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따라 온라인 거래 확산, 소비자 권리의식이 향상되면서 ‘분쟁조정’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가 상품군이나 기관별로 소관이 나뉜 수십여개 분쟁조정위원회 중 적합한 곳을 직접 찾아야 하고, 각 기구는 방식·절차가 달라 불편함이 뒤따른다. 이에 소비자 관련 분쟁조정위가 모여 효율적 개선 방법을 찾는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관련 분쟁조정위원회·기관 협의체(이하 협의체)가 출범한 후, 정기적인 모임을 실시하고 있다. 협의체는 소비자·임대차·자율분쟁·전자문서 및 전자거래·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총 6곳을 시작으로, 추후 다른 분쟁조정위와 기관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형으로 운영한다.
소비자 관련 분쟁조정위 협의체가 만들어진 배경은 명료하다. 소비자 분쟁 건수는 매년 급속도로 증가하는데 오히려 그 해결 방법은 복잡하고 어려워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3년간 소비자분쟁 조정 신청건수는 연평균 4729건으로 이전 3년간 평균인 3110건 대비 52.1% 증가했다.
헬스장, 필라테스, 전자상거래 같은 일상 소비뿐 아니라 의료, 주택, 콘텐츠, 금융 등 다양한 영역에서 소비자 문제는 복잡해졌다. 특히 2021년 발생한 머지포인트 사건 등을 통해 분쟁조정위는 대규모 소비자 피해를 미연에 방지해야 할 의무감도 더해졌다.
분쟁조정위원회는 사법기관을 통한 재판을 거치지 않고도, 분쟁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하지만 분쟁조정기구가 경쟁적으로 설치되면서 난립하게 되고 이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는 부재한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수많은 분쟁기구 사이 분쟁해결 방식과 절차, 기간 등 차이가 크고 기구간 정보공유나 분쟁해결 절차 연계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즉 소비자는 자신이 겪은 피해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곳을 직접 찾아다녀야 하며, 어느 기구가 그 문제를 해결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불확실성을 안게 된 셈이다.
최경진 가천대 교수는 지난달 진행한 소비자분쟁해결 관련 토론회에서 “행정형 분쟁조정제도 해결을 위해 분쟁조정 기본법 제정과 분쟁조정 통합관리 컨트롤타워 구축, 분쟁조정 통합플랫폼 구축·운영이 필요하다”며 “국민 기본권을 보장하며 피해구제 실질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협의체는 “지금까지 관련 분쟁조정위원회와 기관들 간 공식적인 교류와 협력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라며 “이에 협의체를 발족해 상호 간 업무 협력을 강화하고 소비자 관련 분쟁 해결을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협의체는 윤석열 정부가 추구하는 ‘디지털플랫폼정부’ 기조와도 맞물려 있다. 디지털플랫폼정부는 4차 산업혁명 시대 부처간 칸막이를 없애고 발맞춰 인공지능과 데이터를 활용해 효율적 공공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한다는 취지를 갖고 있다. 이를 활용해 국민이 원하는 방식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다. 협의체 역시 각 데이터를 연계해 소비자 분쟁 해결 효과적 메커니즘을 찾고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궁극적인 계획이다. 이번 협의체 출범에 출범에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이 관심을 갖는 이유다.
협의체 관계자는 “각 위원회 담당 부처가 모두 다른 건 공급자 위주 제도로, AI시대 수요자 위주 흐름에 맞지 않다고 본다”며 “각 위원회 데이터를 통합해 챗GPT 형식처럼 소비자가 문의한 내용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고, 위원회 간에도 접수된 내용을 더 적합한 곳에 서로 인계하는 모습을 구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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