구 ‘준법과 신뢰 위원회’ 설립…김범수, “나부터 존중할 것”
-경영일선 물러난 김범수, 카카오 최고비상 상황에 결단력 내려
-카카오 창업 역사상 처음 있는 일
[디지털데일리 최민지 기자] “나부터 ‘준법과 신뢰위원회’ 결정을 존중할 것이며, 그렇지 않은 계열사들의 행동이나 사업에 대해선 대주주로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책임을 묻겠다.”
최근 카카오를 향한 사법리스크가 커지는 가운데, 3일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관계사 준법·윤리경영을 감시할 외부 기구인 ‘준법과 신뢰 위원회(이하 위원회)’ 위원장으로 김소영 전 대법관을 위촉하며 이같이 밝혔다.
김범수 센터장의 이번 발언은 카카오 창업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동안 계열사에 경영 간섭을 하지 않는 것을 경영철학으로 삼아 온 카카오다. 심지어, 그 철학을 만든 창업자가 직접 계열사에게 공동의 행동을 하지 않을 경우 책임을 묻겠다는 강도 높은 발언을 했다.
김 센터장이 여러 번 밝혔듯, 카카오 설립 목표는 100인의 최고경영자(CEO)를 육성하는 것이다. 독립경영을 통해 카카오 신사업을 키워내 왔고, 창의성과 역동성이 중요한 만큼 계열사들은 자율적인 경영을 최대한 보장받았다. 카카오 본사에서도 계열사 경영에 간섭할 수 없는 구조를 확립했다.
카카오가 그룹 관계사를 계열사 또는 자회사 등으로 부르지 않고 ‘공동체’라고 말해 왔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김 센터장은 이번 발언에서 공동체라는 단어 대신 계열사로 지칭했다. 기존 방식에서 탈피해 달라지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읽히는 대목이다.
김 센터장은 “지금 카카오는 기존 경영방식으로는 더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히 빠르게 점검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경영시스템을 갖출 때까지 뼈를 깎는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을 이끌었던 과거와 달리, 기존의 경영방침은 오히려 독이 되고 있다. 각자가 따로 행동했을 때, 통제하지 못한 리스크가 곳곳에서 튀어나와 카카오 전체를 잠식시킬 수도 있는 상황이다.
김 센터장은 카카오페이 경영진 스톡옵션 논란, 카카오 서비스 장애 등 굵직한 현안이 발생했을 때도 현 경영진들 역할을 넘어서지 않도록 지원 역할을 맡아 왔었다. 하지만,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창업자가 직접 목소리를 내고, 경영방식을 바꾸는 등 강력한 의지로 움직이고 있다. 카카오를 지키기 위해 그룹 계열사가 모두 같은 방향으로 위기에 함께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카카오가 존폐를 걱정할 정도로 전례 없는 위기라는 판단이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인수 관련 시세 조작 혐의를 조사하면서, 김 센터장을 금감원 특별사법경찰 출범 이후 처음 마련된 포토라인에 세웠다. 마치 검찰처럼 현직 경영진이 아닌 창업주를 포토라인에 세우는 이례적인 퍼포먼스를 펼친 것이다. 일각에선 혐의가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금감원이 무리하게 욕심을 내 과도한 연출을 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제기한다.
그러나, 아직 의혹이 풀리지 않은 만큼 고강도 조사는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 투자총괄 대표는 법정 구속됐고, 김 센터장을 향해서도 구속영장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윤석열 대통령까지 카카오모빌리티 문제점을 지적하며 카카오를 ‘나쁜 기업’으로 낙인찍었다. 윤 대통령이 지난 1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카카오모빌리티 수수료를 문제 삼는 발언을 듣고 “카카오의 택시 횡포는 독과점 행위 중 아주 부도덕한 행태이기에 정부가 제재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카카오가 ‘최고 비상 경영 단계’를 선포한 가운데, 벌어진 일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업계와 긴급 간담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이후 카카오는 예고했던 대로, 빠르게 관계사 준법·윤리경영을 감시할 외부 기구인 ‘준법과 신뢰 위원회(이하 위원회)’를 설립했다.
이번 위원회는 카카오와 독립된 외부 조직으로, 개별 관계사의 준법감시와 내부 통제 체계를 일신할 수 있는 강력한 집행기구 역할을 한다. 카카오 관계사의 주요 위험 요인 선정 및 그에 대한 준법감시 시스템 구축 및 운영 단계부터 관여할 예정이다. 또한 과도한 관계사 상장, 공정거래법 위반, 시장 독과점, 이용자 이익 저해, 최고경영진의 준법 의무 위반에 대한 감시 통제 등 카카오가 사회적으로 지적 받았던 여러 문제에 대한 관리 감독과 능동적 조사 권한을 갖는다.
앞서, 김 센터장은 지난달 30일 계열사 CEO들과 공동체 경영회의를 열고 “최근 상황을 겪으며 나부터 부족했던 부분을 반성하고, 더 강화된 내외부의 준법 경영 및 통제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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