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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찍먹] ‘디아블로4’ 지옥문 열었더니 오류문 활짝…오픈베타 해보니

사진=오병훈 기자
사진=오병훈 기자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오병훈 기자]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장르 역사에서 한 획을 그은 ‘디아블로’, 기대감이 너무 컸던 것일까. 디아블로4 오픈베타를 통해 지옥문을 열어보니, 실제로 지옥 문턱을 넘나드는 느낌이다. 과도한 사양을 요구하는 디아블로4 오픈베타가 가능한 PC방을 찾는 것부터 과제다. 게임 접속에 겨우 성공하더라도, 계속 나타나는 오류창을 인내해야 한다. 속이 터지던지, 서버가 터지던지 둘 중 하나다.

<디지털데일리>는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시내 여러 PC방을 다니며, 디아블로4 오픈베타를 체험했다.

디아블로는 게임을 모르는 사람도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유명 게임이다. 전작 디아블로3 이후 11년만에 정식 넘버링이 달린 디아블로4가 오는 6월6일 출시한다는 소식에, 전세계 게이머들 마음이 부풀었다. 하지만 오픈베타를 체험한 결과, 블리자드는 출시 전까지 디아블로4 개선에 온 힘을 쏟아야만 이같은 기대감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액션 RPG 장르에 다중접속(MMO) 요소 등을 무리하게 넣다 보니 사양도 버티지 못했던 걸까. 일부 하드웨어에서 높은 램(RAM) 사용 및 그래픽처리장치(GPU) 사용 오류가 발견됐다. 앞서 지난 2021년 ‘디아블로2:레저렉션’이 처음 출시됐을 당시 서버다운으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는데, 이번 오픈 베타에서 또 다시 비슷한 면모를 보였다. 일부 예약 구매자들은 환불을 고민할 정도로 다양한 부분에서 비교적 아쉬운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이에 지난 주말 두 기자가 디아블로4 오픈베타를 직접 체험하며 느낀 점을 문답으로 풀어봤다.

◆ “사양 너무 높나” 불쑥불쑥 나타나는 ‘오류 메시지’


▲(오병훈) 이번 오픈베타 체험을 위해 디아블로4가 구동되는 PC방을 찾아 헤매면서, 디아블로4 오픈베타 차원에서 나올 수 있는 오류 메시지는 모두 확인한 것 같다. 일부 이용자 사이에서 오픈베타 테스트 단계임을 감안해도, 오류 메시지가 너무 많이 뜬다는 지적이 실제로 나오기도 했다.

윈도·그래픽 드라이버 버전 업데이트 메시지부터, 응용프로그램 실행 불가, 데이터 손상, 메모리 부족 등 다양한 오류 메시지를 접했다. 개발진이 최근 방문했다던 서울 신촌에 위치한 PC방을 가서야 처음으로, 그리고 안정적으로 플레이를 해볼 수 있었다.

사진에 첨부된 오류 화면 모두 직접 찍었다. 블리자드가 너무 높은 사양을 요구하는 게임을 제작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물론 개선하겠다고 밝힌 상황이지만 우려스럽긴 했다. 유명 프랜차이즈 PC방에서조차 소화가 안 되는 게임이니, 개인 PC에서 실행하려면 돈 꽤 많이 들겠더라. 정식 출시 때 시스템 호환성 확장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왕진화) PC방을 찾아 헤맸다던 이야기를 듣고, 지난 19일 서울 대학로 인근 현존 최고 사양의 PC를 보유한 한 PC방으로 일부러 찾아가 게임을 우선 체험했다. 이어 지난 20일 찾은 홍대입구역 인근 PC방에선 계속 PC를 껐다 켰다를 반복해야만 했다. 서버 문제는 확실히 아쉬웠다. 오픈월드임에도 버벅이는 로딩이나 러버밴딩(rubber banding) 현상이 가장 치명적이지 않았나 싶다. 이는 물론 오픈베타이기 때문에 향후 개선 여지는 충분하다.

다중접속(MMO)과 핵앤슬래시 요소, 레이드와 오픈월드 경험까지 인기 있는 요소는 모두 넣으려고 하다 보니 곳곳에서 탈이 난 것 같다.

앞서 2000년 발매된 ‘디아블로2’는 4만2000원, 2012년 출시된 디아블로3는 5만5000원에 발매된 바 있다. 디아블로4는 일반판(8만4500원), 디지털 딜럭스 에디션(12만2900원), 얼티밋 에디션(13만6400원) 중 선택 가능하다.

이미 원·달러 환율이 지속 상승한 여파로 국내 유통되는 다수 외산 게임 가격은 8만원대까지 오른 상황이다. 국내외 게임 이용자들은 비싸더라도 게임이 재미만 있다면 비용을 지불하는 데 고민하지 않는다. 지난해 말 디아블로4 가격이 처음 공개됐을 때 비싸다는 논란도 한 차례 겪지 않았었나.

다만 이 가격을 지불하고도 이렇게 많은 오류 메시지를 받아봐야 하는 것일지에 대해선 의문이 들었다. 과금 요소가 명확히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라 더욱 그랬다. 때문에 오픈베타가 남긴 아쉬움은 오래 갈 것으로 보인다. 퍼거슨은 한 외신을 통해 그저 기술 데모일 뿐이라고 말했는데, 아무래도 정식 출시일까진 꽤 바쁠 것 같다.

◆대작이 짊어질 무게일까? 호불호 극명히 갈리는 ‘첫인상’


▲(오병훈) 직접 해본 게임 첫인상은 역시 어두웠다. 축축하고, 추웠다. 유서 깊은 ‘다크 판타지 액션 RPG’ 맛을 제대로 살리기 위한 개발진 노력이 엿보였다. 스킬 이펙트는 화려하기보다 잔잔했다. 커뮤니티 반응을 살펴보니 이렇게 잔잔한 스킬 이펙트를 좋아하는 이용자도 있었다. 확실히 눈이 덜 피로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잔잔한 스킬 이펙트 때문에 ‘핵앤슬래시’ 쾌감이 떨어졌다고 생각한다. RPG에서 가장 희열을 느끼는 순간이 바로 다수 몬스터에게 화려한 스킬을 사용해 한꺼번에 해치우는 것인데, 조신하게 표현된 스킬 이펙트가 그 희열을 반으로 줄이는 느낌이다. 디아블로2:레저렉션과 디아블로4 속 원소술사 ‘메테오’ 스킬 이펙트를 비교하니 화려함이 많이 줄어들기도 했다. 그렇다고 세련되게 개선된 느낌은 아니었다.

▲(왕진화) 디아블로4는 ‘디아블로 이모탈’ 첫 플레이 당시 받았던 인상과 거의 일치했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면모가 강하게 다가왔다. 이용자간대전(PvP) 콘텐츠는 오픈베타에서 즐기진 못했지만, 파밍 요소나 보스 몬스터를 잡는 것부터 특정 공간에서 진행되는 타임 이벤트까지 비슷했다.

그렇지만, 오픈베타였고 서막과 1막만 즐길 수 있었기에 섣부른 판단은 이르다. 제자리걸음처럼 보이는 러버밴딩 현상 등을 제외하면, 포인트 앤 클릭만으로 쉽게 즐길 수 있는 디아블로만의 강점은 이번 오픈베타 플레이에서 두드러졌다. 탐험 욕구를 이끄는 명망 시스템도 눈여겨볼 만했다. 이용자는 월드맵 기준 가보지 않은 곳에 최초로 닿았을 때 명망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는데, 이를 이용하면 다양한 혜택을 받게 된다. 같은 서버 이용자들이 명망을 쌓을수록 혜택을 더 누릴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또, 이번 오픈 베타 테스트에서는 총 5개 직업을 만나볼 수 있었다. 이중 실제로 즐길 수 있었던 직업은 3개였다. 야만용사, 도적, 원소술사였는데 (레벨 25 기준) 원소술사의 캐릭터 성장이 가장 빠를 것으로 보였다. 오픈월드인 만큼 광역기 보유, 텔레포트 스킬 등 원거리 이점이 큰 특성 때문이다.
◆게임 시나리오, 입문자도 이해할 수 있어…전작보다는 아쉽다는 평도

▲(오병훈) 게임 시나리오는 어떻게 봤나. 아무래도 스토리는 입문자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짠 것 같다. 이해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최종 빌런으로 추정되는 ‘릴리트’ 캐릭터 디자인과 설정도 매력적이다. 나중에 어떤 모습으로 캐릭터와 마주하게 될지 기대되더라. 다만 일부 이용자 사이에서는 시나리오가 디아블로2:레저렉션이나 디아블로3보다 못하다는 평가도 있었다.

▲(왕진화) 플레이 극초반, 릴리트 이야기가 중심으로 이뤄진다. 릴리트는 디아블로 시리즈에서, 남편인 이나리우스와 함께 성역을 창조한 악마이자 ‘증오의 딸’이다. 릴리트는 디아블로4에서 또 한 번 성역을 장악하려는 결의를 불태운다. 릴리트 서사는 이해하기 쉬워서, 디아블로를 처음 즐기는 이용자라도 성역을 탐험하며 충분히 즐길 만했다.

◆즐길 거리는 많았지만, 개선점도 상당…6월6일 출시 가능할까

▲(오병훈) 공식 트위터를 보니 전 세계 이용자 중 100만명이 베타 기간 레벨 20까지 찍었다고 한다. 실제로 플레이 해보면서 느낀 건, 레벨업이 끊기는 느낌이 없었다. 메인 퀘스트가 조금 지루하다 싶으면 마을에서 서브 퀘스트를 받아 진행할 수 있었다. 맵 중간중간 몬스터를 소환할 수 있는 ‘고대 방첩탑’ 등을 통해 경험치를 긁어모을 수 있는 부수적인 콘텐츠가 있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남은 관전 포인트는 정식 버전에서 전설급 아이템 수집(파밍)을 위한 콘텐츠가 얼만큼 마련돼 있느냐 아닐까.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1막 이후 몬스터 밀집도가 더 촘촘해졌으면 한다. 또, 몬스터 몰이사냥을 극대화하면 더 재밌을 것 같다.

▲(왕진화) 성역 탐험을 중심으로 디아블로4 볼륨 자체가 워낙 방대하게 짜여져 있기 때문에 게임성에 대한 원작 팬들 반응은 나쁘지만은 않은 편이다. 그러나 국내 신규 이용자 기준 디아블로4는 다른 게임과의 차별점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지점이 많았다.

문을 열고, 주요 빌런들을 해치우고, 다시 문을 열기 위해 월드를 탐험하는 식의 반복이었다. 특히 서브 퀘스트는 기억에 남는 스토리가 전혀 없었다. 보스 또한 흐름이 끊기는 패턴 공격을 선사해 아쉬웠다. 퀘스트 알림도 제대로 뜨지 않았다. 편의성 또한 개선돼야 할 부분이 많았다.

▲(오병훈) 스토리와 사냥, 퀘스트, 보스 몬스터 레이드 등 다양한 콘텐츠를 재밌게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블리자드가 개발한 작품’이라는 기대감에 비해선 다소 평범했다.

디아블로 특유의 쓸어버리는 느낌도 부족했지만, 다음 화가 기다려지는 드라마만큼 재밌지도 않다. 오는 25일 진행되는 2차 오픈베타 테스트에서 한 번 더 플레이해본 후 얼마나 개선됐는지부터 봐야겠다. 일단, 디아블로4 구매 계획은 물음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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