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마이크론 제재 용납 못 해” 비판
- 中 “한국과 손잡기로 합의” 주장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미국과 중국 간 반도체 주도권 싸움이 심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두 나라는 한국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손을 내밀고 있다. 양자택일을 강요받게 된 우리나라로서는 난처한 상황이다. 둘 다 반도체 산업 핵심 시장이나 주요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27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는) 명백한 경제적 강압으로 본다. 우리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실패할 방식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근 중국 사이버정보국(CAC)은 마이크론 제품에서 보안 문제가 발견됐다는 이유로 자국 기업에 마이크론 반도체 구매를 금지한다는 방침을 전파했다. 마이크론은 미국 회사로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빅3’를 형성하는 곳이다.
중국의 “심각한 네트워크 보안 위험이 있었다”는 발표에 미국은 “근거가 없는 제한”이라고 즉각 반발한 바 있다. 이번 사안에 대해 러몬도 장관이 재차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셈이다.
마이크론 사태는 미국의 대중(對中) 반도체 제재에 대한 중국의 반격으로 풀이된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바이든 행정부까지 중국 반도체 기업을 향한 공격이 이어지면서 화웨이, SMIC, YMTC 등이 타격을 받은 바 있다. 미국은 대만을 비롯해 일본, 네덜란드 등까지 참여시키면서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은 한미 동맹을 강조하면서 중국 견제에 힘을 보탤 것을 직간접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미국 의회 등에서는 “중국에서 마이크론 공백을 외국 메모리 제조사에서 채워지면 안 된다”고 역설하고 있다. 사실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겨냥한 발언으로 동맹국의 동참을 부추긴 것이다.
위기감이 커진 중국은 한국 붙잡기에 나선 분위기다. 지난 26일(현지시각)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무역장관 회의에 만난 가운데 이에 대한 양국 반응이 엇갈렸다.
산업부는 “안 본부장은 중국 측에 교역 원활화와 핵심 원자재 및 부품 수급 안정화를 위한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며 “중국 내 우리 투자기업들의 예측 가능한 사업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협조를 당부했다”고 전했다. 이중 반도체 관련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다.
반면 중국 상무부는 “양국이 반도체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는 데 동의했다”고 이야기했다. 해당 문장만 보면 한국과 중국이 반도체 동맹을 맺은 것처럼 보인다. 이미 미국 쪽과 상당 부분 논의를 진행한 한국으로서는 당황스러운 발언이다. 업계에서는 미국을 의식한 중국이 다급하게 손을 내민 것으로 보고 있다.
일련의 상황 속에서 한국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다. 앞서 언급한 대로 현재까지는 미국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미국 반도체 지원법 관련 협상을 진행하고 미국 주도의 ‘칩4’ 동맹에 참여하는 등이 대표적인 움직임이다. 글로벌 경제와 반도체 기술 패권을 쥐고 있는 미국에 등질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도 완전히 저버릴 수 없다. 세계 최대 반도체 소비국이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을 비롯해 국내 기업들의 생산거점인 영향이다. 이에 정부는 중국 내 첨단 반도체 웨이퍼 투입량을 5%에서 10%로 늘려 달라고 요구하는 등 자국 기업의 중국 사업 차질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문제는 미국이 노골적으로 중국 견제에 나서고 있는 만큼 협상이 순조롭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또한 러몬도 장관은 “반도체 지원법상 투자는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국가들의 참여를 환영한다. 한국, 일본, 싱가포르 등 기업이 관련 법 지원에 함께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한국은 미국 편이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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