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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클로즈업] ‘5G 킬러콘텐츠’ 접는 통신사들…왜?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최근 통신사들이 한때 ‘5G 킬러콘텐츠’로 대대적 홍보를 했던 사업들에서 철수하거나 투자를 줄이고 있습니다. 가상·증강현실(VR·AR)부터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말이죠. 국내 5G 가입자가 벌써 3000만명에 이르고 있는데, 5G를 대표하는 킬러콘텐츠를 꼽기는 여전히 어렵습니다. 왜일까요?

5G가 상용화된 2019년 당시 국내 통신사들은 LTE보다 빠르고 끊김 없는 초고속·초저지연의 5G 서비스를 홍보하기 위해 다양한 킬러콘텐츠들을 선보였습니다. 실시간으로 가상공간 또는 증강사물을 구현해야 하는 ‘VR·AR’이나 클라우드를 통해 원격으로 게임을 스트리밍하는 ‘클라우드 게임’은 이러한 5G 특성을 강조하기에 제격이었죠.

예컨대 SK텔레콤은 점프VR’과 ‘점프AR’이라는 이름의 자체 서비스를 출시했었고, KT는 중국 VR 헤드셋 제조업체인 피코인터랙티브와 협력해 ‘슈퍼VR’을 선보였습니다. LG유플러스도 엔리얼과 제휴를 맺어 AR글래스인 ‘U+리얼글래스’를 내놨었고요. 그런데 지금은 모두 서비스를 종료했거나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클라우드 게임도 마찬가지입니다. LG유플러스는 2019년 9월 국내에서 엔비디아의 ‘지포스나우’를 처음 선보이며 국내 통신사들 중 가장 먼저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 진출했습니다만, 올해 6월을 끝으로 서비스 제공 종료를 결정했습니다. KT도 2020년 야심차게 출시했던 자체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게임박스’를 올 6월 끝맺습니다.

왜 이런 결말을 맞게 된 걸까요? 사실 5G 상용화 당시 통신사들이 우후죽순 내놓은 5G 킬러콘텐츠들은 일종의 마케팅 수단에 불과했습니다. 새로운 서비스를 발굴하고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5G를 돋보이게 해줄 ‘들러리’ 성격이 컸던 것이죠. 그러니 어느 정도 5G가 대중화된 이후에는 마케팅 가치가 떨어졌던 겁니다.

수익성과 시장성도 장벽이었습니다. 처음에는 5G 홍보 효과로 반짝 인기를 얻었다가도, 이렇다 할 차별화를 못 느낀 소비자들이 떠나가기 시작했으니까요. VR·AR의 경우 비싼 기기 가격과 어지러움 등 착용감 한계가 있었고, 클라우드 게임도 5G의 초저지연성에도 불구 완벽히 개선되지 못한 끊김 현상 등 불만이 나왔습니다.

통신사들 입장에서 AI와 메타버스, B2B(기업용) 등 새로운 먹거리가 나오면서 5G 킬러콘텐츠가 관심 밖으로 멀어진 면도 있다고 봅니다. 전세계적으로 챗GPT 열풍 속 생성형·대화형 AI가 주목을 받고 있고, VR·AR과 달리 별도 장비 착용이 필요 없는 메타버스가 발전하는 등 기술의 트렌드 자체가 변화하고 있는 것이죠.

게다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같은 영상 스트리밍 이용률이 급증하는 등 데이터 소비 패턴 자체가 변하고 있습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5G의 가입자당 트래픽은 올 3월 기준 약 28GB로, LTE의 3배가 넘습니다. 이제는 통신사들이 5G 킬러콘텐츠를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LTE의 5G 전환이 당연한 수순이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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