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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백과]엔진 시대는 저물고…자동차 산업의 新 주역 ‘배터리’

정보기술(IT) 영역에 관한 모든 지식을 압축해 풀이합니다. IT산업에 꼭 필요한 용어들을 소개하고, 살펴보면 좋을 쟁점들도 정리합니다. IT가 처음인 입문자라면 혹은 동향을 알고 싶은 전문가라면, 디지털데일리의 ‘IT백과’를 참고하세요. <편집자주>
<출처=테슬라>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최근 몇 년간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제조사들과 잇따라 합작공장, 혹은 합작법인(JV)을 설립했다는 뉴스가 심심찮게 전해졌습니다. 테슬라와 파나소닉, 포드와 LG에너지솔루션, 스텔란티스와 삼성SDI 등 이미 알려진 협업 외에도 여전히 물밑에서 다양한 협력 논의가 이어지고 있단 소식이죠.

이는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전기차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배터리는 내연기관 시대의 ‘엔진’을 대신하는 전기차의 심장으로 불립니다. 따라서 좀 더 값싸고 성능 좋은 배터리 확보를 위해 완성차 업체들이 앞다퉈 배터리 기업들과 손을 잡고 있는 형국입니다.

◆전기차 부활 앞당긴 배터리 기술 발전과 탄소중립

역사적으로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앞서 개발됐습니다. 최초의 전기차가 등장한 시점은 1834년, 내연기관은 1860년입니다. 하지만 초기 전기차는 크고 무거운 배터리, 짧은 주행거리, 긴 충전시간이 극복하기 어려운 단점이었는데, 휘발유 중심 내연기관이 이 모든 단점을 상쇄하면서 전기차는 자연스레 자취를 감췄죠.

하지만 차량용 배터리 기술이 꾸준히 개선된 결과, 2010년 무렵부턴 ‘탈 만한’ 전기차들이 다시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때맞춰 지구온난화를 늦추기 위한 친환경 ‘탄소중립’ 움직임이 세계적 흐름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온난화의 주범인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대체하는 움직임 또한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완성차 업체들의 최우선 과제는 화재 내성이 높고 가벼우면서 값싼, 멀리 주행할 수 있는 배터리 확보입니다. 전기차에는 완성차 업체들의 ‘자랑’이었던 엔진 기술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데, 대용량 배터리를 자체 제작할 기술은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죠.

보통 내연기관차는 엔진 내 연료의 ‘흡입-압축-폭발-배기’ 4행정이 반복되면서 동력을 발생시키고, 이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변속기 시스템이 성능에 핵심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그리고 이 같은 엔진과 변속기 제작 기술은 그동안 각 완성차 업체의 전유물이자 핵심 자산이었죠.

<출처=현대자동차 HMG저널>

그런데 전기차는 다릅니다. 구조상 복잡한 엔진과 변속기는 더 이상 필수 요소가 아닙니다. 에너지 공급은 배터리, 바퀴의 움직임은 개별 모터, 변속기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단순한 구조의 감속기가 대신합니다. 이 때문에 완성차 1대에 들어가는 부품도 내연기관이 약 3만개였다면, 전기차는 1만개 수준으로 훨씬 적습니다. 덕분에 자동차 시장의 전반적인 진입 장벽 또한 낮아졌습니다.

◆완성차 업체는 배터리 ‘문외한’…K-배터리 비상한다

그러나 배터리는 전기차 중심으로 전환 중인 완성차 업체들 입장에서 높은 편입니다. 엔진이 기계공학의 산물이었다면 배터리는 화학의 산물인데, 내연기관 중심이었던 완성차 업체들 입장에선 배터리 제조 기술에 대한 기초가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글로벌 전기차 1위 기업으로 불리는 테슬라도 배터리만큼은 외부에서 공급받으며 시작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기차 시장에선 배터리 제조사뿐 아니라 관련 소재 회사들의 입김도 커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한 성능의 전기차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기업이 손에 꼽고, 그 배터리에 들어가는 양질의 소재 공급이 가능한 기업은 더 적은 까닭입니다.

긍정적인 건, 이 부분에서 한국 회사들이 톱(Top) 수준의 대접을 받고 있단 점입니다. 에너지 시장 전문조사업체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공급) 순위에서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K-배터리 3사’의 점유율은 23.7%에 달했습니다.

<출처=SNE리서치>

표면적으로 1위와 3위인 중국 CATL, BYD의 합산 점유율보다 낮지만, 이들 업체는 대개 자국의 거대 내수시장 중심으로 점유율을 키웠다는 특수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전세계에 통용되는 전기차 배터리의 대부분은 한국산입니다. 또한 중국 배터리 업체는 최근 미국에서 발효된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법, 조만간 공개될 유럽판 IRA인 ‘CRMA(핵심원자재법)’ 법의 여파로 더 이상의 시장 확대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배터리의 심장’으로 불리는 양극재(배터리 용량, 출력에 영향) 제조사의 선두도 현재 모두 한국 기업입니다. 포스코케미칼, 엘앤에프, 에코프로비엠, 코스모신소재, LG화학이 대표적입니다. 전세계 전기차 시장 규모가 커질수록 이들 기업이 공급망에 미칠 영향력 또한 점차 커질 전망입니다.

◆완성차 업체의 배터리 독립, 현실적으로 어려워

그렇다면 완성차 업체들이 엔진을 만들 듯, 배터리도 직접 만들 가능성은 없을까요? 실제로 테슬라가 배터리 자체 생산을 위해 대규모 공장을 세우고 주요 소재 업체들과 직접 공급 계약을 맺는 등 의욕을 보이고 있지만, 업계에선 자립이 쉽지 않으리라 보고 있습니다.

관련해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가 배터리를 직접 만들더라도 기존 업체들이 선점한 특허를 모두 피하기 어렵고, 수율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일 또한 쉽지 않은 과제”라고 말했습니다. 배터리 전문 제조사들이 수십 년간 쌓은 기술력과 노하우, 인력 수준의 차이를 쉽게 따라잡거나 넘어서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단 얘기죠.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내재화 움직임은 그보다 핵심 부품의 생산 및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시장 협상력을 키우기 위한 일종의 ‘보험’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란 의미입니다.

대부분의 거대 산업은 지금껏 기업 간 효율적인 분업, 전문화를 기반으로 성장해왔습니다. 하나의 기업이 상이한 영역에서 모두 최고 수준에 이르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으니까요. 전기차와 배터리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지난 20년간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초격차’를 유지하며 시장을 선도한 것처럼, 차세대 전기차 시장에선 배터리가 ‘제2의 반도체’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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