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8주년 대기획] ‘AI 트랜스포메이션을 준비하라(Beyond AI)’
[디지털데일리 이건한기자] 30대 회사원 A씨는 최근 이사를 준비하며 인공지능(AI) 관리 기능이 포함된 냉장고와 에어컨을 새로 구입했다. 평소 전기 사용량이 많은 제품들인 만큼 AI 절약 기능을 잘 활용하면 늘어난 전기세 부담이 줄어들 거란 기대 때문이었다. 2년 전 구입한 동일 브랜드의 세탁기·건조기의 AI 맞춤 세탁·건조 기능에 만족했던 경험도 이 같은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바야흐로 ‘일상 AI’의 시대다. 바둑 AI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꺾은 2016년 당시만 해도 인간을 꺾은 AI를 두고 일각의 우려가 따랐으나 지금은 다르다. 범용 AI의 개발은 예상보다 먼 미래의 것으로 이야기되고 있으며 현세대 AI는 일상 내 디지털 전환을 가속하는 핵심 열쇠로 활약하고 있다.
일상에서 AI의 대중화를 가장 쉽게 체감할 수 있는 건 모바일·가전제품의 변화다. 휴대폰부터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자동차까지 요즘은 AI가 접목되지 않은 제품을 찾아보기 어렵다. AI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음성비서’부터 눈에 보이지 않지만 제품의 성능과 사용환경을 시시각각 최적화해주는 얼굴 없는 AI까지 다소 주춤해진 하드웨어 기술의 혁신을 AI가 보완하고 있는 형국이다.
◆ 휴대폰, 가전과 만난 AI…‘더 효율적으로, 더 알뜰하게’
그 중 삼성전자는 휴대폰과 가전사업에 AI를 가장 적극적으로 접목 중인 회사 중 하나로 꼽힌다. 스마트폰에는 일찍이 미국 실리콘밸리 AI 업체 비브랩스를 인수하고 애플 ‘시리(Siri)’에 대항할 음성 AI비서 ‘빅스비(Bixby)’를 내놨다.
초기엔 자연어 인식을 통한 기능 제어가 주를 이뤘다. 이후 ‘빅스비 비전’에선 사진 촬영만으로 외국어 번역을 하거나 이름 모를 제품 정보를 검색할 수 있게 되는 등, 스마트폰 기능성 확장에 적잖은 기여를 했다.
빅스비 도입 이후 AI 기술 고도화를 본격화한 삼성전자는 이미지 후처리에도 AI 최적화 기술을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하드웨어 경쟁이 한계에 이른 최근 스마트폰 산업에서도 매년 가시적인 수준의 카메라 성능 개선을 이뤄내고 있다.
일례로 이제는 사용자가 특별한 설정을 하지 않아도 AI가 장면 및 피사체별로 최적화된 필터 옵션을 자동으로 적용해준다. 빛이 적은 밤에도 화사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 불필요한 피사체를 사진에서 지워주는 일 모두 이제는 AI가 하드웨어와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스마트폰의 성공 이후 가전제품과 AI의 접목도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가전 역시 많은 제품군의 성능 상향 평준화가 이뤄진 상황에서 ‘AI 최적화’를 통한 사용 편의성 제고와 에너지 절약은 앞서 A씨의 사례처럼 최근 젊은 세대가 가전 구입 시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 중 하나로 자리매김 중이다. 이는 전세계적인 친환경 캠페인, 고물가와 전기세 인상 등 에너지 비용 부담 증가와도 맞물린 변화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출시한 프리미엄 세탁기와 건조기의 강점 중 하나로 ‘AI 절약 모드’를 강조했다. 세탁기와 건조기는 사계절 전력 소모량이 많은 대표 가전이다. 그러나 AI를 도입함으로써 세탁물 오염도와 무게를 자동 분석하고 가장 최적화된 세탁 시간, 세제 투입량 등을 기기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되면서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줄일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신모델 기준 스마트싱스 에너지 플랫폼의 ‘AI 절약모드’를 사용하면 세탁기는 최대 60%, 건조기는 최대 35%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 여름철 전력 사용량이 많은 에어컨은 1등급 최저 기준보다 에너지를 10%나 덜 쓸 수 있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절약된 에너지량을 사용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체감 만족도도 높다.
◆ 콘텐츠와 만난 AI…’정보의 늪’에서 인간을 건지다
‘AI 추천’ 기술은 ▲문서 ▲이미지 ▲영상 등 온갖 영역의 고품질 콘텐츠가 범람하는 21세기에 인류가 ‘정보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돕는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약 10년 전만 해도 ‘큐레이터’로 불리는 인력들이 직접 각 분야별로 양질의 콘텐츠를 선별해 사용자들에게 제공하는 플랫폼이 성행했으나 이는 지금 AI의 몫이다.
큐레이터의 한계는 사용자 개개인에 대한 맞춤형 추천이 어렵다는 점인데 AI는 여기에 강점이 있다. 사용자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언제 콘텐츠를 소비하는지 일일이 입력하지 않아도 AI는 해당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 후 최적화하는데 능하다.
이를 일찍이 서비스에 접목함으로써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 반열에 오른 대표적인 기업이 넷플릭스와 구글 유튜브다. 넷플릭스는 비디오 대여점을 단순히 온라인에 옮기는 데 그치지 않았다. 각 콘텐츠의 메타 정보를 세세하게 분류하고 사용자의 취향 정보와 결합하면서 콘텐츠 소비량과 서비스 체류 시간을 대폭 늘리는 데 성공했다. 이는 때때로 잊히거나 개봉 당시 주목받지 못했던 명작의 재발견 등으로도 이어지면서 디지털 영상 콘텐츠 산업의 부흥에 큰 역할을 했다.
유튜브의 추천 기술 또한 ‘알고리즘을 타고 도착했다’, ‘악마의 알고리즘’와 같은 댓글 문화가 있을 만큼 사용자의 취향을 정확하게 저격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2020년 기준으로도 이미 1분에 500시간 이상의 콘텐츠가 업로드되는 유튜브에서 사용자들이 ‘재미있는 콘텐츠’를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되는 배경 또한 이 같은 추천 알고리즘에 있다.
AI 추천 기술은 이후 ‘숏폼(짧은 영상)’ 플랫폼 시대를 이끈 ‘틱톡'을 통해 다시금 주목받았다. 사용자가 콘텐츠의 제목조차 선택할 필요 없이 ‘밀어 넘기기’ 제스처 한번으로 취향에 걸맞은 영상을 끊임없이 제공받을 수 있는 경험은 틱톡이 단숨에 글로벌 숏폼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핵심 비결 중 하나로 이야기된다.
이 밖에도 AI 추천 기술은 뉴스, 음악, 쇼핑 플랫폼에도 광범위하게 접목돼 일상의 즐거움을 더해주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추천 AI가 사용자들의 ‘필터버블(원하는 주제의 정보에만 노출됨으로써 인지에 편향이 생기는 부작용)’, 혹은 편향된 정보에 노출시키는 부작용을 가져온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 창작과 만난 AI…검색·업무·예술의 차세대 파트너
이어 ‘챗GPT’로 상징되는 초거대 AI 시대의 도래는 일상 AI의 또다른 변화를 불러일으킬 전환점으로 지목된다. 기존 AI는 사용자가 요구하기에 앞서 기기나 서비스에 포함된 기능을 제한적으로 자동화하는 성격이 강했다면, 초거대 AI는 ‘창조’의 영역에서 일상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가능성이 높게 기대되고 있다.
미국 오픈AI가 만든 챗GPT는 초기에 ‘인간과 같은 대화’로 주목받았지만 핵심은 분야를 막론한 콘텐츠 생성 능력에 있다. 수천억개의 학습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간과 유사한 수준의 연설문, 논문, 문학 창작에 능한 모습을 보이며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다.
이미 서점에는 챗GPT로 단 30시간 만에 집필된 책 외에도 다수의 책이 등장하고 있으며, 영어권 국가에선 챗GPT로 해결한 숙제를 제출하는 학생들과 갈등을 빚는 교수들의 이야기도 심심찮게 전해지고 있다.
챗GPT 쇼크는 이미 글로벌 AI 기업들의 추격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해외에선 구글이 지난 2월 챗GPT 대항마 ‘바드(Bard)’를 빠르게 출시하며 경쟁의 불을 당겼다. 비록 첫 시연에서 오답을 내는 장면이 알려져 주가가 폭락했지만, 바드의 조기 출시는 전세계 AI 산업을 주름잡던 구글이 느낀 ‘위기감’을 잘 드러낸 대목이다.
국내에선 네이버가 자사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 기반 차세대 검색 서비스 ‘서치GPT’를 상반기에, 기존 하이퍼클로바를 업데이트한 ‘하이퍼클로바X’를 하반기에 공개할 예정이다. 네이버는 챗GPT와 같은 영어권 초거대AI가 한국어 처리에 약점이 있는 점을 노려, 국내 사용자에 특화된 서비스 개발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 같은 초거대 AI의 잇따른 상용화는 검색과 업무, 예술의 지평을 한층 넓힐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챗GPT, 하이퍼클로바는 이미 간단한 수준의 작문 요청을 능숙히 실행할 수 있고 여타의 ‘생성형 AI’로 분류되는 기술들은 사용자가 요구한 키워드에 걸맞은 이미지를 창작해 내는 수준에 이르러 있다.
사람은 이를 이용해 부족한 창작 영역의 능력을 보완하고, 예술가들은 이미 AI가 만들어 낸 결과를 응용해 보다 효율적이고 참신한 영역의 작품 창작 활동이 가능해지고 있다.
물론 초거대 AI 산업에도 해결해야 할 과제는 있다. 대표적으로 편향성과 오답 제시, 저작권 침해 등이다.
챗GPT를 비롯한 대화형 초거대 AI는 아직 학습된 방대한 데이터 내에서 진위를 세세히 파악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이에 처리를 요청한 내용에 ‘모른다’고 응답하는 대신 정확도가 떨어지는 데이터를 이리저리 결합해 엉뚱한 결과를 도출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비판을 사고 있다.
이미지 생성 AI는 저작권자 허락 없이 학습한 화풍을 토대로 만든 콘텐츠들을 두고 저작권 논란이 불거지는 추세다. 이에 AI의 사실 판단 기준과 저작권 윤리에 대한 기준 마련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 또한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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