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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목적지 미표시’ 의무화 추진…플랫폼 “효과 불분명” 한숨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택시 승차 대란으로 1년여간 조용했던 모빌리티 플랫폼 업계에도 다시 규제 바람이 일고 있다. 정부가 택시 호출 때 모빌리티 중개 플랫폼 사업자가 애플리케이션(앱) 내 목적지를 표시할 수 없게 하는 ‘목적지 미표시’ 의무화를 추진하면서부터다. 플랫폼들은 실효성 없는 규제 법안이라며 우려를 표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이하 국토위)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는 모빌리티 중개 플랫폼에서 택시 목적지를 미표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 개정안’에 대한 심사를 진행했다. 국토위 의원들은 다음주 중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관련 법안을 재논의할 방침이다.

국토교통부가 플랫폼 택시에 목적지 미표시 의무화를 검토하는 이유는 택시 기사들이 승객 목적지를 미리 확인해 ‘콜 골라잡기’를 하는 것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카카오T’ 앱 운영사인 카카오모빌리티 등 플랫폼사들은 목적지 표시 여부를 자율적으로 정해왔다. 애초에 목적지를 알 수 없게 해 택시 기사의 콜 골라잡기를 막는다면, 택시 대란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국토교통부 생각이다.

하지만 업계는 목적지 미표시 전면 도입이 플랫폼 이용 활성화만 저해할 뿐,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콜 골라잡기의 문제는 택시 기사들이 소위 ‘돈이 되는 콜’인 장거리 승객을 골라 태우기 위해 단거리 승객을 거부하면서 택시 대란을 유발한다는 데 있다. 즉, 승차 거부가 핵심이지 목적지 표기 자체가 원인은 아니다.

목적지 미표시 의무화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업계와 유관 기관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건 법안이 택시 기사의 승객 취사선택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는지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부분이다. 규제 실효성에 대해 이견이 있는 법안 경우, 법률 기본원칙인 입법 방법 적정성에 위배될 수 있다.

관련해 중소벤처기업부는 택시 기사가 승객 탑승 전 목적지 고지 요청이 가능한 것과 비교할 때 법률 입법 평등 원칙을 훼손하는 사례로 판단된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도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해결해야 할 과제는 택시 기사들이 단거리 승객에 대한 승차거부와 호출 골라잡기를 하는 행태 그 자체이지, 목적지 미표시 도입은 이와 인과관계가 없으며 입법 목적 역시 달성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목적지 미표기로 택시 기사가 플랫폼을 사용할 유인이 사라지면 택시 호출 서비스 공급 풀이 줄어들고, 승객들도 플랫폼 이용 빈도가 감소할 것”이라며 “이미 목적지 미표시를 도입했다 철수한 사례도 많은 만큼, 무조건적인 도입은 신중해야 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서울시는 연말연시 심야 승차난 종합대책 일환으로 택시 목적지 미표시 시범 사업을 운영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기사들에게 호응을 얻지 못해 실패로 끝났다. 택시 호출 플랫폼 우티(UT)도 목적지 미표시를 시도하다 2개월만에 정책을 철회했다.

한편,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 개정안에서 목적지 미표시 콜 전면 도입 외에 택시앱 호출료 신고제도 업계 내 뜨거운 감자다. 이 제도는 중개 수수료와 같은 호출료를 국토교통부 장관 또는 지자체장에 신고수리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가 플랫폼 중개 요금 결정에 사전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사업자 자율재량권을 침해하고 사업자 간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로 해당 법안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힌 건 택시 단체가 유일하다. 국토교통부와 공정거래위원회, 플랫폼 업계 등 유관 기관과 이해 당사자는 이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용자 불편 호소나 법안 개정에 대한 요구가 없는 상황에서 이런 방안들이 법제화된다면, 플랫폼 기업 자율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며 “결국 타다와 같은 새로운 서비스 출시도 더욱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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