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삼성 그룹이 전기차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진두지휘하는 가운데 주요 계열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분위기다.
최근 이 회장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을 연이어 만나 전기차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현재 삼성 그룹에서는 배터리를 공급하는 삼성SDI를 비롯해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등이 각 분야에서 전기차 부품을 개발 및 생산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모바일과 가전 등에 집중하다가 전장 쪽으로 영역을 확장 중이다.
우선 삼성SDI는 경쟁사 대비 소극적인 투자 기조로 우려의 시선을 받았으나 지난 수개월 간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작년 말 미국에서 스텔란티스와 합작 배터리 공장 구축에 돌입한 데 이어 지난 4월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사(JV)를 세우기로 했다. 양사는 오는 2026년 양산 목표로 30기가와트시(GWh) 규모 배터리 생산라인을 설립할 방침이다.
이외에도 한국, 말레이시아 등에서도 증설 작업에 착수했고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전지 파일럿 라인도 준공을 앞두고 있다. 늘어나는 생산능력(캐파) 대비 차원에서 포스코퓨처엠 등 신규 협력사 발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과거 크게 신경 쓰지 않던 차량용 반도체 부문에 공을 들이고 있다. 주력 제품인 메모리의 경우 마이크론(점유율 약 45%)과 격차가 큰 상황이나 오는 2025년 1위 목표로 복수 고객들과 활발하게 협업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시스템반도체에서는 스마트폰 위주였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이미지센서 등을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에 탑재하기 위해 신제품 개발에 한창이다. 아우디, 폭스바겐 등에 이어 글로벌 완성차업체를 다방면으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사업부 역시 테슬라를 필두로 대형부터 중소 자동차 회사로부터 수주를 따내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이 회장은 BMW 최고경영자(COE)를 만나고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사장)은 소니 본사를 방문한 바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마찬가지다. 모바일에 집중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응용처를 자동차로 확장해나가고 있다. 아우디와 오랜 기간 협력해오던 삼성디스플레이는 BMW, 현대차 등으로 고객군을 넓혔고 지난달에는 페라리와 손을 잡았다. 추후 다른 완성차업체에도 OLED를 납품하기 위해 물밑 작업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기는 지난 16일 전기차에 적용 가능한 세계 최고용량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삼성전기는 정보기술(IT)용 MLCC 시장에 점유율 2위이나 차량용에서도 다소 뒤처진 상태다. 모바일 기기 대비 수배 많은 MLCC가 들어가는 자동차를 통해 글로벌 경기침체와 계절적 비수기에 따른 실적 변동성 등을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인수한 하만도 삼성전기의 주요 고객으로 안착하면서 시너지를 내고 있다.
또 다른 핵심 아이템 카메라 모듈과 반도체 기판에서도 전장 공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카메라 모듈은 테슬라와 밀접하게 사업을 이어나갈 정도로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전기차 및 자율주행은 삼성전기에 기회 요인”이라며 “전장이라는 성장 파도에 올라타 자동차 부품회사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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