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정부가 스마트폰 가격 상승에 대응해 중저가 단말과 중고폰 활성화 등 정책을 내놨지만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계통신비는 13만285원으로 작년보다 7.1% 상승했다. 가계통신비는 크게 ‘통신서비스’와 ‘통신장비’ 항목을 합하는데, 이 기간 통신서비스 지출은 1.8% 증가에 그친 반면 통신장비 지출은 28.9% 증가했다. 즉, 통신요금보다 스마트폰 할부금 등 단말기 가격에 대한 지출이 더 빠르게 오르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올해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S23울트라’는 출고가(159만9400원)가 전작 대비 14만원 이상 올랐고, 애플 ‘아이폰14’ 시리즈 역시 전작 대비 출고가가 최대 17% 비싸졌다.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2022년 5월 기준 삼성전자·애플과 통신3사 공식몰 5개 사이트에서 판매 중인 5G 단말기 162개의 평균 가격은 115만5421원에 이른다.
최근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해 통신사들을 압박하며 적극적인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정부지만, 통신비 한축인 스마트폰 가격에 대해서는 유달리 힘을 못쓰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직접적인 규제 권한이 있는 통신사와 달리, 제조사에 대해선 정부가 이런저런 간섭이 어려운 문제가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대신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①중저가 단말 추가 출시 ②중고폰 시장 활성화 등이다. 지난 6일 발표된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제조사와 협의해 다양한 중저가 모델 출시를 유도하고 ▲중고폰 시장 신뢰도를 높이는 한편 중고폰 사업자의 세금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실효성에 의문부호가 달린다. 일단 제조사로부터 다양한 중저가 모델 출시를 유도하겠다는 방안은 스마트폰 가격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것만큼이나 의미가 없다. 이 역시 결국 삼성전자와 합의를 해야 하는 문제인데, 글로벌 전략으로 움직이는 삼성에 정부가 실질적으로 관여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중저가폰을 더 출시해 달라고 요청한들 삼성 입장에선 ‘검토해보겠다’는 말밖에 할 수 없을 것”이라며 “한국 시장만을 위해 그것도 정부 요청으로 중저가 모델을 하나 더 만든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중고폰 시장 활성화도 뜻대로 되지 않는 모양새다. 과기정통부는 중고폰 사업자의 세금부담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나라 곳간 열쇠를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이에 동조해줄지는 미지수다. 실제 올해 조세지출 예비타당성 평가 대상이었던 ‘중고휴대폰에 대한 부가가치세 매입세액 공제특례 적용’ 항목은 조만간 발표되는 세법개정안에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중고폰 시장은 대부분의 거래가 영세업체나 개인간판매로 이뤄져 개인정보 유출이나 부정단말 거래 등의 문제가 여전히 많다. 중고폰 시장이 제대로 양성화 되지 않는 한 스마트폰 구매의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도 이를 인지하고 ‘중고폰 거래사실 확인서비스’ 도입 등 추가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형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는 일단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많아 단말기 라인업도 다양하지만 국내 시장은 삼성과 애플이 양분하는 독과점 시장이어서 근본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면서 “최근 낫싱이 한국 시장 진출 계획을 밝힌 것처럼 외산폰이 어느 정도 들어오고, 중고폰 시장도 체계가 잡히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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