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지난해 실적을 결산하고 사내외 조직과 경영 방침을 재정비하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돌아왔다. 전 세계적인 경제 불황 속 올해 네이버와 카카오가 공통으로 내건 키워드는 이사회 보수 한도 삭감 등 긴축 경영과 핵심 사업을 필두로 한 내실 다지기, 수익성 확대 목표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상정한 안건들은 무리 없이 가결됐지만, 그 과정에서 일반 주주나 노조 이의제기로 경영진들이 진땀을 빼기도 했다.
대외적 소통 측면에서도 양 사 태도는 아쉬움이 남는다. 취임 1주년을 맞은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작년과 달리 주주총회 이후 기자들과 진행하는 백브리핑에 응하지 않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6~7분여간 기자들 질의를 받았지만, 카카오 주주총회는 매년 본사인 제주도에서 열리기에 주주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주주는 기업 경영에 중요한 핵심 요소로, 기업은 주주가치 증대에 힘써야 할 의무가 있다. 이에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대기업들은 주주친화적 경영활동과 함께 주주총회 운영 방식에도 변화를 부여하고 있다. 주총 현장에 제품 체험공간을 마련하고 주주와 적극적 소통을 시도하거나, 직접 경영진이 각 사업부문 실적을 발표하고 온라인 중계를 진행하는 등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국내 대표 양대 포털·플랫폼사인 네이버와 카카오 주총 현장에서의 소통 대응 아쉬움이 더 커 보인다.
◆배당금부터 문답 태도 지적까지…주주 불호령에 진땀 뺀 네이버=네이버는 지난 22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그린팩토리에서 제24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었다. 50여명 주주가 직접 참석한 만큼, 이날 현장에서는 안건 내용 외에도 네이버와 관련한 다양한 질의가 오갔다.
순조롭게 의결이 진행되며 평온했던 주주총회장 분위기가 순식간에 달라진 건 재무제표 승인 안건에서 첫 번째 질의자로 나선 주주가 배당금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시점부터다. 이 주주는 “네이버가 대한민국 최고 기업이라고 생각하나 배당은 실망이 크다”고 말했다. 다른 주주 역시 “주가도 많이 내린 상황에 아예 배당을 제외하는 것은 주주를 너무 배려하지 않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공감했다.
김남선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3년간 순이익의 5%를 배당하고 순 현금 흐름의 약 30%를 주주 환원에 사용하는 원칙을 지켰다”며 “주가 대비 배당 규모가 적다는 의견도 있지만, 네이버와 같이 성장하는 인터넷 혁신 회사는 대체로 배당을 거의 안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해명했다.
이 외에도 향후 사업 전략과 신산업 계획 등에 대한 여러 질문이 이어지면서 장내가 소란해졌다. 최 대표는 “주주님들께서는 안건에 국한된 질문을 꺼내 주시길 부탁드린다”며 상황 정리에 나섰다. 그러자 주주들은 최 대표 태도를 지적하기 시작했다. 한 주주는 “네이버는 국내 최대 정보기술(IT) 기업인데, 주총 분위기는 삼성전자보다 훨씬 딱딱한 것 같다”고 말했고, 10대 학생 주주는 “형식적으로 준비된 답변만 하니 주주들이 화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최 대표는 “다음 주주총회 때 주주님들께서 실질적인 의사 진행과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느낄 방안이 없을지 더 고민하고 반영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주주총회가 끝나자마자 최 대표는 외부인 접근이 제한된 통로로 빠져나가 금세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신임 대표로 선임된 당시 최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직원들과의 소통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내비친 것과 정반대 행보다.
◆제주서 열리는 카카오 주주총회, 일반 주주보다 직원·기자가 더 많아=카카오는 지난 28일 제주 영평동 스페이스닷원에서 제28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카카오 직원과 기자들을 제외하면 현장에는 카카오 공동체 노동조합 크루유니언을 비롯한 소수 주주만 참석했다. 어림잡아 보기에도 10명 안팎이었다. 현장에 50여명 주주가 방문한 네이버 주주총회와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네이버에 비해 카카오 주주총회 현장 참석률이 늘 저조한 이유는 주주총회가 열리는 장소가 카카오 본사인 제주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평일에 열리기 때문에 제주도민을 제외한 이들은 주주총회에 가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때문에 카카오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제주 본사에서 이른바 ‘깜깜이’ 주주총회를 열어 주주 소통에 소홀하다는 비판을 매년 받는다.
물론 국내 대기업 중 유일하게 제주도에 본사를 둔 카카오에 제주도는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2012년 다음커뮤니케이션은 2004년 ‘즐거운 시험’이라는 프로젝트 일환으로 본사를 제주도로 이전했다. 다음과 카카오가 합병한 후에도 카카오는 여전히 제주도에 본사를 두고 있다. 서울과 판교에만 본거지를 집중하는 대신, 제주도에 뿌리를 두었다는 특징을 계승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카카오는 삼성전자에 이어 소액주주가 가장 많은 종목으로, 그 규모가 200만명을 넘어서는 큰 기업이다. 카카오에는 수많은 주주와 적극 소통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번 주주총회 역시 크루유니언이 경영진 보상책 문제에 대해 질의하지 않았다면, 안건을 나열하고 차례차례 통과되는 형식적인 자리에 그쳤을 것으로 보인다.
주주총회 이후 마련된 백브리핑 시간에 홍은택 대표는 “무조건 제주도에서만 주주총회가 가능한 것이냐”는 기자 질의에 “(제주도와 판교 중) 선택이 가능한 것으로 생각된다”면서도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주주총회를 진행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