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쿠팡이 시작한 빠른배송 서비스가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로켓배송’에 대대적 투자를 진행해 온 쿠팡이 분기 흑자를 내기 시작하자, 경쟁업체들 역시 빠른배송이 경쟁력 있다고 판단, 카테고리별 익일배송 강화에 속도를 올린다. 관건은 소비자들이 빠른배송을 원할 때 쿠팡 아닌 다른 곳으로 향하도록 인식을 바꿀 수 있는지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11번가, 티몬 등 이커머스 업체들이 익일배송 서비스에 힘주고 있다. 로켓배송을 앞세운 쿠팡이 빠르게 외형을 확장하자 이에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쿠팡은 물류인프라를 위해 대규모 적자를 감수해왔지만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흑자를 내며, 올해 첫 연간 흑자 기록 가능성도 높아졌다.
네이버는 직접 물류에 투자하는 쿠팡과 달리 ‘연합체’를 구성해 빠른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12월 CJ대한통운 및 물류 스타트업과 손잡고 ‘네이버 도착보장’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당일 24시까지 주문한 상품도 다음날 바로 배송해주는 실상 익일배송 서비스다.
전체 브랜드 스토어 20% 가량이 네이버 도착보장 프로그램 출시 3개월 만에 참여했다. 인공지능(AI) 물류 플랫폼 파스토는 상온·저온 상품에 이어 패션 분야까지 확대 적용했다. 네이버에 따르면 CJ제일제당과 LG생활건강, 샘소나이트 등 주요 업체 거래액은 배송 솔루션 적용 이후 전년대비 1.5~3배가량 늘었다.
11번가가 올해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 역시 오늘 주문하면 내일 도착하는 익일배송 서비스 ‘슈팅배송’이다. 누적된 고객 구매데이터를 분석해 빠른 배송에 대한 고객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엄선된 상품을 직매입으로 확보했다. 최근엔 코카콜라와 CJ제일제당, LG생활건강 등 재구매율이 높은 대표 브랜드들을 앞세워 특가 판매했다. 실제 코카-콜라 슈팅배송 결제 거래액(5월16~17일)은 직전 이틀 대비 8배 이상 증가, CJ제일제당 5월22일부터 24일까지 결제 거래액이 전월 같은 기간보다 16배 급증했다.
11번가는 전날엔 ‘슈팅설치’를 시작했다. 대형가전을 당일 오후 2~3시 전에 주문하면 11번가에 입점한 삼성·LG전자 공식 인증점들이 다음날 설치까지 완료해준다. 쿠팡 ‘로켓설치’말고도 또다른 선택지가 생긴 셈이다.
큐텐이 인수한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쇼핑도 나란히 익일배송 서비스를 강화했다. 각각 이름은 ‘T프라임’, ‘W프라임’, ‘I프라임’이다. 국내 셀러 상품들은 오후 2시 전 주문 시 당일 출고 돼 다음날 받아볼 수 있다. 자체 물류 투자를 하지 않고 큐텐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익일배송 추진에 대한 부담이 많이 줄었다.
그간 쿠팡이 급격히 성장한 건 로켓배송을 대신할만한 빠른 배송 서비스가 부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젠 로켓배송을 대신할 수 있는 방안들이 만들어진 셈이다. 관건은 소비자들 인식 개선이다. 거의 모든 카테고리에서 쿠팡이 로켓배송을 실시하면서 소비자들은 빠르게 물품을 배송 받아야 할 때 자연스럽게 쿠팡을 떠올리고 찾는 경험이 형성됐다.
따라서 경쟁업체들은 자체 빠른배송 서비스를 알리기 위해 연일 유명 브랜드사들과 협업해 기획전을 진행하며 인지도를 올리고 있다. 또 네이버가 지정일 내 배송이 도착하지 않으면 소비자에게 포인트를 보상한다. 티몬 역시 짧게 국내 배송 상품 익일배송 '책임보상제'를 운영한 바 있다.
11번가는 ‘팅받네’라는 핵심 카피를 내세워 짧은 광고영상을 연속 제작했다. 쿠팡 외 다른 플랫폼에서도 익일배송이 이용가능하단 점을 인식시키기 위함이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을 즉시 배송할 수 있도록 다양한 상품 확보도 익일배송 확장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이 기대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경쟁력 차원에선 필수적이다”라며 “이전엔 자체 물류를 갖지 않으면 익일배송을 제공하는 게 불가능했지만 지금은 물류 스타트업 성장과 풀필먼트 서비스 활용 셀러들이 증가하면서 이전보다 여건이 훨씬 나아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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