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양원모 기자] 생활기록부에 학생의 불성실한 수업 태도를 지적하는 글을 남겼다가 학부모에게 소송을 당한 교사가 승소한 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글을 남겼다.
글 밑에는 학생·학부모 측과 교사 측을 옹호하는 입장이 나뉘며 530개 넘는 댓글이 달렸다.
지난 12일 블라인드에는 '학부모랑 소송해서 이겼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진로선택 과목 교사'라고 소개한 글쓴이는 "지난해 고3 수업 때 대놓고 영어 문제집 풀고 수행도 하나도 안 하고, 활동도 참여를 전혀 안 하는 애가 있었다"며 "생기부 세특에 '다른 교과의 문제집을 푸는 등 수업에 참여하는 태도가 불성실하며, 교사에게 비협조적일 때가 많다'고 적었더니 수시 다 떨어지고 바로 (학부모로부터) 민사 소송이 들어왔다"고 적었다. 세특은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의 줄임말이다.
이어 "수업 때 누가(누적) 기록과 교무 수첩을 잘 정리해뒀고, 다른 선생님들과 학생들 도움, 그 학생의 수행, 활동 권유 때 통화 녹음 등으로 학생의 불성실함이 인정돼 승소했다"며 "물론 남는 건 없다"고 씁쓸함을 나타냈다.
여론은 둘로 갈라졌다.
학생, 학부모는 옹호하는 이용자는 "생기부 적은 거 하나로 취업도 안 될 수 있고, 학생 인생을 망칠 수 있다"며 "선생이라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지도해줄 순 없었느냐"고 아쉬움을 나타내는 글도 눈에 띠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이런 선생은 제발 사라졌으면 좋겠다"며 "애들은 나쁜 길에서 옳은 길, 올바른 길로 인도해달라고 보내는 건데 '정의 구현' 정신 승리에 블라인드에 글을 쓰고 있는 건 뭐냐. 선생이 아니라 다른 직업을 선택했어야 한다"고 맹비난했다.
반면 '사이다'라며 교사 측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상당수였다.
한 블라인드 이용자는 "(수업) 내내 성실했던 다른 학생들과 똑같이 좋게 써주면, 그 성실한 아이들이 억울할 것"이라며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저렇게 쓰는 게 맞다. 자기 앞날을 스스로랑 부모가 망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다른 이용자도 "없는 얘기를 쓴 것도 아니고 뭐가 문제냐"며 "게다가 남 탓까지 하니 뻔뻔하기 그지없다. (교사 지시를 따르지 않을 거면) 차라리 검정고시를 보고,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는데 학교는 왜 보냈느냐"고 지적했다.
생활기록부는 졸업 이후 8년간 학교에서 보관된 뒤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반영구적으로 보존·관리된다. 생기부는 대학 입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생활 태도를 가늠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생활기록부를 고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학업성적관리위원회에서 정정이 결정돼 교장 재가까지 받아야 한다. 지난해 6월 경기 모 고등학교는 학생들의 번호가 한 칸씩 밀린 채 생기부가 작성됐으나, 학교 측이 "정정이 불가능하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고교는 언론 취재가 시작되자 오류를 인정하고, 생기부를 수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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