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DB하이텍을 둘러싼 주주 반발이 끝나지 않고 있다. 압도적인 차이로 ‘물적분할’이 가결됐으나 일부 주주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 모양새다. 행동주의 펀드로 유명한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KCGI)까지 개입하면서 논란의 불씨를 다시 키웠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소액주주연대는 DB하이텍 물적분할 관련 추가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DB하이텍은 지난달 29일 제70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주요 안건을 통과시켰다. 가장 주목을 받은 브랜드 사업부 물적분할 안건은 예상외로 쉽게 결론이 났다. 의결권 있는 주식의 53.0%가 찬성하면서 가결요건인 33.3%를 훌쩍 넘었다. 참석 주주로 한정하면 87.1%가 동의하면서 큰 표차를 보였다.
결과적으로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등 반도체 설계(팹리스)를 담당하던 브랜드 사업부는 ‘DB팹리스(가칭)’라는 자회사로 새 출발한다. 오는 5월2일부터 출범하게 된다.
이번 결정에 대해 DB하이텍은 분사 이후 5년간 신설 신설 자회사 상장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와 팹리스 각각의 전문성을 살려 회사 전체 규모를 키우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앞서 LG화학 배터리 부문에서 물적분할돼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과 다르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최창식 DB하이텍 부회장은 “(LG화학의 경우) 45%를 차지하던 사업부가 나간 것이지만 DB하이텍은 (DB팹리스가) 5% 미만”이라며 “인적분할을 선택할 시 자본력이 약해 적대적 인수합병(M&A) 먹잇감이 될 수도 있다”고 역설했다.
그럼에도 불만의 목소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주총 전부터 주주가치 훼손 등을 내세워 반대하던 소액주주연대는 이날 행사가 끝난 뒤 ‘주주들의 배려하지 않은 과정과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상목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회사 측에서) 대강당도 개방하고 기업설명회(IR)도 한다고 해서 주주 상생 방향으로 흘러가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부결 여부와 별개로 ‘잘못했다. 앞으로 잘하겠다’ 한마디만 했어도 이 정도는 아닐 것”이라며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 우리도 주주인 만큼 회사를 직접 헤치는 게 올바른 것인지 고민이 된다. 변호사들과 법률적 논의를 거쳐서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설명했다.
다음날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KCGI가 유한회사 캐로피홀딩스를 통해 DB하이텍 지분 7.05%를 취득하면서 이번 사태는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KCGI는 “물적분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주 및 시장과의 소통 부족으로 소액주주들과 상당한 갈등과 반목이 있었다. 분할 의도와 이중 상장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받아왔다”면서 “기업 분할은 시급을 다투는 일이 아니므로 시간을 두고 충분한 협의와 설득 과정을 거친 후 주총에서 지배주주가 제외된 일반주주들만의 표결을 구하는 절차로 의사결정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계기로 KCGI가 DB하이텍 경영권을 흔들 것으로 보고 있다. 최대주주인 DB Inc 지분율이 12.39%에 불과해 지배구조가 취약한 탓이다. 향후 지주사 전환 등을 앞세워 공격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물적분할이 성사될 예정이나 소액주주연대와 KCGI가 합동 공세에 나설 경우 DB하이텍발(發)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주총에서 끝난 사안으로 왈가왈부하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압도적으로 찬성한 안건이다. 이를 문제 삼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도 “최근 주주들의 움직임이 과거보다 강해진 만큼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는 알 수 없다”고 분석했다.
한편 DB하이텍은 지난달 31일 전일대비 18.33% 오른 7만23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KCGI가 2대 주주에 오른 것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풀이된다. DB그룹은 ▲DB Inc 12.39% ▲DB생명 0.78% ▲김준기 창업회장 3.61% 등 총 17.85%를 확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