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 기자] 지난달 29일 TV조선이 네이버가 언론사 순위를 인위적으로 조정했다는 단독보도를 한 지 사흘만에 방송통신위원회가 네이버를 대상으로 실태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는 뉴스 알고리즘을 특정 정치권 영향에 의해 편향되게 설계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직무대행 김효재, 이하 방통위)는 네이버 뉴스 검색 알고리즘 인위적 개입 보도와 관련해 전기통신사업법 상 금지행위 위반 여부 등에 대해 실태점검을 실시한다고 2일 밝혔다.
앞서, 네이버는 이용자 소비패턴에 따라 뉴스를 노출·추천하는 인공지능 기반 포털 뉴스 알고리즘의 검토위원회를 구성·운영하고 있다. 일부 언론과 여당에서는 네이버가 언론사 인기도 지표를 인위적으로 적용하고 이를 통해 특정 언론사가 부각되거나 불리하게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선일보 하락했는데, 왜 MBC가 1위?” 네이버 향한 칼날=이 보도에 따르면 네이버는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알고리즘 검증위원회 지적에 따라 2019년부터 매체 인기도 측정 지표를 추가했다. 당시 1위는 연합뉴스 2위는 조선일보 한겨레 3위는 동아일보 KBS였다. 3년 뒤 2021년 8월 네이버가 알고리즘을 변경하자 1위는 MBC, 조선일보는 6위로 내려갔다.
관련해 박성중 의원(국민의힘)은 다음날 네이버가 조선닷컴 등 계열사가 있는 언론사들을 분리시키는 방법으로 인위적으로 매체순위 가중치를 조정해 순위를 낮췄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2019년부터 2위에 있던 조선일보가 6위로, 동아일보는 4위에서 14위로, 2위에 같이 묶여있던 TV조선은 11위, 문화일보는 20위권 밖으로 떨어졌다.
박 의원은 “2021년 8월 네이버는 2차 알고리즘 검증위와 협의 아래 온라인 역량이 뛰어난 조선일보(닷컴) 등 계열사가 있는 언론사들을 각각 분리시키는 방식으로 매체들 가중치를 낮췄다”며 “디지털 역량이 뛰어난 조선닷컴 등 보수성향 언론사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발언했다.
이어 “편파왜곡 조작 방송을 남발하는 민노총 언론노조가 장악한 노영방송 MBC를 2021년 1순위에 배치해 놓았다”며 “네이버가 보수언론사 죽이기에 나섰던 것은 아닌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역설했다.
◆네이버 “언론사 인기도, 영향력 있는 알고리즘 요소 아냐”=이에 대해 네이버는 지속적으로 외부 전문가 그룹으로 구성된 검토위원회를 통해 검토 과정을 투명하게 진행해 왔고 항상 정당 추천을 통한 참여까지 고려해 왔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 정치적 성향으로 알고리즘이 편향되거나 의심할 만한 요소를 도입한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지적된 내용과 달리 언론사 성향과 상관없이 특정 언론사의 순위가 많이 오르거나, 특정 언론사의 순위가 낮아지는 경우도 나타났다”며 “유사한 언론사 성향 그룹 매체가 동일한 순위 그룹에 있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네이버 뉴스 검색 결과는 20여개 다양한 알고리즘 요소로 이뤄져 있다. 고도화 과정에서 요소들은 제외되거나 새로운 요소로 보완되는 등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다. ‘언론사 인기도’ 역시 하나의 요소일 뿐, 검색 결과를 뒤바꿀 정도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네이버는 오히려 뉴스 검색 결과에서는 유사한 내용의 기사를 하나의 묶음으로 처리하는 ‘클러스터’ 여부를 더 비중 있는 요소로 꼽았다.
언론사 인기도는 2019년 3월 알고리즘 검토위 의견에 따라 랭킹 모델 학습에 ‘사용자에게 익숙한 언론사인지’ 여부를 포함시키 위해 처음 적용했다. 이는 실제 웹문서 검색에 2010년 도입돼 사용되고 있던 ‘사이트 인기도’ 수식을 그대로 반영했다. 이후 2021년 8월 ‘언론사 피인용 지수’를 추가 도입해 업데이트했다. 동일한 사이트(URL)를 사용하는 언론사들 간 분리를 위해 기사 본문 내 특정 언론사 기사를 인용하는 횟수를 추출해 반영했다.
페이지랭크에 기반한 언론사 인기도는 같은 사이트를 사용하는 언론사가 모두 같은 사이트 인기도 값을 갖는 특징이 있다. 예를 들어 A일보와 A계열 매체는 모두 동일 사이트 도메임의 점수를 받는다. 이값이 뉴스 검색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으나, 가능한 범위 내 더 정확한 검색 결과를 보여주고자 언론사 피인용지수를 결합했다는 것이다. 페이지랭크는 전세계 알고리즘 분야 전반에 통용되며, 구글을 비롯한 타 검색회사들이 사용하는 인기도다.
네이버는 “언론사 인기도 요소에 피인용지수를 결합한 부분도 2차 알고리즘 검토위원회를 통해 검토받았다. 네이버 뉴스 검색 알고리즘은 언론사 성향을 분류하거나 구분 또는 반영할 수 있는 요소가 전혀 없다”며 “제2차 알고리즘 검토위원회에서 역시 네이버 뉴스 검색 알고리즘에 적용되는 자질이 언론사 이념 및 성향 등과 무관하다고 공식적으로 설명한 바 있다”고 전했다.
◆방통위 실태점검뿐인데 ‘위법행위 엄단’ 엄포=이같은 해명에도 방통위는 지난 1일 해당 의혹에 대해 긴급조사하기로 했고 이날 실태점검을 밝히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50조(금지행위) 및 동법 시행령 제42조는 전기통신서비스를 이용해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자에게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조건·제한을 부당하게 부과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방통위는 해당 규정 위반여부를 점검할 예정이다.
방통위는 실태점검을 통해 위반행위가 인정되는 경우 사실조사로 전환할 계획이며, 위반행위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계법령에 따라 관련 역무 연평균 매출액 최대 3%까지의 과징금 부과 및 형사고발 등 처분에 나설 계획이다.
일각에선, 네이버 실태점검을 놓고 포털뉴스에 대한 정부 개입이 본격 시작됐다는 해석으로도 보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고,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 면직 처분을 받으면서 방통위에 본보기를 보인 직후라는 시점도 ‘포털 길들이기’ 타이밍으로 적합하다는 판단이다.
일찍부터 여당에서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를 해체하고 포털뉴스위원회를 새롭게 구성하겠다는 그림을 그렸다. 현재 제평위는 운영 중단된 상태다. 정부는 지난해 5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포털 등 미디어 플랫폼 신뢰성‧투명성 제고방안’을 미디어 분야 국정과제로 제시하고, 알고리즘 투명성위원회 법정기구를 꾸려 포털 뉴스 알고리즘을 투명하게 검증‧공개하겠다고 한 바 있다.
이날 방통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향후 미디어 시장을 왜곡시키는 포털 등 부가통신사업자의 위법행위를 엄단하겠다”고 강조했다. 실태점검은 법위반을 확인하지 않은 단계에서 이뤄지는 조사다. 하지만, 방통위는 사실조사 전환이 이뤄지기 전부터 포털에 대한 위법행위 엄단을 시사했다.
업계 관계자는 “위성정당을 비판했던 것처럼, 거대 언론사 중심 여론 쏠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같은 그룹 계열 언론사라도) 분리해서 보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이다. 정치적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본다”며 “방통위가 차기 위원장으로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가 유력한 상황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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