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인텔의 아일랜드 캠퍼스를 방문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 움직임을 파악하고, 차량용 반도체의 원활한 수급을 위한 대응 시나리오 모색 차원이다.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이 7일(현지시간) 아일랜드 킬데어주 레익슬립에 있는 인텔의 아일랜드 캠퍼스에서 인텔의 글로벌 사업 현황을 듣고 반도체 생산 공정을 둘러봤다고 9일 밝혔다.
1989년부터 가동된 아일랜드 캠퍼스는 인텔의 유럽 내 핵심 반도체 기지다. 현재 첨단 반도체 제조시설 '팹34(Fab34)'가 이곳에 추가로 구축되고 있다. 이를 통해 인텔은 아일랜드 캠퍼스를 EUV(극자외선)을 이용하는 최신 제조설비를 갖추고 고성능 반도체를 생산하는 유럽 내 차세대 생산 거점으로 만들 계획이다.
이날 정 회장은 앤 마리 홈즈(Ann-Marie Holmes) 인텔 반도체 제조그룹 공동 총괄 부사장의 안내로 ‘팹24(Fab24)’의 ‘14나노 핀펫(14FF)’ 공정을 둘러봤다.
핀펫은 정보처리 속도와 소비전력 효율을 높이기 위해 반도체 소자를 3차원 입체구조로 만든 시스템 반도체 기술이다. 팹24에서는 이 기술을 활용해 현대자동차의 표준형 5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제네시스 G90, 기아 EV9의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용 CPU(중앙처리장치)를 생산해 공급하고 있다.
정 회장은 올해 초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 방식 신년회에서 “현재 자동차에 200~300개가량의 반도체 칩이 들어 있다면 레벨4 자율주행 단계에서는 2000개의 반도체 칩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차량용 반도체와 그룹 내 관련 기술 내재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팹24를 둘러본 정의선 회장은 인텔의 팹 운영 현황을 365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는 ‘ROC(Remote Operation Center, 원격 운영 센터)’도 방문해 반도체 생산과 공급망 관리 프로세서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ROC는 반도체산업의 흐름을 직간접적으로 가늠해 볼 수 있는 인텔의 주요 시설로 알려져 있다.
자동차가 ‘달리는 컴퓨터’로 진화함에 따라 고성능 차량용 반도체의 수요는 매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고성능 차량용 반도체는 전기차를 비롯해 자율주행차, PBV(Purpose Built Vehicle, 목적 기반 차량) 등 미래 모빌리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메인 부품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체제 전환을 위해서는 대용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연산해 처리할 수 있는 반도체 칩이 필수적이다. 현대차그룹은 주요 반도체 기업들과 공급망 다변화, 미래 고성능 차량용 반도체 개발 및 내재화 노력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020년 R&D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현대모비스와 현대오트론 반도체 사업 부문을 합쳤다. 현대차그룹은 시스템 및 전력 반도체의 핵심 기술을 조기에 내재화해 해당 역량을 더욱 고도화할 계획이다. 또한 유망 기술을 보유한 반도체 스타트업에도 투자하고 있다. 지난 6월 차량용 반도체 스타트업인 보스반도체에 20억원 규모의 후속 투자를 단행했다.
한편 정 회장은 아일랜드 캠퍼스 방문에 앞서 현대차와 기아의 유럽 시장 판매 및 생산 현황을 점검하고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현대차의 ‘2023 전세계 대리점 대회’ 참석자들을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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