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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클로즈업] 달라진 기류? 한국·유럽 ‘망무임승차방지법’ 운명은?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글로벌 빅테크의 망 무임승차를 막는 입법 움직임이 활발했던 한국과 유럽에서 최근 속도 조절이 이뤄지면서 법안 운명에 관심이 모아진다.

한국의 경우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간 망이용대가 소송이 종료된 가운데, ‘망무임승차방지법’을 발의한 우리 국회의 다음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유럽연합(EU)에선 비슷한 내용의 ‘망공정기여법’ 제정이 내년 이후로 연기됐다는 소식도 전해진 참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빅테크의 반발로 인해 입법 동력이 사라진 것 아니냐는 비관이 나오는 한편, ‘빅테크의 망 무임승차’라는 근본 전제에 대한 공감대가 여전하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두보 전진을 위한 한보 후퇴’란 해석도 나온다.

◆ 유럽, 빅테크 망 공정기여 담론 ‘판’ 키운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EU의 행정부 격인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망 공정기여 정책에 관한 의견수렴 결과를 발표함과 동시에, 통신규제 전반을 재정의하는 일명 ‘DNA’(Digital Network Act)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주도하고 있는 티에리 브르통 EC 집행위원은 그 4대 추진과제로 ▲범유럽 인프라 사업자의 탄생 촉진 ▲인프라 비용과 관료주의를 줄이기 위한 규제 프레임 조정 ▲네트워크 보안 등을 제시하는 동시에 ▲통신부문에 더 많은 민간자본을 유치하기 위한 빅테크의 네트워크 공정기여(Fair Share)를 강조했다.

그동안 EC는 구글·메타·넷플릭스 등 글로벌 빅테크들의 망 투자 비용 분담을 골자로 하는 ‘기가비트연결법’(Gigabit Connectivity Act) 제정 등 망 공정기여 정책을 추진해 왔고, 당초 연내 관련 법안을 공개하고 의회에 입법 제안을 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이러한 망 공정기여 정책이 DNA라는 새로운 거대 입법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포함되면서, 관련 입법 또한 어느 정도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로이터 등 외신은 EC가 빅테크의 망 투자비용 분담 관련 입법을 2025년까지 연기하고, 법안 제안 여부도 차기 위원회에 맡길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유럽에서조차 관련 입법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올해 EC가 망 공정기여 문제를 여러 차례 이슈화 하며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하는 등 여러 적극적인 시그널을 보인 만큼 아쉬움이 나오는 대목이다. 실제 거대 빅테크 기업의 공격적인 로비가 일부 회원국들에 통했다는 분석도 흘러나온다.

그러나 망 공정기여 담론을 적극적으로 주도해온 브르통 집행위원이 차기 EC 집행위원장으로 유력시 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만약 내년 말 브르통을 차기 위원장으로 하는 새로운 EC가 출범하게 될 경우, 빅테크들에 더욱 강력한 규제를 가하는 내용으로 DNA에 드라이브를 걸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 망무임승차방지법 표류…근본적 제도개선 필요

한국의 상황은 조금 결이 다르다. 우리 국회에는 ‘국내 전기통신망을 사용하는 일정 규모 이상 부가통신사업자에 망 이용계약 체결 또는 망 이용대가 지불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망무임승차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여야를 불문하고 총 8건 발의돼 있는데,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계류된 신세다.

최근 망 이용대가 지불을 두고 법정 싸움을 벌이던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가 극적 합의를 이루며 소송을 취하함에 따라, 법안이 또 다시 추진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국회에선 사업자간 사적 합의와 별개로 망 무임승차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제도 개선 필요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그럼에도 올해 망무임승차방지법의 처리 여부는 불분명한 상황이다. 다른 무엇보다 내년 4월로 다가온 총선과 여야간 잦은 정쟁으로 인한 법안 심사 지연이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정부의 가짜뉴스 근절대책 및 연구개발(R&D) 예산삭감 이슈에 밀려 망 무임승차 문제는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업계 전문가는 “유럽은 현재 망 무임승차와 관련해 새로운 큰틀을 제시하려는 시도를 하려는 것 같다”며 “우리나라도 기업간 소송이라는 변수가 사라진 만큼 오히려 제도 전반에 대한 논의와 검토를 거쳐 정책을 입안할 기회가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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