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월트디즈니가 위기다. 야심차게 출발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 ‘디즈니플러스’가 흔들리면서다. 디즈니플러스는 이미 지난 1분기에 전 세계 구독자 400만명을 잃었다. 최근 미국에서 작가·배우 동시 파업으로 콘텐츠 제작 단계에서마저 차질이 생기며 악순환이 장기화 될 처지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은 최근 영화·TV 제작자연맹(AMPTP)과 재상영분배금 정산 문제로 고용계약 협상이 결렬돼 파업을 진행 중이다. 디즈니도 그 영향권에 들어섰다. 파업 기간에 따라 ‘데어데블’ ‘만달로리안’ 등 신규 대작 콘텐츠 공개가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속속 나온다.
문제는 디즈니가 지난해 영화와 스트리밍 흥행 실패로 이미 수익 압박이 시작됐다는 점이다. 넷플릭스에 맞서 디즈니플러스를 선보인 뒤 대대적인 콘텐츠 투자를 벌였지만 결과는 지난해 영업적자만 40만달러에 이르렀다는 것. 올해 1~3월 가입자 수 역시 전 분기 대비 400만 명 감소한 1억5780명으로 집계됐다.
월가 전문가들은 다음달 9일 발표되는 디즈니의 2023회계연도 3분기(4~6월) 실적도 저조할 것으로 점친다. 라이트쉐드 파트너스의 리차드 그린필드 애널리스트는 “디즈니의 콘텐츠 사업이 위협을 받고 있다”며 “최근 출시된 작품 중 히트작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작물의 과감한 축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디즈니는 최근 7000명의 인력을 해고한 데다 올 2월부터 55억달러를 절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디즈니플러스는 캐나다 등에서 이미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중단했고, 한국에서도 OTT 콘텐츠팀을 전원 해고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디즈니가 디즈니플러스 사업 자체를 철수한다는 흉흉한 소문까지 돌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한국 시장에서 나날이 줄어드는 이용자 수를 통해 단적으로도 알 수 있다. 앱통계 분석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디즈니플러스의 지난달 국내 앱 사용자 수는 약 179만명으로, 올해 1월(216만명)과 비교해 37만명이 감소했다. 2월 207만명, 3월 206만명, 4월 181만명으로 올해에만 40만명 가까이 줄어들었다.
이는 넷플릭스가 1153만명, 티빙이 514만명, 쿠팡플레이가 431만명, 웨이브는 391만명의 앱 사용자를 확보했다는 점과 비교하면 사실상 꼴찌라는 얘기다.
디즈니플러스는 강풀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제작비 500억원을 투입한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을 오는 8월9일 공개하는데, 반등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조심스럽다. 하반기 공개할 ‘형사록 시즌2’, ‘최악의 악’, ‘비질란테’, ‘사운드트랙 #2’와 내년 공개 예정인 작품 이후로는 추가로 콘텐츠 제작이 어려울 거란 전망도 나온다.
한편, 디즈니의 밥 아이거 최고경영자(CEO)는 임기를 당초 2024년에서 2026년까지로 연장했다. 창사 이래 최악의 경영 위기 속에서도 아이거 CEO의 임기를 늘리는 결정을 한 것을 두고 의견도 분분하다. CNN은 “디즈니가 아이거의 후계 리더십에 의문을 표하면서도 그를 대체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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