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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공백 후폭풍]① 과거 정책 매몰 vs 노력 부족이냐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은 28㎓과 같은 밀리미터 웨이브(초고주파 대역)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밀집 지역에서 높은 데이터 전송률 확보에 용이하다. 경기장, 쇼핑몰, 주요역과 같이 사람이 몰리는 곳에서 구축된 것을 확인했으며, 실제 구축된 지역에서는 밀리미터 웨이브 서비스 활용이 가능하다

#28㎓ 전파특성, 단말 성능 등 고려 시 B2C로는 부적합하며, 국내서 상용화할 경우 불완전 서비스라는 인식이 우려된다. 한 공간에서조차 균등한 품질 제공이 불가해, 5G 서비스에 대한 고객 불만족을 야기할 것이다. 해외는 오프로딩 용도와 특화서비스 용으로 밀리미터 웨이브 사용 또는 계획 중이나, 한국은 미드밴드도 용량과 속도가 충분해 시기상조다

이같이 상반된 의견은 지난해 8월 정부와 통신사, 통신장비로 구성된 ‘28㎓ 대역 5G 민·관 워킹그룹’이 28㎓ 5G 해외구축 사례 조사를 위해 미국 서부 지역을 방문한 이후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 내용이다.

위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하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통신미디어연구소가 낸 ‘미국 28㎓ 5G 구축·활용 보고서’이며, 아래는 국내 통신3사가 제출한 ‘해외 사례 및 국내 환경을 고려한 28㎓ 서비스 구현의 의미’ 보고서다.

정부는 줄곧 28㎓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며 통신사들의 28㎓ 대역 기지국 구축을 독려했으나, 통신3사는 전파 특성 등을 고려하면 상용화는 어렵다는 입장으로 끝모를 평행선을 달렸다. 정부와 통신사는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고, 결국 지난 5월31일 SK텔레콤을 마지막으로 통신3사의 5G 28㎓ 주파수 할당이 모두 취소됐다.

◆정부-통신사 28㎓ 활용 의견 갈려, 지하철 와이파이 백홀 유일

28㎓ 주파수 할당 취소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또,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먼저 시계를 지난 2018년으로 되돌려보면, 정부는 KT가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선보인 5G 시범서비스를 계기로 같은 해 현재 5G 주력 대역인 3.5㎓과 함께 28㎓ 대역을 경매로 내놓았다.

보통 주파수는 높은 대역일수록 전송 가능한 정보량이 많아 고용량의 초고속 서비스에 적합하다. 흔히 말하는 4G 대비 20배 빠르다는 5G는 바로 28㎓을 뜻한다. 당초 28㎓ 대역은 인구가 밀집된 곳에서 초고속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여겨졌지만, 전파 도달거리가 짧고 장애물을 피하는 회절성이 낮은 등 여러 기술적 제약은 한계로 지적돼 왔다. 현재 28㎓를 지원하는 단말도 국내에 출시돼 있지 않다.

지난 5월30일 열린 민관합동 6G포럼
지난 5월30일 열린 민관합동 6G포럼

경매 당시만 하더라도 정부는 5G 세계 최초 상용화를 목표로 달려가는 중이었고, 28㎓의 불확실성보다는 장밋빛 미래에 집중했던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28㎓ 대역은 각 사별 3.5㎓ 할당 대역폭(100㎒)에 비해 8배인 800㎒ 대역폭을 할당하면서도 실제 할당대가는 3.5㎓ 대비 훨씬 낮은 수준인 6100억원에 불과했다.

그동안 정부와 통신3사는 28㎓ 대역을 서울 지하철 와이파이 백홀 구축 등에 활용해 왔으나, 이외엔 별다른 사업모델(BM)을 찾지 못했다. 결국 통신사는 기간 내 할당 의무 구축 요건 미이행으로 주파수 취소라는 행정처분을 받게 됐다.

◆5G 어드밴드스·6G 기술 주도권 위해 힘 모아야

정부 입장에선 앞으로 28㎓을 활용해 줄 신규 사업자 등장을 기대할 수 밖에 없게 됐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12월 KT와 LG유플러스에 28㎓ 주파수 할당 취소 처분을 내리며, 이중 한 개 대역은 신규사업자, 즉 제4이통에 할당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구체적인 할당조건 등은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달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개최한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에 대해 “28㎓ 주파수 할당은 (정부가 강요한 것이 아니라) 기업과 합의해서 한 것인데, 정책 실패라고 보는 건 무리”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통신업계에선 “우스갯 소리로 낙엽 한 장만 붙어도 28㎓는 연결이 안 된다고 하는 만큼, 매우 촘촘한 기지국 구축이 필요한데다, 설령 구축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활용할 서비스 모델을 발굴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제 와서 28㎓ 대역 실패 책임을 따지기보다는 결국 6세대(6G)와 같은 미래 통신기술에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 이동통신분야의 선도적 입지를 6G 이동통신에서도 잇기 위해선 현재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서 논의 중인 5G 어드밴드스 등 6G 도입을 대비한 고주파 대역의 기술적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당장 오는 11월 열릴 WRC23에서 6G주파수 후보대역을 선정할 예정인데, 현재 유력한 6G 주파수 대역은 7㎓~24㎓의 어퍼미드 대역과 92㎓~3㎔의 초고대역으로 28㎓ 기술발전과 궤를 같이 한다. 이전에 행한 정책적 결정에 집착하기보단 보다 과감한 도전을 통해 기술 완성도를 높이는데 정부와 통신사가 힘을 모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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