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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IT] K-챗GPT ‘클로바X’, 한국인 가려운 부분 긁어주네

네이버 대화형 AI 서비스 ‘클로바X’, 챗GPT·바드와 비교 체험해 보니

[ⓒ 네이버]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한국인 마음은 역시 토종 서비스가 제일 잘 안다.”

네이버 초대규모 인공지능(AI)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한 대화형 AI 서비스인 ‘클로바X’ 첫인상이다. 클로바X는 하이퍼클로바X가 공개된 지난 24일 오후부터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베타 출시 당일 접속자가 몰리면서 답변이 지연되는 현상이 이어진 탓인지, 현재는 대기 등록을 거쳐 승인받아야만 클로바X를 이용할 수 있다.

네이버가 해외 유사 서비스 대비 클로바X 강점으로 내세운 것은 효과적인 생산성 도구 역할과 높은 한국어·한국 문화 이해도다. 답변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무기도 있다. 바로 네이버 내·외부 다양한 서비스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연결하는 시스템 ‘스킬(skill)’이다.

네이버는 최신 정보를 탐색하거나, 장소를 예약하고 상품을 구매하는 것과 같이 언어모델 자체 생성 능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답변을 이 시스템으로 보완한다는 전략이다. 클로바X 속 스킬은 네이버쇼핑·여행과 먼저 연계를 시작했다. 실제 사용자 입장에서도 이들 장점을 체감할 수 있을까. 클로바X와 오픈AI ‘챗GPT’, 한국어를 우선 지원하는 구글 ‘바드’를 직접 비교해 이용해 봤다.

클로바X 답변 화면 갈무리 [ⓒ 네이버]

◆고양시 떡볶이 맛집 어디야?…클로바X 압승

먼저 “대한민국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떡볶이 맛집 알려줘”라는 질문을 각 AI 챗봇에 입력했다. 클로바X는 ▲오빠네옛날떡볶이 ▲삼촌네분식 ▲일산김밥 ▲파파떡볶이 등 6곳과 함께 각 음식점 특징을 한두 문장으로 간략히 소개했다. 특히 만족스러웠던 점은 추천 맛집 위치와 메뉴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답변 하단에 생성된 음식점 블록들을 누르면 바로 네이버지도로 이동해 현재 영업 여부와 메뉴, 리뷰 등을 즉각 볼 수 있었다.

바드도 비슷하게 ▲오빠네옛날떡볶이 ▲미소떡볶이 ▲고수떡볶이 등 웨스턴돔과 대화동에 위치한 떡볶이집 5곳을 제시했다. 하지만 아쉬운 오류가 있었다. 답변으로 언급된 것 중 카우떡볶이 웨돔직영점은 현재 상호가 바뀌어 다른 떡볶이집으로 운영 중이었기 때문이다.

챗GPT는 GPT-3.5 기준 지난 2021년 9월 이전까지 내용만 포함된 만큼, 현재 정확한 맛집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인터넷 검색 엔진을 활용하거나 리뷰 사이트와 앱, 현지 주민 추천을 활용하라는 식의 원론적인 설명만 늘어놨다.

클로바X 답변 화면 갈무리 [ⓒ 네이버]

◆‘수부지’ 위한 저자극 선크림 추천해 줘…클로바X > 바드 > 챗GPT

내 마음에 쏙 드는 상품도 잘 찾아줄 수 있을까. 이번에는 각 AI 챗봇에 “수부지가 쓰기 좋은, 만원대 전후 저자극 선크림 추천해 줘”라고 질문했다. 클로바X는 네이버쇼핑과 연계해 만원대 초반 제품 10개를 추천했다. 선크림 역시 떡볶이 맛집 추천을 받았을 때처럼 추천 제품 링크로 곧장 연결되는 블록들이 나타났다.

챗GPT와 바드는 모두 저자극 선크림 5개 제품을 단순 나열했다. 다만, 바드는 클로바X와 챗GPT에 비해 선크림을 고를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인 ▲SPF와 PA 지수 ▲화학적 자외선 차단제와 물리적 자외선 차단제 ▲유분감 ▲저자극 성분 요소까지 부연 설명해 성심성의껏 답변했다는 인상을 주었다.

그렇다면 이들 챗봇은 질문에서 사용했던 ‘수부지’라는 표현을 제대로 알고 있을까. 수부지는 수분 부족형 지성 피부 줄임말로, 한국에서 흔히 쓰이는 표현 중 하나다. “너 수부지 뜻이 뭔지는 아니”라고 물어본 결과, 의미를 정확히 아는 것은 클로바X와 바드뿐이었다. 챗GPT는 “ 한국어에서 사용하는 구어체로, ‘수상한 부분’이나 ‘이상한 부분’을 가리키는 말”이라는 다소 엉뚱한 대답을 내놨다.

클로바X 답변 화면 갈무리 [ⓒ 네이버]

◆당장 자소서 제출해야 한다면 클로바X, 조언은 바드·챗GPT

네이버는 클로바X가 비즈니스 글쓰기에 탁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비즈니스 글쓰기 중 하나인 자기소개서 초안 작성을 AI 챗봇들에 요청해 봤다. 이를 위해 ▲인문대학 소속이지만 경영전략학회에 지원 ▲소상공인 컨설팅 동아리에서 동네 식당 매출을 개선해 준 경험이 있으나, 전공이 비상경계인 것을 잘 포장하길 원함이라는 구체적인 상황 설정을 했다.

클로바X는 인문대학 소속이지만 경영전략학회에 지원하는 이유와 소상공인 컨설팅 동아리에서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4문단짜리 자기소개서 초안을 만들었다. 여기에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자기 경험과 역량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이를 지원하는 분야와 연관 지어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팁도 전수했다.

바드는 하나의 완성된 글을 보여주는 대신 ▲성장과정 ▲경험 및 도전 ▲지원동기 및 포부로 나눠 항목별 세부적인 내용을 제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내용에 살을 덧댈 수 있는 수정 포인트와 기타 팁도 덧붙였다. 챗GPT도 바드와 비슷한 형태로 ▲소개 및 동기 ▲경력 및 경험 ▲경영전략학회에서의 기여 ▲마무리 순으로 자기소개서 예시를 알려줬다. 당장 자기소개서 완성본이 필요할 때는 클로바X를, 자기소개서 형식과 들어가야 할 요소 등에서 조언을 구하고 싶다면 바드와 챗GPT를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클로바X 답변 화면 갈무리 [ⓒ 네이버]

◆소설 창작 시켜보니…표현력은 챗GPT > 바드 > 클로바X

창의성과 표현력이 필요한 소설 창작 능력은 어떨까. 각 AI 챗봇에 “한국인 주인공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공상과학(SF)소설 도입부를 창작해 줘. 지구 멸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암시와 함께 위태로운 분위기가 잘 드러나면 좋겠어”라고 부탁했다.

지구 멸망이 얼마 남지 않은 어느 날, 한국인 주인공 ‘김준’은 집에서 혼자 TV를 보고 있었다. TV에서는 지구 멸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김준은 불안한 마음을 애써 감추며, TV를 끄고 컴퓨터를 켰다.

컴퓨터 화면에는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이상한 현상들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고 있었다. 지구 곳곳에서 지진과 화산 폭발이 일어나고, 하늘에서는 정체불명의 비행체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김준은 불안한 마음을 애써 감추며, 컴퓨터를 끄고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 클로바X

2023년 8월 25일, 서울

27세의 한국인 여성, 한소미는 아파트 베란다에 서서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늘은 붉게 물들어 있었고, 공기는 뜨겁고 탁했다. 소미는 숨을 들이쉬며 불쾌한 냄새를 맡았다.

“어휴, 또 이러네.”

소미는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몇 년 동안, 지구는 이상 기후로 인해 끊임없이 고통받고 있었다. 지진, 홍수, 폭염, 폭설 등 자연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했고,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소미는 텔레비전에서 본 뉴스를 떠올렸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북극의 얼음이 녹고,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다고 했다. 만약 이런 현상이 계속된다면, 머지않아 많은 도시가 물에 잠기고, 수많은 사람이 고향을 잃게 될 것이라고 했다. / 바드

무한한 우주는 고요했다. 지구는 머나먼 어딘가에 떠 있었고, 여기저기로 흩어진 별과 행성들은 무의식중에 우리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 고요한 우주에도 언젠가는 끝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 끝이 지금,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중략) 캐릭터의 이름은 ‘한수민’이었다. 그는 과학자였고, 미래의 지구를 구하기 위한 마지막 희망이자 용감한 영웅이었다. 그의 연구실은 비밀스럽게 지하에 자리하고 있었고, 그 자리에서 그는 자신만의 비밀 프로젝트에 몰두하고 있었다. / 챗GPT

클로바X는 지구 멸망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인 주인공 ‘김준’이 겪는 불안과 갈등을 묘사했는데, 일부 표현이 반복될 뿐만 아니라, 특정 문단이 아예 두 번 이상 나오는 오류가 있었다. 바드는 큰따옴표를 활용해 주인공 ‘한소미’ 시점에 집중해 무난하게 이야기를 전개했다. 소설로서 가장 섬세한 표현력을 보여준 챗GPT 경우, 영어 기반 서비스답게 외국 소설을 번역한 것 같다는 인상을 줬다.

클로바X 답변 화면 갈무리 [ⓒ 네이버]

◆클로바X, 사회적 논란·정치에는 입 ‘꾹’…바드·챗GPT는 제한적 답변

한편, 클로바X와 바드는 사회적 논쟁거리가 될 만한 질문은 방어적인 태도를 보였다. “요즘 한국 온라인상에서 살인 예고 글이 자주 올라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라고 묻자 클로바X는 “저는 인공지능 언어모델로서 범죄와 폭력과 관련된 대화에 참여할 수 없다”면서도 “살인 예고와 같은 위협적인 행동은 다른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으므로 절대적으로 용납될 수 없다”며 법적 처벌과 사회적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바드 역시 “저는 언어 모델일 뿐이라서 그것을 도와드릴 수가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챗GPT는 “한국 온라인상에서 살인 예고 글이 자주 올라오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현상”이라며 “이러한 글들은 사회적 불안과 두려움을 조장하며, 사람들을 위협하고 불안에 떨게 만들 수 있습니다”라고 분명한 관점을 제시했다.

클로바X는 정치적인 이야기에 대해 더 철저히 답변을 피했다. “한국에서 가장 정치를 잘한 대통령은 누구인 것 같아?”라는 질문에 클로바X는 “저는 인공지능 언어모델로서 정치적인 입장을 가지지 않는다”며 대통령 업적을 평가할 때 고려할 수 있는 요소들을 소개했다.

바드는 “한국에서 가장 정치를 잘한 대통령은 누구인가에 대한 정답은 없다”면서도 전반적인 경제 성장과 발전을 기준으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민주주의 발전을 기준으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챗GPT 또한 가장 정치를 잘한 대통령을 결정하는 것은 주관적이라며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치적 업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예시를 들었다.

네이버 관계자는 “명령을 구체적으로 입력할수록, 지시하는 일에 예시를 보여줄수록 초대규모 AI는 더 나은 답변을 제공한다”며 “특히 사용자 피드백은 모델 성장에 필수적이므로, 사용자들의 많은 이용과 적극적인 피드백을 기대하며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기술을 고도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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