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차기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구성을 놓고 여야 힘겨루기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한상혁 위원장이 이끄는 5기 방통위가 조기 퇴진할 수 있다는 관측과 함께 방통위 상임위원들의 임기가 잇따라 만료를 앞두고 있어서다.
20일 정부에 따르면 한상혁 위원장의 임기는 오는 7월31일 종료된다. 하지만 정부 안팎에선 한 위원장의 조기 업무 정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 위원장은 종합편성채널 TV조선 재승인 심사과정에서 고의로 점수를 낮췄다는 혐의로 압수수색을 당했는데, 기소까지 이어질 경우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직위 해제가 될 수 있다.
한 위원장 후임으로는 윤석열 정부와 인연이 있는 인사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처음에는 동아일보 출신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이 거론됐다가, 최근에는 검찰 출신 인물들이 유력하게 떠오른다.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 출신 김후곤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출신의 김홍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가 그들이다.
하지만 야당에서는 벌써부터 견제 목소리가 높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방송 장악 욕망까지 검사 출신으로 채우려나 보다”라고 비판했고,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대변인도 14일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독립성을 요하는 방송통신위원회까지 검찰 출신으로 임명하겠다니 기가 막히다”라고 공세를 펼쳤다.
상임위원 구성도 관건이다. 방통위설치법에 따르면 위원 5인 중 위원장 포함 2인은 대통령이, 3인은 국회가 지명한다. 국회 추천 3인 중 1인은 여당, 2인은 그외 교섭단체 몫이다. 현 안형환 부위원장과 김효재 위원은 당시 야당인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이, 한 위원장과 김창룡 위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했다. 김현 위원은 민주당 추천 인사다.
더불어민주당은 3년 전 야당 몫이었던 안형환 부위원장(3월30일 임기 종료)의 후임을 추천하겠다며 후보자 공모를 진행했고, 3월 말 국회 본회의에서 상정해 의결하겠다는 방침이다. 일단 공모에는 최민희 전 의원,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 민경중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 안정상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수석전문위원, 김성재 한국언론진흥재단 본부장, 김성수 전 의원 겸 전 MBC 보도국장 등 6명이 지원한 상태다. 현재로선 최 전 의원과 최 교수가 유력하게 떠오른다.
반면 국민의힘은 안 부위원장 자리가 애초에 자신들이 추천한 자리인 만큼 이번에도 자당 몫이라고 주장한다. 국민의힘 입장에서 안 부위원장 후임으로 민주당 추천 인사가 오면 방통위 여야 비율이 1대4가 되는 만큼 부담이 크다. 민주당은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김창룡 상임위원(4월5일 임기 종료) 후임을 지명하면 여야가 2대3으로 구성된다는 점에서 국민의힘 요구가 과도하다고 반발한다.
이에 대해 여당 인사인 안 부위원장은 지난 1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위원장과 내가 같이 물러나면 내 자리는 야당이 차지하고, 대통령이 위원장을 임명하면 된다”며 의견을 보탰다. 이 경우 윤 대통령이 곧바로 김창룡 상임위원 후임을 지목하고 신임 위원장까지 취임하면 방통위는 여야 3대2 구도가 된다. 민주당으로선 그러나 한 위원장과 상임위원 임기를 지켜 불리한 상임위 구성을 최대한 미룰 필요가 있다.
이러한 여야간 눈치싸움은 다음달 21일까지인 TV조선 재승인 기한을 앞두고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TV조선 재승인 여부는 여야가 추천한 상임위원들이 결정한다. 현재 방통위는 TV조선 재승인 심사에 앞서 심사일정을 조율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