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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래운 케이블TV협회장 “지역생활 플랫폼 토대 만들 것”

이래운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회장 [사진=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이래운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회장 [사진=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제가 협회 신임 회장으로 인사할 당시 마지막 회장이 될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들었다. 업 자체가 사양될 수 있을 거란 뜻이었다. 지금은 분위기가 다르다. 우리도 하기에 따라 돌파구를 만들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생겼다.”

이래운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회장은 최근 디지털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협회 취임 3년차 소회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유료방송 시장의 IPTV 전환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성장 등 미디어 생태계 급변으로 케이블TV가 위기에 직면했다는 평 속에서도 업의 잠재력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이 회장은 케이블TV의 어떤 미래를 확인한 것일까? 그는 지난 임기 그리고 남은 임기 동안 자신의 소임은 케이블TV가 ‘지역생활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드는 것에 있다고 말한다.

이 회장은 “지역생활 플랫폼이라는 게 지자체나 주민센터뿐만 아니라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도 지역 ICT 인프라로서 충분히 같이 할 수 있다”면서 “일본 정부가 비슷한 취지로 추진하는 디지털 전원도시 국가 프로젝트도 SO들이 같이 협력하는 모델”이라고 지적했다. 디지털 전원도시 프로젝트는 일본 지역 사회의 디지털 전환 사업을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케이블TV 사업자가 함께 협력해 추진하는 것을 말한다.

이 회장은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예산이 약 50조원인데, 대부분 하드웨어에 투입되고 소프트웨어 비중은 없다”면서 “예산의 0.1%만이라도 SO를 활용한 지역문화 콘텐츠에 투자해준다면 그 효과가 훨씬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협회가 올해부터 ‘지역소멸을 막아라’라는 주제로 SO 공동 기획물 로드맵을 추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매달 지역 이슈를 선정해 심도 있는 분석으로 공동 콘텐츠를 제작·방영하는 이 로드맵은 ‘지역 소멸 위기’라는 절박한 문제를 전국적 공론의 장으로 끌어냄으로써 더 늦기 전에 해법을 찾아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케이블공동제작협력단의 성과도 눈에 띈다. 이 협력단은 지난해 6월 PP공동제작협력단을 확대개편한 기구로,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와 SO가 공동투자를 통한 제작·편성·유통에 대한 권리를 함께 소유한다. 대규모 오리지널 콘텐츠의 흥행과 제작비 상승 위기를 케이블TV 업계에서 공동제작을 통해 극복해 보자는 아이디어다.

이 회장은 “비용 부담 때문에 아직은 투자가 조심스럽지만 해외 판매망이 뚫리면 투자도 활성화 될 것”이라며 “우리가 공동 기획한 프로그램이 질적 수준에서 전혀 뒤처지지 않기 때문에 SO들이 함께 시장을 활성화 해 나간다면 업계의 대표 상품으로 키워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역콘텐츠 통합 플랫폼 ‘가지(Gazi)’도 꾸준히 개편을 거듭하고 있다. ‘가지’는 전국 케이블TV 지역 콘텐츠를 한눈에 시청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협회 주관 하에 SO들이 뜻을 모아 완성됐다. 이 회장은 “‘가지’는 앞으로 SO의 서브 매체로 자리잡게 할 것이고 그렇게 하려는 SO들의 의지도 강하다”며 기대를 드러냈다.

이래운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회장 [사진=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이래운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회장 [사진=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물론, 그럼에도 케이블TV 업계가 풀어야 할 숙제는 많다. 이 회장은 현재 케이블TV 시장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는지 묻는 질문에 “어려운 시기다. 케이블TV만이 아니고 유료방송 모두가 그렇다”면서 “글로벌 OTT와 비교해 유료방송이 받는 비대칭 규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국내에서 경쟁해야 할 우리 손발은 다 묶어놓고, 글로벌 OTT 마음대로 국내 시장을 잠식하게 놔둔다면 누가 이해하겠나”라고 우려했다.

각종 진입규제와 채널편성규제, 금지행위 등 OTT에는 없고 유료방송에만 적용되는 규제들이 더 이상 사업자를 옥죄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지역채널 커머스방송 실증 특례와 관련해서도 목소리를 냈다. 이 회장은 “그동안 법 개정이 언제까지 된다는 보장이 없어 미래가 불투명하다 보니 업계 입장에선 투자도 할 수 없고 인력배치도 어려웠다”고 운을 뗐다.

지역채널 커머스방송은 지역채널을 활용해 해당 케이블TV 방송권역 내 생산·제조된 상품을 시청자에게 홍보‧판매하는 방송 서비스로, 케이블TV 업계의 새로운 수익모델로 주목받았다.

지역채널 커머스방송은 지난 2021년부터 2년간 정부로부터 ICT 규제 샌드박스 실증 특례를 받았다. 올해 특례 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2025년 6월까지 2년 연장을 승인받은 상태이며 업계는 정부에 조건 완화를 요청하고 있는 상태다.

이 회장은 “지역에서 커머스방송을 원하시는 분들이 많다. 그런 분들을 생각하면 엄격한 기준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최근 홈쇼핑 업계와의 갈등도 결국은 T커머스나 라이브쇼핑 등 제도권 밖의 커머스 방송을 하는 사업자들이 늘어나면서 기존 TV홈쇼핑 사업자들이 엄격한 심의 규제 등 공평하지 못한 상황에 놓여있다”며 “과감한 규제 완화를 통해서 전반적으로 숨통을 트이게 만들면 선순환 구조로 들어서고 산업간 갈등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회장은 “새로운 미디어 패러다임에 SO들이 배제돼선 안 된다. 우리도 기초체력을 다져야 한다”며 “각 지자체, 공공기관, 지역경제단체, 지역공동체와 SO가 협업하는 출발점을 만들고 싶다. 케이블TV가 실질적으로 지역 ICT 플랫폼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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