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카카오와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를 두고 써 내려간 각본 없는 드라마도 어느덧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차기 SM 최대 주주는 사실상 카카오로 확정되면서 연일 신고가를 찍던 SM 주가가 순식간에 내려앉은 것이 그 증거다.
이에 따라 최근 SM 주가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7일 기준 SM은 코스닥시장에서 전 거래일 종가 대비 1.25% 상승한 11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심지어 개장 직후엔 3.67% 하락한 10만7500원에 거래되며 11만원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이같은 현상은 오는 26일까지 진행되는 카카오 공개매수를 의식, 서둘러 장내 매도에 들어간 SM 주주들이 적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SM과의 파트너십을 유지하기 위해 SM 최대주주 지위 확보가 절실했던 카카오는 지난 7일부터 주당 15만원에 SM 발행주식의 최대 35%를 사들이는 공개매수를 시작했다.
SM 주주 입장에선 최근 계속 15만원을 밑돌던 주식을 공개매수 청약을 통해 카카오에 파는 것이 훨씬 이득이다. 그런데도 시장가로 활발한 매도가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개매수 수요가 예상보다 높지 않아 목표치 지분 확보에 실패한 하이브와 반대로, 이번엔 오히려 청약 경쟁률이 치열하다는 점이 문제다.
공개매수 청약 물량이 몰려 카카오가 제시한 최대 규모인 35%를 넘어가면 매수는 안분비례 방식으로 진행된다. 안분비례란 공개매수 경쟁률이 2대 1로 나타날 경우, 공개매수로 신청한 10주 가운데 5주만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매입하는 식이다. 결국 SM 주주는 보유한 주식을 다 팔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에 장내 매도를 선택하고 있다.
공개매수에 대한 SM 주주들 간 눈치싸움 외에도 시장이 예의주시하는 커다란 복병이 존재한다. 바로 SM 지분 중 약 15.8%를 보유한 하이브다. 만약 하이브가 공개매수에 참여하면 청약 경쟁률은 더 높아지기 때문에 일반 주주가 팔 수 있는 몫은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업계는 하이브가 카카오가 진행하는 SM 공개매수에 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현재 SM 최대주주인 하이브는 취득일(주금 납입일)인 지난 6일로부터 30일 이내에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을 신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SM 경영권을 포기한 하이브 입장에선 굳이 기업결합 심사라는 불필요한 짐을 떠안을 필요가 없다. 게다가 하이브가 올해 해외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설 것이란 이야기도 나오면서, 투자 자금을 마련하는 수단으로 SM 일부 지분 매각도 유력하게 검토되는 상황이다.
이렇듯 카카오와 SM, 하이브 3각 구도로 전개되는 드라마는 현재진행형이다. SM 경영권 주인을 결정짓는 것이 이 드라마 시즌 1 줄거리였다면, 앞으로 방영될 시즌 2는 더 많은 관전 요소가 기다리고 있다. 예컨대, ▲베일에 감춰진 SM과 하이브 간 플랫폼 협력의 구체적인 방안부터 ▲SM을 품은 카카오가 숙원사업이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기업공개(IPO)에 성공할지 여부 등이다.
앞으로 3사는 각각 어떤 행보를 보이게 될까. 새 국면을 맞은 드라마 시즌 2는 오는 26일 SM 공개매수 마감일과 뒤이어 31일 열리는 SM 정기주주총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