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산업/재계

[칩스법이 문제로다] ② ‘배보다 배꼽’ 美 보조금…"삼성·SK 다른 길 갈지도"


삼성전자 오스틴 사업장
삼성전자 오스틴 사업장
[디지털데일리 백승은 기자]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꺾기 위한 반도체 기업 대상 보조금 지원법, 이른바 ‘칩스법’ 신청을 본격적으로 개시한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그에 따라 어떤 결정을 내릴지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반적으로 미국의 중국 견제가 강화됨에 따라 정무적 판단을 내려 보조금 신청에 무게를 두는 형국이기는 하나 일각에서는 각자 로드맵에 따라 다른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는 추측이다.

2월 28일(현지시간) 업계에 따르면 이날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 지원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이하 칩스법)’에 따른 보조금 신청을 접수받는다. 신청 기업들은 순서대로 보조금을 지급받을 예정이다.

파격적인 액수를 내건 만큼 보조금 지급 조건은 까다롭다. 10년간 중국에 첨단기술 투자를 할 수 없다는 ‘가드레일 조항’을 비롯해 일정 기준 이상 수익이 발생할 경우 그 이익을 미국 정부에 반납하고 반도체 공장을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자칫하면 이득보다 손해가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보조금 신청 대상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삼성·SK, 다른 선택지 택할까

앞으로 미국 내 고객사 확보 등 사업 추진을 고려했을 때 보조금 혜택은 포기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특히 이미 미국에 공장을 둔 삼성전자는 더 많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삼성전자가) 보조금을 신청하지 않는 쪽이 더 어려워 보인다”라며 “최대한 보조금을 받는 경우의 수를 고려하고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에 비해 SK하이닉스는 보조금으로 인한 영향을 덜 받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첨단 패키징 공장 및 R&D 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그렇지만 공장 건립 계획을 연기하거나 제고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것.

또 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기업에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면 (보조금 신청을) 하지 않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라며 “SK하이닉스가 이 경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다만 신청 기한은 지정됐지만 마감 기간은 공개 전이다. 오는 3월 ‘가드레일 조항’ 상세 사항이 공개된 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신청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은 “가드레일 조항 세부 사항이 드러나고 신청 여부를 확정할 것이라는 건 업계에서 기정사실화 돼 있다”라며 “기업들은 모든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신중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초과 이익 공유’ 개념 등장…첨단 시설 접근 허용, 가드레일 조항까지

칩스법은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장려하기 위해 마련된 법안이다. 미국 반도체 공장에 투자할 경우 25%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고, 반도체 시설 건립이나 연구개발(R&D)에 520억달러(약 68조원)을 투입하겠다는 게 골자다. 단순 환산했을 때 인천공항을 약 7~8개 지을 수 있는 수준이다.

이중 보조금 규모는 390억달러(약 51조원)로, ▲직접 보조금 ▲대충 ▲대출 보증 등 형태로 제공된다. 보조금 한도는 책정되지 않았지만 설비투자액의 5~15% 수준에서 35%를 초과하지 않는 선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현재 미국에서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거나 투자 계획을 그리고 있어 보조금 신청 대상에 해당한다.

신청 조건은 쉽지 않다. 우선 신청 시 현금 흐름 전망치 등이 포함된 재무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때 지원금을 1억5000만달러(약 1987억원) 이상 받은 기업은 기대보다 높은 수익을 거둘 경우 일부를 미국 정부와 공유해야 한다. ‘초과 이익 공유’라는 개념이다.

아울러 미국 국방부 및 국가안보기관이 미국 내 첨단 반도체 시설에 대한 접근을 허용할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그간 반도체 시설은 기밀에 부쳐졌지만 미국 정부는 이를 타파하고 자국 내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겠다는 목적으로 분석된다.

또 지원금이 국가안보를 해치는 용도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가드레일 조항’에 따라 지원금을 받은 기업들은 향후 10년간 중국을 비롯한 우려국에 첨단기술 투자를 할 수 없게 된다. 중국에 첨단 공장이 없는 인텔, 마이크론은 가드레일 조항에 영향을 받지 않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모두 중국 공장을 운영 중이기 때문에 이에 영향을 받는다.

가드레일 조항은 이달 중으로 세부 사항이 공개될 예정이다.
디지털데일리 네이버 메인추가
x