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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지마, 팔지마"…미중 싸움에 삼성·SK 등터진다 [DD인더스]

- 中 70조원 투자 물거품 될라…한미정상회담 열쇠
- 메모리 대안 없던 中, 내재화 총력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미국과 중국 간 대립 격화로 국내 반도체 업계에 먹구름이 꼈다. 수십조원을 중국에 투자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서는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23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은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공급 공백을 메우지 말라고 대통령실에 요청했다.

FT 보도는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온 것이라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는 반응을 내놓은 가운데 사실이라면 양사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앞서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 미국 마이크론의 자국 내 판매 제품을 대상으로 인터넷 안보 심사를 개시했다. CAC는 “핵심적인 정보 인프라의 공급망 안전을 보장하고 인터넷 안보 위험 예방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왕리푸 아이씨와이즈 애널리스트 발언을 인용해 “한국은 마이크론의 규제에 주목할 것이다. 이번 조치는 중국에 공장을 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미국을 따르지 말라’는 경고 신호”라고 분석했다.
해당 조치는 미국이 일본, 네덜란드 등까지 대중(對中) 반도체 제재에 합류시킨 데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마이크론의 경우 지난해 중국과 홍콩에서만 전체 매출의 약 25%를 창출한 바 있다. 백악관이 우리나라에 실제로 ‘중국에 메모리를 제공하지 말라’는 요구를 한다면 재차 보복하는 셈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40%, SK하이닉스는 D램 40% 및 낸드 20%를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양사는 중국에 각각 33조원(시안), 35조원(우시·다롄)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전해진다. 총 70조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문제는 미국이 노골적으로 중국 반도체 죽이기에 나선 점. 지난달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 지원 및 과학법(칩스법) 안정장치(가드레일) 조항을 공개하면서 “미국으로부터 보조금 수령 시 향후 10년간 중국, 러시아 등 위험 국가에서 반도체 생산능력(캐파)을 실질적으로 확장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조항에 따라 캐파 증대는 첨단 반도체 5%, 범용 반도체 10%로 제한되며 10만달러(약 1억3000만원) 이상 거래도 금지된다. 이를 어기면 보조금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

시안 공장은 128단 낸드, 우시와 다롄 공장은 각각 10나노미터(nm) 중후반대 D램과 96·144단 낸드를 양산 중이다. 미국에서 첨단 반도체 마지노선을 시스템반도체는 28nm 미만, 메모리의 경우 18nm 미만 D램 및 128단 이상 낸드로 설정했다.
가드레일대로면 일부 라인을 제외하면 현상 유지를 할 수 있지만 더 이상의 투자나 공정 전환은 제한적이다. 더욱이 노후 설비 교체마저 어려워질 수 있다. 지난해 10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중국 내 장비 반입 금지에 대해 1년 유예를 받았으나 올해 말 갱신 여부는 미지수다.

미국 측에서 ‘탈(脫)중국을 서두르라’는 메시지를 지속하는 등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울상이다. FT 보도대로면 기존 중국과의 거래까지 끊길 수 있다. 사실상 중국 시장에서 철수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중국발 ‘제2의 사드’ 사태로 확산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반대로 미국 뜻을 저버리면 현지의 글로벌 기업들과 멀어질 수 있다. 이러나저러나 한국 회사에 부정적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주 개최되는 한미정상회담에서 정부가 국내 기업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24일 윤석열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과 함께 미국으로 떠났다.

한편 SCMP에 따르면 중국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는 중국산 장비로 3차원(3D) 낸드 생산을 준비 중이다. 미국이 중국으로의 최신 설비 반입을 막자 중국 반도체 업계가 생산라인 내재화에 나서겠다는 심산이다. 당장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겠으나 중국 정부 차원에서 막대한 자금을 붓는다면 중장기적으로 이뤄낼 것으로 관측된다. 결과적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좋은 소식은 아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YMTC,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등이 첨단 메모리 개발 및 생산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면서 “이 때문에 한국 의존도가 높은데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서 우리나라와도 서서히 멀어지고 그동안 중국이 자체 공급망을 구축한다면 중국이라는 세계 최대 시장을 놓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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