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올해 1분기에도 통신3사 합산 영업이익은 1조원을 무난히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5G 가입자 확대와 마케팅 지출 감소, 신사업 성과 가시화 등이 배경이다. 한편 KT는 역기저 효과로 나홀로 영업이익 감소가 전망된다. KT의 경우 경영공백 장기화가 향후 실적에 미칠 영향도 주목되고 있다.
1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3사의 합산 매출액은 14조393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2% 증가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1조3022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3202억원)보다 소폭 감소했다. 지난해 1분기 3사의 영업이익 총합은 LTE 도입 이후 최대 수치였다.
1분기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영업이익은 4619억원, 2839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6.8%, 8.6%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유무선 통신사업의 안정적인 실적이 뒷받침한 것으로 보인다.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높은 5G 가입자가 계속 늘고 있는 한편, 5G 상용화 초기를 지나 마케팅 비용 지출이 계속 줄고 있기 때문이다.
신사업 성장도 가시화 되는 추세다. 케이블TV 인수합병 이후 IPTV 사업을 중심으로 가입자 수신료가 눈에 띄게 늘었고, AICC(AI 고객센터) 사업 등 신규 B2B(기업) 사업이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각종 비대면 서비스의 증가로 인터넷데이터센터(IDC)와 클라우드, 전용회선 등도 꾸준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KT는 그러나 통신3사 중 유일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분기 KT의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1.2% 줄어든 5564억원으로 추정됐다. 이는 지난해 1분기 KT 영업이익이 6266억원으로 증권가 전망치를 크게 뛰어넘었고, 마포서비스센터 자산 매각에 따른 일회성 이익 746억원도 반영된 데 따른 기저효과로 설명된다.
업계는 또한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경영 리스크가 향후 KT 사업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고 있다. KT는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지목된 구현모 전 대표와 윤경림 사장이 모두 사퇴하면서 박종욱 경영기획본부장이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맡은 상황이다. KT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은 대략 5개월이 소요될 전망이어서 경영 공백 장기화가 불가피하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CEO 선임 후에도 향후 3년의 전략을 수립하는데 최소 한 개 분기가 소요된다”며 “사실상 올해는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부재 속에 KT가 시스템으로만 움직여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짧게는 3개월에서 6개월간 CEO 부재로 경영의 불확실성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고 봤다.
다만 KT 관계자는 “지금의 상황은 지배구조 문제이지 사업에 특별히 문제가 있다거나 한 게 아니기 때문에 기업 펀더멘탈로 평가를 해야 한다”며 “KT는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회사이고 오히려 경영 공백에도 불구하고 디지털플랫폼기업으로의 전환을 꾸준히 실천하면서 양호한 실적을 내고 있는 점을 주목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통신3사를 둘러싼 사업 환경의 변화도 무시할 수 없다. 정부는 최근 민생안정 대책 중 하나로 통신 요금 인하 카드를 꺼내 들었다. SK텔레콤은 37~99GB 구간의 5G 중간요금제 및 청년·어르신 전용 요금제 혜택을 발표했고, KT와 LG유플러스도 비슷한 요금제 개편안을 준비 중이다. 이에 따른 ARPU 추이에 관심이 모아진다.
정부가 통신 시장 경쟁 촉진을 강조하면서 통신사를 향한 규제 압박이 커지지 않을까 우려도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과거 사업성 부족으로 번번이 좌절됐던 제4 이동통신 출범을 독려하고 있으며 알뜰폰 시장 활성화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경쟁 심화로 기존 통신사들의 사업성과 수익성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엔데믹으로 해외여행객이 늘면서 로밍 매출이 크게 늘고 5G 가입자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통신사들이 처한 정부의 경쟁 촉진 기조라든가 중간요금제 이슈, KT의 경우 CEO 리스크 등 변수가 많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실적에 끼칠 영향은 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