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뉴노멀 시대에 대응하며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신사업 투자를 위한 자금조달이 중요해지면서 주요 성장기업이 기업공개(IPO) 절차에 뛰어들고 있다. 기업가치를 높이면서(高) 적기에 IPO를 진행(GO)하는 게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다. 디지털데일리는 잠재적 성장성이 높은 기업 IPO 준비 과정을 집중 살펴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지난해 한 차례 상장을 철회했던 밀리의서재가 기업공개(IPO) 재도전 끝에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에서 흥행하며 이달 코스닥 시장에 입성할 전망이다.
15일 밀리의서재는 지난 7일부터 13일까지 5영업일 간 진행한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결과, 공모가 희망 밴드 최상단인 2만3000원으로 공모가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밀리의서재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18일부터 19일까지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을 거쳐 오는 27일 코스닥에 상장한다.
업계는 밀리의서재가 작년의 실패를 본보기 삼은 시장 친화적인 공모 구조를 형성한 것이 ‘IPO 재수’에 성공한 배경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11월 밀리의서재는 공모가 산정을 위한 수요예측 때 100대1에도 못 미치는 경쟁률의 부진한 성적표를 받은 바 있다.
당시 ▲악화한 시장 투자 심리 ▲플랫폼 산업에 대한 부정적 시선 ▲몸값 부담 ▲구주매출 등이 흥행 참패 요인으로 꼽혔다. 앞서 고배를 마신 밀리의서재는 이번에 눈높이를 낮추는 전략을 취했다.
먼저 희망 공모가를 낮췄다. 밀리의서재는 희망 공모가 밴드로 2만원~2만3000원을 제시했는데, 이는 지난해 밀리의서재가 IPO를 추진할 때 제시한 희망 공모가인 2만1500원~2만5000원 보다 낮다.
공모 물량은 약 50만주 줄인 총 150만주로 결정했으며, 총공모 예정 금액 역시 공모가 상단 기준 지난해 500억원에서 올해 345억원으로 줄였다. 지난해 전체의 약 18.9% 규모였던 구주매출도 없앴다. 구주매출은 기업이 상장할 때 기존 주주가 투자금 회수를 목적으로 보유 지분 일부를 공모주 투자자들에게 공개적으로 파는 것을 뜻한다.
즉, 공모자금이 회사로 유입되는 신주모집과 달리, 구주매출은 기존 주주 이익으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IPO 과정에선 악재로 여겨진다. 밀리의서재는 구주매출을 아예 제외해 100% 신주로만 공모를 진행하기로 하면서 투자자들 우려를 사전에 차단했다.
작년 상장 추진 당시 불확실했던 실적도 흑자로 나타난 것 또한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로 읽혔다. 밀리의서재는 지난 2016년 설립된 이래 지난해 매출 458억원, 영업이익 42억원을 달성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상반기엔 매출 260억원과 영업이익 50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률은 19%를 기록했다. 지난 7월 기준 누적 구독자는 640만명이며, 제휴 출판사는 1900곳을 돌파했다.
다만, 시장에선 여전히 ‘오버행(상장 직후 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오는 현상)’ 우려가 나온다. 밀리의서재 최대 주주인 지니뮤직은 상장 후 3년으로 예정된 보호예수 기간을 6개월로 줄였다. 재무적 투자자(FI)들도 구주매출을 포기한 대신, 상장 1~3개월가량의 비교적 짧은 보호예수 기간을 설정했다.
밀리의서재가 상장 이후 유통 가능한 물량은 전체 발행주식 총수(811만1910주)의 25.07%(203만3340주) 수준이다. 하지만 상장 1개월 뒤 유통 가능 물량은 40%, 2개월 뒤는 45%, 3개월 뒤는 59%에 달한다. 상장 6개월 뒤엔 물량 100%가 시장에 풀린다.
서영택 밀리의서재 대표는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IPO 기자간담회에서 이러한 우려에 “기관 투자자들이 밀리의서재 성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어 보호예수가 풀리자마자 물량을 내놓을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다.
지니뮤직이 밀리의서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기관 투자자 물량을 상당 부분 샀기 때문에 여타 상장하는 기업과 비교해도 오버행 물량 부담이 적다는 것이 서영택 대표 생각이다.
서 대표는 “해외 기업설명회(IR) 과정에서도 블록딜(시간 외 대량 매매) 요청이 많았다”며 “장기 투자자 중심으로 블록딜도 생각 중이고, 오버행이 일어나지 않도록 블록딜 수요를 많이 찾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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