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한국의 주요 리튬이온배터리(LIB) 분리막 제조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와 WCP의 글로벌 성공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3일 ‘LIB 시장에 따른 분리막 시장 변화 전망’ 보고서에서 향후 SKIET와 WCP의 성장세가 매우 가파를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분리막 수요만 하더라도 2023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17% 성장하고 규모는 100억달러(약 13조원)를 넘어설 전망이다. 양사는 전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의 약 23%(중국 제외 시 약 50%)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 배터리 3사에 분리막을 납품하는 주요 공급사다.
분리막은 LIB의 4대 소재(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 중 하나다. 배터리의 폭발 방지, 안전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며 시장 진입 장벽은 다른 소재·부품보다 높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전기차(EV)용으로 채택되기까지 까다로운 승인절차가 필요하다. 한 번 선정한 분리막 공급사 변경을 위해선 완성차 업체의 승인까지 최소 4년이 필요한 수준이다. 따라서 한번 시장을 선점한 기업들의 수혜 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
분리막은 원재료 공급망도 안정적인 편이다. 양·음극재와 전해액은 주요 재료 확보에 따른 중국 의존도가 높다. 이는 중국을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도태시키려는 미국의 전략, 배터리 핵심 소재의 무기화를 경계하는 관련 생태계 기업들 입장에서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는 대목이다.
반면 분리막의 재료인 폴리에틸렌(PE)나 폴리프로필렌(PP)는 중국 의존도가 낮고 구하기 쉬우며 가격 변동도 적다. 국내외 사업장 확장 시 공급망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이점이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 거대 장치산업인 분리막은 신규기업의 진입이 쉽지 않다. 전기차 시장이 커질수록 이미 기술력과 생산 노하우를 충분히 보유한 소수 기업들에 대한 수요 집중도가 높아진다. 한국 배터리 3사 외에도 다수의 해외 배터리 제조사들이 SKIET, WCP에 지속적인 물밑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이유다.
양사의 글로벌 진출에 필요한 준비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SKIET는 지난 5월 세계은행그룹 산하 국제금융기구인 '국제금융공사(IFC)'로부터 한화 4000억원에 달하는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또한 지난 1분기 분리막 사업의 흑자전환을 시작으로 수익성이 낮은 신사업 투자는 줄이고 분리막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WCP는 삼성SDI를 핵심 고객사로 두고 안정적인 재무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기술력과 생산성 측면에서 경쟁사들을 앞선다는 평가다. 최근 국내외 고객 다변화에 대한 기대감 또한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던 주가가 올해 2분기를 기점으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는 중이다.
양사도 해외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IRA(인플레이션감축법) 관련 수혜를 기대할 수 있는 북미는 양사가 연내 진출을 공식화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유럽은 SKIET와 WCP가 이미 폴란드, 헝가리에 각각 생산라인을 가동하거나 구축하는 중이다. 계속해서 증설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현지에 배터리 제조 공장을 둔 한국 고객사들 외에 유럽 제조사들의 추가 수주 가능성도 높다. SNE리서치의 예상대로라면 2030년 실제 시장 규모는 100억달러를 웃돌게 되는 셈.
다만 글로벌 점유율 1위인 중국의 창신 신소재, 도레이, 아사이카세이 등 일본의 주요 분리막 업체, LG화학과 도레이의 분리막 합작사, 에너에버배터리솔루션 등 경쟁 분리막 제조사들의 국내외 증설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는 만큼, 양극재에 이어 향후 분리막 시장에서 벌어질 보다 치열한 경쟁 구도도 예상된다.
한편, 분리막은 급성장 중인 전기차 시장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어 성장성이 더욱 기대되는 산업이다. 양·음극재, 전해액은 전기차 및 중소형 전동공구의 판매량에 따라 시장 상황이 좌우되는 경향이 크다.
반면 분리막 제조 기술은 ▲수처리 ▲전기전자 ▲에너지 ▲헬스케어 ▲석유와학 ▲생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응용 가능성이 넓다. 특정 산업이 불황을 겪더라도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단 얘기다.
일례로 WCP는 분리막을 이용한 이온교환막 관련 특허를 5개 이상 보유하고, 이를 이용한 수처리용 이온교환막을 올해 개발 완료할 예정이다. 수처리 기술은 용수처리, 폐수처리, 해수담수화 등을 포함한다.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에 따르면 이온교환막 수처리 세계시장 규모는 2030년 460조원 규모로 연평균 20% 이상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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