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제조분야의 산업적 가치가 중요해졌고, 그에 따라 소재·부품·장비(소부장)산업에 대한 관심도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하지만 미중 패권경쟁에 따른 아시아 지역의 변화와 유럽연합(EU)의 적극적인 공세로 인해 우리나라는 제품만 생산해내는 위탁국가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해외 정세에도 흔들림 없는 K제조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물밑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소부장 강소기업 육성을 통한 경쟁력 제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부장 미래포럼>은 <소부장 TF>를 통해 이같은 현실을 직시하고 총체적 시각을 통해 우리나라 소부장의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점검하며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숙제를 되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중국이 반도체·배터리 ‘굴기(우뚝 섬)’를 이어간다. 미국 중심의 제재 공세가 거세지면서 주요 중국 기업이 휘청이기도 했으나 이에 굴하지 않고 육성 정책을 펼쳐나가겠다는 의지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회동하면서 양국 관계가 ‘탈동조화(디커플링)’에서 ‘위험 제거(디리스킹)’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다만 이와 별개로 두 나라의 반도체 전쟁은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블링컨 장관은 방중 일정 도중 “디리스킹과 다양화를 지지하지만 (미국을) 적대하는데 사용되지 않도록 중요 기술을 보호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중국 반도체 굴기는 지난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국제조 2025’이라는 계획을 통해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입하면서 화웨이 자회사이자 시스템반도체 설계 회사 하이실리콘,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업체 SMIC, 메모리 제조사 양쯔메모리(YMTC)·창신메모리(CXMT)·푸젠진화(JHICC) 등이 등장했다. 이들은 급성장하면서 중국의 꿈을 이뤄줄 것으로 기대받았다.
거침없던 중국의 발목을 잡은 건 미국이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0년대 말부터 미국의 대중(對中) 반도체 규제가 시작됐고 피해 기업이 속출했다. 하이실리콘의 경우 모회사 화웨이가 손발이 묶이면서 한순간에 추락했다. 칩 생산을 담당하던 파운드리 1위 TSMC와 거래가 끊긴 것이 결정적이었다.
SMIC, YMTC 등은 한국, 미국, 대만 등 경쟁사를 위협할 수준에 근접했으나 미국 제재가 본격화하면서 날개를 펴지 못했다. 미국 기술이 포함된 첨단 장비 및 소프트웨어 등 사용이 금지된 탓이다.
미국은 일본, 대만, 네덜란드 등 동맹국까지 견제에 동참시키면서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특히 첨단 반도체 부문에서는 사실상 숨통을 끊어놓았다고 볼 수 있는 제재를 가했다.
거침없는 행보…국가지원 적극
노골적인 움직임에도 중국은 물러나지 않기로 했다. 글로벌 기업의 고급 인력에 고액 연봉을 제안하면서 스카우트하는 데 속도를 높였고 장비, 설계 등 핵심 분야 내재화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같은 맥락에서 중국은 작년 말 반도체 산업 육성에 5년간 1조위안(약 181조원) 이상을 투입하기로 했다. 반도체 업체에 보조금 또는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반도체 연구개발(R&D) 시설 및 생산능력 확충하는 것이 골자다.
최근에는 자국 기업을 대상으로 보조금 지급조건을 완화하기로 했다. 미국 공격이 점점 더 강해지는 데 따른 대응이다. 중국 정부는 과학기술부를 개편하고 당중앙 산하에 과학기술위원회를 설치하기도 했다.
기존 SMIC, YMTC 등 반도체 제조사는 물론 베이팡화촹과기, 중웨이반도체설비 등 소부장 업체도 혜택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자국 소부장 제품을 사용하면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도 한다.
제2의 반도체로 꼽히는 배터리 산업에서는 중국 영향력이 막강하다. 자국 정부 지원에 힘입어 CATL, BYD 등이 세계 1위를 다툴 정도로 성장한데다 공급망 내 중국 비중이 압도적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견제구를 날렸으나 중국을 빼고 자체 생태계를 형성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은 상황이다.
전기차 업계에서도 중국은 유수의 완성차업체를 위협하고 있다. 시장 규모 자체는 미국과 EU가 넘볼 수 없는 수준이다. BYD가 테슬라를 제치고 전기차 점유율 1위를 차지한 점은 상징적인 장면이다.
보조금 정책이 폐지됐음에도 중국 전기차 존재감은 선명한 것이 주목할 부분이다. 중국은 전 세계 광산을 계속 쓸어 담으면서 전기차·배터리 부문의 주도권을 놓지 않기 위한 광폭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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