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를 사이에 두고 카카오와 하이브 간 치열한 공방이 계속된 끝에 1조원대 규모 머니 게임이 카카오 승리로 막을 내렸다.
주식시장 과열에 따른 부담을 느낀 하이브가 먼저 백기를 들고 SM 인수를 중단하기로 선언하면서다.
그 대신, 하이브는 SM과 플랫폼 사업을 협력하기로 카카오와 합의했다. 카카오는 진행 중인 공개매수를 완주해 추가 목표 지분 35%를 확보, 경영권 인수 절차를 마무리한다.
전날 양 사 협의로 카카오가 추후 SM 경영권을 갖는 것이 기정사실이 되면서,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 사업 청사진에 청신호가 켜졌다.
하지만 그에 앞서 카카오에 남은 변수가 있다. 바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와 ‘SM 주가 시세조종 혐의’에 대한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 조사 등 법적 리스크다. 동시에 현 SM 최대주주 하이브가 지분을 처분하는 방식에도 업계 이목이 쏠린다.
◆예비 SM 1대주주 카카오, 기업결합 심사·금감원 조사 ‘변수’=현재 카카오는 SM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다.
오는 26일까지 예정된 공개매수를 성공적으로 마칠 경우, 카카오가 가진 SM 지분율은 39.91%에 달하게 된다. 이대로라면 카카오가 SM 경영권을 확보하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카카오가 SM 지분 15% 이상을 취득하게 되면, 공정위로부터 카카오와 SM 간 기업결합 심사를 받게 된다. 현행법상 특정 회사 지분 15% 이상을 보유하면 해당 기업은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해야 한다.
공정위는 양 사 간 기업결합 후 독과점 지위 남용과 시장 경쟁 제한 여부 등을 면밀히 따져보고 필요할 경우, 시정조치를 부과할 방침이다.
또 다른 변수는 금융당국이 SM 인수전이 본격화된 지난달부터 분쟁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하이브의 SM 공개매수 추진 과정에서 시세조종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특히 금감원은 카카오와 카카오엔터가 지난달 28일부터 SM 주식을 매집해 4.91% 지분을 보유 중이라고 공시한 것과 관련, 해당 행위가 하이브의 공개매수 기간이었던 같은 달 16일 대량 매수 사건과 연관됐는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주식시장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기타법인이 SM 주식 63만주(2.73%)를 매수했다. 공교롭게도 지난달 28일과 이달 2~3일에 걸쳐 카카오·카카오엔터가 SM 지분 4.91%를 매수했다.
하이브의 주식 공개매수 마지막 날인 지난달 28일 SM 주식을 대량 매수한 주체가 카카오였다는 것이 공시를 통해 드러난 것이다.
당시 SM 주식은 거래가 갑자기 몰렸다는 이유로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시장에선 이러한 현상이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저지하기 위한 대량 지분 매집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카카오는 2월28일 당일에만 장내 매수한 것이 아니라, 그 이후에도 두 차례 주식을 매수했기 때문에 시세조종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SM 최대주주 지위 포기했는데… 하이브, 이수만과의 계약사항 어쩌나=하이브에게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바로 SM 경영권 확보를 목표로, 이수만 전 SM 총괄프로듀서와 맺었던 계약 사항에 대한 것이다.
관련 계약 내용은 크게 4가지를 들 수 있다.
앞서 하이브는 ▲이 전 총괄이 보유한 지분 14.8%를 4228억원에 인수 ▲남은 주식 3.6% 매수청구권 부여 ▲이 전 총괄과 가족이 보유한 SM의 자회사 드림메이커와 SM브랜드마케팅 지분 700억원에 인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사업에 10년간 100억원 지급에 합의했다.
하이브와 이 전 총괄 간 주식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이 전 총괄은 보유주식을 양도하고, 이달 SM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하이브에 위임하면 의무를 모두 마치게 된다.
문제는 카카오가 SM을 인수하는 것이 확정된 상황과 무관하게 하이브가 이 전 총괄에게 약속했던 사항들은 여전히 효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SM 인수전에서 물러난 하이브 입장에선 당장 당사와 사업적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려운 SM 자회사 인수 및 ESG 사업 지원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업계에 따르면 하이브가 계약을 이행하는 데 1840억원가량이 더 들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는 하이브가 SM 최대주주 지위를 포기한 만큼, 2대주주로는 남더라도 확보한 SM 지분 15.78% 가운데 일부를 매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현재 SM 지분 15% 이상을 보유한 하이브는 취득일(주금 납입일)인 지난 6일로부터 30일 이내에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을 신고해야 해서다.
다만 하이브가 카카오에 바로 지분을 넘기는 블록딜 방식은 불가능하다. 자본시장법상 6개월간 10인 이상으로부터 장외거래를 통해 5% 이상 상장회사 발행 주식을 취득하는 경우, 반드시 공개매수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하이브가 카카오의 주당 15만원 공개매수에 응하는 것이 가장 유력한 방법으로 점쳐지는 이유다.
◆SM과 전략적 사업 파트너 자리 지킨 카카오, ‘비욘드 코리아’ 사업 속도= 한편,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SM 경영권을 손에 넣으면서 K팝 분야를 필두로 내수시장을 넘어 글로벌 무대로 전진하는 ‘비욘드 코리아’ 비전이 한층 선명해졌다.
1대 주주에 오르게 될 카카오와 SM 경영진은 오는 31일 SM 정기 주주총회에서 각 사가 추천한 후보들로 ‘SM 3.0 이사회’를 새롭게 꾸릴 방침이다.
13일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카카오가 SM 경영권 인수에 성공함으로써 카카오엔터 기업가치를 격상시킬 것으로 판단된다”며 “향후 SM과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 등 카카오엔터 기업공개(IPO) 관련 선택지를 넓힌 점도 긍정적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카카오와 SM을 합하면 연간 음반판매량은 2500만장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공연 모객 수가 250만명 이상인 초거대 엔터사가 새롭게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김현용 연구원에 따르면 해당 규모는 1위 엔터사로 꼽히는 하이브에 근접한 수치다.
또 3~4위권 경쟁사 실적을 보면 음반 500~1200만장, 공연 150~200만명에 분포하고 있어 향후 카카오는 영업지표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12개월 음반판매량 기준, 톱(Top) 15 K팝 아티스트 중 카카오·SM 소속은 ▲레드벨벳 ▲NCT ▲에스파 ▲아이브 4개 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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